두번째 남북정상회담, 통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2007/10/04 07:31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그러나 이미 통일만으로 절대선이던 시기는 지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역사적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이제 두번째라는 점에서만해도 그렇다. 하지만 첫번째와 두번째는 큰 차이가 있다. 첫번째는 반세기의 금기를 넘어 새로운 평화시대를 여는 하나의 굵직한 계기를 만들었다면 두번째는 첫번째 틀거리를 넘어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기 보다는 첫번째 틀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쐐기밖기 성격이 강하다. 또 첫번째는 현직 대통령 중반기여서 합의사항에 따라 새로운 변화를 책임지고 추진할 여지가 많았지만 두번째는 임기말 대통령이니 상징적 의미 이상이기가 힘들다. 평화선언도 '선언'일뿐 중국과 미국의 사인없으면 실제 구속력있는 '혐정'이 되지 못하니 실질화시키는 것은 다음 정부에 달렸다. 지금 현재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다가 사실무근이어서 망신당한 그런 후보가 그 자리를 꿰어찰 가능성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곳 영국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주요뉴스라기보다는 단신이었다. 알자지라 영어방송에서는 첫머리 소식으로 장식했지만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히 묻어났다. 내용(substance)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비중있게 등장했다. 앞서 얘기한데로 언론의 입장에서도 상징적인 그림 이외에 실질적으로 건질 내용이 없으니 이해못할 접근이 아니었다. 가디언에서는 어차피 정상회담이 진행중인 6자회담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 관리의 발언을 소개했다. 그 발언을 입증이라도 하듯 북한이 핵불능화 일정을 제시했다는 뉴스는 정상회담에서가 아니라 6자회담장에서 나왔다. 정상회담 둘째날 영국 현지뉴스에서 다룬 한국 뉴스에는 6자회담만 있었다.
그렇다고 이번 정상회담을 정치적 쇼로 폄하하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것이야 말로 구태에 젖은 인식의 습관적 비난이다. 아무리 양보를 하더라도 분명 이번 정상회담은 지난 첫번째 회담으로 연 평화시대를 거부할 수 없는 흐름으로 더욱 쐐기를 밖는 실질적인 의미는 분명히 있다.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이 선거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알자지라와 인터뷰한 한 재한 인사는 남한사람들의 반응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여기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은 '상관 안 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평화세력이라고 스스로 주장한 현 집권세력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남한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줄어들었다. 첫번째 남북정상회담이후 사람들 사이에 남북관계에서 가능한 가장 치명적인 결과인 '전쟁'에 대한 불안은 현격히 줄어들었다. 핵위기로 나라밖에서는 전쟁나네 해도 한국은 외국언론이 이해하기 힘들만큼 차분했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빨갱이로 지목되던 사람이 대통령까지 되다보니 반공이데올로기는 아주 없어지진 않아도 겨우 존재감만 확인되는 정도가 되었다. 최근에 간첩사건이 터졌지만 바라보는 눈은 크게 달라졌다. 친북적이라는 낙인은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한 일상적 공포에 기반하기 보다는 퇴행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아직 효과가 있다는 점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TV에 등장하는 인공기를 불태우고 김정일 위원장의 얼굴을 찟는 사람들도 퇴행적인 이미지를 주기는 마찬가지다. 집권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어떠한 세력도 이들과 가까워지는데 부담을 느끼기는 친북적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현 우리나라를 분단체제로 규정하는데 동의하기 어렵게 된다. 분단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 중 하나임은 증명하지만 더이상 반공이데올로기가 현재 지배이데올로기가 아니 듯이, 그리고 전쟁위기가 전처럼 사회를 공포에 휘몰리게 만들지 않듯이 분단은 더이상 우리사회에 지배적 요소는 아니다. 사람들에게도 잔혹하게 진행되는 밑도 끝도 안보이게 심화되는 극심한 경쟁 구도 속에서 치솟는 사교육 부담, 확장되는 비정규직, 양극화, 그에 따른 사회불안 등이 눈앞에 벌어지는 가장 큰 위기로 등장한지 오래이고 이러한 위기들과 분단이 갖는 함수관계 역시도 그렇게 지배적이지는 않다.
분단은 오히려 현재를 규정하기 보다는 미래를 규정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남한사회가 가지고 있는 극심한 경쟁지배사회가 갖는 위기상황과 극에 다다르고 있는 한계 상황을 분단극복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는 여지들이 존재한다. 즉, 현재 극단적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기본 이데올로기가 세계화 이데올로기라면 무한 개방과 경쟁이라는 더욱 심화된 경쟁체제로 가기 보다 북한의 새로운 성격의 노동력, 확대되는 내수 시장, 대륙으로의 활로 등 새로운 경제적 요소와 결합함으로서, 긴장해소에 따른 새로운 군사적 전략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호의 과도한 군사적 부담을 경감시킴으로서, 또 외교적으로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 보다 주도권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조건을 성립시킴으로서, 다른 성격의 발전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분단 극복이라는 조건의 변화가 대안적인 패러다임 구성요소의 전부일 순 없지만 적어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전의 '통일 대 반통일'로서 우리나라 상황을 이해하고 통일지향은 선, 반통일은 악이라는 구도는 더이상 유용한 틀이 되기가 어렵다. 이미 반통일을 전제로 한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한 독재와 그 독재 밑에서 제한된 경제주체가 특혜를 누리던 때는 이미 지난지 오래다. 많은 국내외 한반도 전문가들이 동의하듯이 이미 지난 10여년간의 진전으로 더이상 그 이전의 긴장과 대결 지향으로 돌아가기는 매우 힘들게 되었고, 그럴 매력도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지금 그 어떤 세력도 (과거 반통일이라고 취급되었던 세력 조차도) 대결과 긴장을 통해서 무슨 이득을 얻는 것이 한계가 명백하다는 것을 인식하기에 남북관계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가 중요해 졌다. 오히려 경제주체들에게는 긴장과 대결이 바로 금전적 손해로 연결되는 것이 너무나 명백히 눈에 보이지 않는가.
따라서 이제 '통일 대 반통일'이 아니라 어떠한 통일을 지향하는 가가 정말 문제가 되는 셈이다. 앞서 말한데로 현 정부가 제시하는 것 처럼 남북FTA식으로 그저 남한이 북한을 끌어안고 무한경쟁지배의 세계로 뛰어들자는 물귀신식 통일 접근법은 적어도 남한 사회에 전혀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 우리사회의 모순을 북한사회에 이식시키고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대안의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버리자는 것과 다름 아니다. 물론 당장 북한사회 입장에서는 먹고살기 좋아지겠지만 (이것이 인도적 차원에서 현재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현재의 북한의 모순에서 현재 남한의 모순으로 이동하는 과정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그 과정 와중에 한계점이 다다르는 남한 사회와 같이 증폭되는 사회불안 속으로 걷잡을 수 없게 빠져들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답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통일 모델 처럼 단순히 교류를 증진시키고 북한을 남한과 비슷한 경제수준으로 올리고 점차 통합수준을 높여나가는 과정만으로는 남한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 뿐더러 북한에 남한 수준의 번영을 꼭 보장할 수는 없으면서 문제는 이식시키는 과정이 되기 쉽다. 현 남한 체제는 그대로 둔 채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새로운 대륙 진출로 등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적 이득만을 챙기겠다는 접근 법 역시 북한을 동반자로 보다는 대상화 시키고 있으며 현재의 남한 사회를 이상화하고 있기에 역시 마찬가지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우리의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고, 북한 사회도 그에 따라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그런 통일 모델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고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런 출발은 아직까지 소위 '진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일 대 반통일'의 낡은 틀에서 벗어날때 시작될 수있을 것이다. 현재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가급적 일단은 화려하게 치장하기를 앞다투어 경쟁하고 회의적인 시작을 비칠라 치면 일단 '반통일'로 규정해 놓고 시작하는 고루한 태도로는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지 않다. 현재 정상회담 조건에서 가능치도 않고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의제를 꺼내라고 강변하는 개념없는 매체야 논리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들어가는 것이 덮어놓고 반통일 세력 운운하는 것 보다야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아직도 북한의 북자만 나와서 얼굴 벌게지고 실제로 불까지 내뿜는 반공 바이러스 중환자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이 어차피 우리의 미래와 상관이 있기엔 너무나 구태의연한 종자들일 뿐이다.
'세상 이야기 > 시사 평론'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도 넘은 단일화 주장, 미래까지 저당 잡힐라 (0) | 2007/12/10 |
|---|---|
| 문국현을 들어 이명박을 막으랴 (4) | 2007/12/04 |
| 두번째 남북정상회담, 통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2) | 2007/10/04 |
| 이번 대선, 나의 답은 심상정 (1) | 2007/09/10 |
| 진정한 정계개편 망친 건 노무현 자신 (0) | 2007/05/11 |
| 노무현 대통령과 친일파의 닮은 꼴 (0) | 2007/04/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