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제3의 길과 신노동당, 오독과 베끼기를 넘어

책 표지 사진@인간사랑

기든스 저, 김연각 역,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 - 영국 노동당이 다시 이기는 길, 인간사랑, 2007

영국으로 유학을 오기 전만 하더라도 나에게 제 3의 길이니, 신노동당(New Labour)이니 하는 것들은 그냥 진보를 참칭하는 사이비쯤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신노동당이 집권한 영국의 현실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영국 정치와 정책에 대한 나의 시각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결국 영국에 대한 나의 논문 주제도 사회복지 서비스에서 정치사상 영역까지 확장되는 등 신노동당의 존재가 지난 5년간의 나의 유학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다.

물론 미리부터 밝혀두지만 그렇다고 내가 제3의 길과 신노동당의 열렬한 신봉자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에 마냥 신기했던 그들의 정치와 정책방향도 수년간 관찰과 연구를 하면서, 그 한계 역시 목도하게 되어 이젠 그걸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제 3의 길을 주창하여 신노동당의 성립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안서니 기든스의 신서, ‘이제 당신 차례요, Mr. 브라운 - 영국 노동당이 다시 이기는 길’은 당연 남다른 의미로 다가 온 것은 물론이다.

이런 의미는 나에게 한정되어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 최근에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부쩍 영국식 제3의 길에 대한 관심이 늘은 것도 사실이다. 새롭게 헤쳐모인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직접 영국 사례를 거론하며 제3의 길과 같은 ‘새로운 진보’를 지향한다고 선언해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도 말기에도 제3의 길의 한식구격인 ‘사회투자국가(Social Investment State)’에 큰 관심을 기울이기도 했었다. 노무현 정부의 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의원은 이 개념을 가지고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도 펴냈다.

하지만 이 들이 과연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조금 의문스럽다. 신노동당은 그냥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90년대 영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맞서 새로운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낸 매우 정교하게 짜인 정치사상일 뿐만 아니라 그 일관된 논리와 원리는 지난 10여 년간 신노동당 정부 정책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있으며 이는 실제로 공공 서비스와 사람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왔다.

손학규 대표가 신노동당과 같은 ‘새로운 진보’를 이야기 했지만, 글 쓰는 현재 총선 공식 선거운동까지 들어간 시점에서, 이미 논란이 되어 왔던 ‘대운하’를 제외하고 민주당이 어떠한 정책적 이슈를 만들거나 제기한다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 학계에서 논의가 된 ‘사회투자국가’는 더욱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거론된 ‘사회투자국가’의 논의 수준은 의문의 대상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도 책에서 무슨 언변을 펼쳤던 간에 의료보호나 국민연금 등 그가 장관 시절 정책은 당면했던 복지 쟁점들에 대한 그의 대책이란 그 혜택을 줄이거나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보면 수사적인 유사점 때문에 자주 동종으로 취급받는 대처리즘에서의 복지와 사회투자국가에서의 복지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제3의 길이 글자 그대로 사회민주주의도 ‘아니고’ 대처가 표방한 신자유주의도 아닌 ‘제 3의’무엇인 것도 아니다. 신노동당은 전후 복지국가를 이룩한 노동당 정부의 사회민주주의의 정신을 부정하지 않고, 부정한 적도 없다. 오히려 핵심은 그 정신을 변화하는 현대사회에 맞춰 어떻게 실현시킬 것이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노동당이 극복하고자 하는 구노동당(Old Labour)은 구체적으로 따지면 전후 복지국가를 이룩한 애틀리(Attlee) 정부가 아니라 경제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그래서 대처에게 정부를 뺏긴 6~70년대의 윌슨(Wilson) 정부와 카라한(Callaghan) 정부이다.

영국식 제3의 길을 마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쯤으로 이해하면서 이를 표방하는 이른바 ‘개혁세력’이나, 옛 노동당이 추구했던 사회 정의에 대한 배신쯤으로 취급하는 ‘진보’쪽의 해묵은 비판 역시 이 점을 흔히 소홀히 하고 있다. 이 책에도 1장에 서술했지만 지난 신노동당 10년 집권의 성과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경제는 영국 현대사 사상 최장 안정 성장을 이뤘으면서 대처시절 상당부분 손상되었던 무상의료 등 공공 정책을 복원시켰을 뿐 아니라 대기기간 등 고질적 문제들 까지도 상당 수준으로 해결 해온 것이 사실이다. 아동 70만 명을 포함한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빈곤에서 탈출 시킨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이다.

기든스의 이 책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위치하고 있다. 즉 10년간의 신노동당의 성과와 한계를 들여다보면서 10년 전과는 또 다른 변화된 상황과 새로운 쟁점들에 대하여 새로운 혁신의 방향과 구체적 정책 대안들을 새로운 총리가 되는 (그래서 현재 영국 총리인) 또 다른 신노동당의 대표주자인 고든 브라운에게 보내는 고언 형식의 책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기든스가 시의성 있게 가볍게 쓴 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에 담긴 고민과 논의 깊이는 상당한 무게로 다가온다.

하지만 또 그런 면이 이 책의 약점이기도 하다. 이 책의 초점은 철저하게 영국적 상황, 그리고 책이 출판된 그 시점에 매우 충실하게 맞추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영국 정치 상황과 정책적 쟁점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이해할 경우 오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게다가 이런 이 책의 약점은 번역을 통해 더욱 두각 되기도 한다. 몇몇 구절과 개념들에 대한 오역은 영국 정책에 대한 역자의 이해부족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장 치명적인 번역 상 문제는 영국의 무상의료서비스 체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건강보험’이라고 번역한 것이다. NHS는 일반 조세를 기반으로 무상의료제도로 일반의원과 병원뿐 아니라 각종 보건 정책 기구들을 모두 포괄하는 체계이다. 따라서 공적 재원 수단으로 주로 한정되어있으며 보험료 납입에 의해 수급자격이 주어지는 사회보험방식인 우리나라 건강보험과는 개념부터가 전혀 다르다.

또 보건의료 부분에 대한 구절에서 종종 등장하는 재단 병원(foundation hospital 또는 foundation trust)은 NHS에 속한 병원 중 평가가 우수한 병원을 중심으로 그 운영기구(trust)에 사설 병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자율권과 독립적 지위를 부여하는 정책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NHS에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는 대표적 정책으로 노동당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이해 없이 번역이 되다보니 이런 시장적 성격을 고든 브라운이 약화시켰다(water down)는 말이 ‘예산을 삭감했다’고 전혀 엉뚱하게 바뀌어버린 경우도 있다. 교통정책(transport policy)이라고 하면 무난했을 법한 단어를 ‘수송정책’으로 번역한 것도 대중적 공공서비스로서의 원래 의미가 아닌 무슨 물류정책쯤으로 오해하게 만든다.

그러나 역자의 영국 정책 쟁점에 대한 이해 부족은 정치학 전공자라는 점에서 양해는 조금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우리나라와 영국 간 ‘정치’개념 차이를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즉, 이 책 자체는 새로운 수상에게 어떻게 성공적 정치를 해서 노동당이 또 집권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를 조언한 매우 ‘정치적’인 책이지만 내용은 정책적 논의로 빼곡히 차 있다. 이는 기든스가 일부러 정책 정치를 유도하기 위해 그렇게 내용을 채운 게 아니라 이미 영국 정치에서는 정책에서 정치적 승부가 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의회민주주의 산실인 영국 정치가 보여주는 이러한 역동성은 우리 정치에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이 책이 주는 최대의 미덕은 그 역동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현재적 고민과 제안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의 고민은 물론 비단 영국적 현실에 국한하지 않은, 진보의 혁신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진보적 대안을 고민하는 한국 독자가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공공(public)'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기하고, 보증국가(ensuring state, 본 책에는 ‘확신을 주는 국가’로 번역)의 개념을 제시하는 ‘4장 공공 서비스: 사람을 맨 앞에 두기’와 적극적 복지(Positive Welfare)의 개념을 보여주는 ‘6장 생활양식 바꾸기: 새로운 의제’가 아닌가 싶다.

대처정부는 공공서비스를 대대적으로 민영화 시키거나 시장적 경쟁 요소를 도입한 것은 복지제도에 대한 공격이기도 했지만 일정부분은 그동안 무시되었던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국가 독점 복지 모델의 문제점을 집은 것이기도 했다. 즉 그 당시 공공 서비스들은 대단히 관료화되었던 것이 사실이며 시민들의 요구는 종종 무시당하거나 이유 없이 주구장창 기다려야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던 것이다. 이에 복지 감축으로 공공 서비스는 줄었어도 서비스 공급과정에 있어 국가의 독점적 지위를 깨뜨림으로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만족도는 높아진 사례들이 있다.

기든스는 이런 점에서 공공영역을 확대하되 공공은 곧 국가(state)라는 편협한 규정을 사고는 벗어나서 무엇이 진정 ‘공공성’인가에 대한 재 정의를 시도하고 있다. 이에 맞물린 보증국가라는 개념에서 국가는 공공 서비스 공급에 있어 더 이상 독점적 주체는 아니지만, 그것이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방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진정 효과적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보증하는’책임을 져야하며 그 책임이 구체적인 정책적 수단으로 실현되어야 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적극적 복지 역시 시장 기능 실패에 따른 사후적 개입에서 벗어나 일상적으로 개인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증진시키는 복지가 되어야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얼핏 보면 개인 책임과 선택권을 강조하는 복지 축소논리와 닮은 듯하다. 하지만 기든스가 제시하는 적극적 복지 개념은 개인의 책임 뿐 아니라 그 책임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적합한 지원에 대한 국가의 책임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애인의 경우 가능한 사회에 참여하여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책임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서 국가는 장애인을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 독립성을 보장하고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서비스를 제공하여 자율성을 꺾는 방식을 벗어나 한 개인에게 동원되는 공공 재원 통합해 개인 통장처럼 따로 계좌를 만들어 개인이 스스로 독립적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설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 예산제(Individual budget)같은 정책이 적극적 복지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딛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희망과 대안을 찾아 제시하기 위한 개혁 진영과 진보진영의 노력으로 점점 서구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나도 영국 유학생활을 어떻게 하게 되면서 얻은 가장 값진 것은 다른 사회를 깊숙이 체험하고 공부하면서 발견하게 된‘다른 사회에 대한 가능성’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 ‘다른 사회’가 영국도 아니고 그 ‘다른 사회’를 위한 길이 ‘제3의 길’도, ‘신노동당’인 것도 아니다.

나는 우리사회의 대안을 찾는데 있어 다른 나라에 주목할 때, 그 나라에서 제기되는, 그래서 그 나라에서 성공적이었다는 그 ‘무엇(what)'이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것이 특정 정책이었던 어떤 정치사상이었던 간에 말이다. 오히려 그 ‘무엇’을 이해하면서 궁극적으로 정작 얻어야 할 것은 ‘어떻게(how)'인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떨어진 결과물만 달랑 물고 들어와 그 나라 성공사례를 권위삼아 써먹어 보려는 시도가 우리나라에 진정한 답을 줄 수 있을 리는 만무하다.

그 나라의 어떤 조건과 환경 속에서, 어떻게, 어떤 원리로, 어떤 과정으로, 어떤 기반을 통해 그 대안이 도출 된 것이며 또 그 결과물이 어떻게 적용되고, 어떻게 실천되어 성공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고, 어떤 점들이 어떻게 문제가 되어 한계로 들어났는가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전혀 다른 환경과 조건을 가진 우리나라에서의 제대로 된 함의를 찾는 다는 것은 명백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점이 이 책과 같이 다른 나라의 고민을 들여다 볼 때 항상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참여사회연구소가 발행하는 <시민과 세계>에 기고하여 4월 12일 13호에 게재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에도 축약본으로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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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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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2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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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습니다. 특히 "기든스는 이런 점에서 공공영역을 확대하되 공공은 곧 국가(state)라는 편협한 규정을 사고는 벗어나서" 이 부분은 많이 공감하게 되네요. 대처 정부가 기여한 바에 대해서도 동의하고요. 특히 유니버셜테스팅이라는 개념은 괜찮은 것 같아요. 결국은 그마저도 정치가 동원되기는 하지만요.
    • 2008/04/26 22:43
      댓글 주소 수정/삭제
      공감하시며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원칙은 지키되 변화하는 세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연해지고, 그래서 실질적인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현실에서 쉽지만은 않고 그러다가 원칙이 흔들리는 경우도 많지만 말입니다.
  2. 라인
    2008/05/29 14:1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좋은 서평을 읽은 것 같아 감사합니다. ^^ 비록 영국 실정을 잘 모르긴 하지만,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군요.

영국에서 본 블레어 4년, 블레어를 말하다

- 블레어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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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 AP=연합뉴스


블레어가 총리에서 물러난 지 며칠이 지났지만, 3일 채널4에서 방영된 '특별한' 다큐멘터리 <토니 블레어의 마지막 날들(The Last Days of Tony Blair)>은 블레어에 대한 기억을 다시금 생생하게 불러들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The State We're in)>이라는 책을 써서 이해당사자주의(stakeholderism)를 주창해 초기 신노동당(New Labour)과 블레어의 정치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는 윌 휴턴(Will Hutton) 전 <가디언> 편집장이 블레어 전 총리와 집권 마지막 100일을 동행하면서 '블레어 10년'을 짚어본 다큐멘터리였다.

총리의 정치사상에 영향을 끼친 언론인과 총리의 허심탄회한 만남이란 것 자체가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 만남의 성격에 맞게 보건, 교육, 외교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블레어 10년' 집권 후 정치사상에 대해 비교적 솔직한 대화가 오간 것도 다른 다큐멘터리나 뉴스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이었다. 윌 휴턴도 세간의 비판을 바탕으로 가감 없이 질문했고 블레어도 그 비판에 대해 공격적인 반론을 펼쳤다.

블레어의 영국에서 보낸 4년

2003년 내가 처음 영국에 왔을 때도 블레어가 총리였으니, 난 블레어 집권 후반기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셈이다.

한국에는 '블레어'하면 무슨 노동당의 배신자쯤으로 가볍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도 오기 전까진 어설프게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직접 블레어의 영국에서 몇 년을 보낸 후, 지금 난 블레어가 정치에 대한 내 사고 자체를 뒤집어놓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블레어의 정치적 방향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단연코 말하건대 새로운 사회적 과제들에 맞서기 위한 의제를 정치사상을 바탕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정책으로 만들어, 전체 정부가 체계적 전략에 따라 각 부분마다 일관성 있는 정책적 실행을 통해 제시된 목표를 달성해가는 이들의 정치력은 예전에 한국에서는 전혀 목격할 수 없었던 새로운 수준의 것이었다.

특히 블레어의 신노동당 정부는 대처 때 구렁텅이에 빠져 있던 국가무상의료서비스(NHS)와 관련, 유럽 평균 이하였던 보건 예산을 유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현재 모든 지역 의원(GP)에서 이틀 안에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NHS 최대 문제로 꼽히던 대기 시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우리 세대에서 아동 빈곤을 없애버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한 블레어 정부는, 아직 그 목표에는 못 미쳤지만 그 전략에 따라 여러 해 동안 정책적으로 노력한 결과 60만명의 아동을 빈곤에서 탈출시켰다.

고질적이던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잡센터플러스'라는 고용 전략의 핵심 기관을 지역마다 배치하고 신고용협약(New Deal)이라는, 장기적이고 규모가 큰 대상집단별 고용 프로젝트를 통해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그 후에도 낮게 유지했다.

이러한 강력한 노동시장정책에 바탕을 두고 처음으로 전 성인고용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노동당 정부는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실업률을 높이지 않았다.


▲ 지난달 10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6월 27일 총리직을 사임하겠다는 발표를 한 후 세지필드 선거구의 트림든 노동당 클럽을 떠나면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EPA·연합뉴스



정치에 대한 사고 자체를 변화시킨 블레어의 정치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영국 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였던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신노동당 집권 기간 동안 3분의 1 정도(35%) 낮춘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는 심장질환 관련 지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기반시설과 서비스 확대를 비롯해 직접적으로 사망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다양한 보건의료 정책을 꾸준히 편 결과로, 노동당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는 죽을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을 살린 셈이다.

이 모든 주요 전략과 정책을 블레어를 필두로 한 신노동당 세력이 주도했음은 물론이다. 경제성장과 사회정의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한 이들은 국민을 복지 급여에 의존하게 하기보다는 고용을 보장하고 최저임금제를 통해 노동급여를 보장하는 노동연계 복지 전략을 채택했다. 아울러 결과적 평등보다는 모든 이를 위한 기회(opportunity for all)를 주창하면서 교육정책에 최우선권을 부여했다.

이러한 이들의 핵심 전략은 정책으로 실행됐고 더 나은 의료, 더 나은 고용, 더 나은 교육 등으로 국민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결국 영국은 블레어의 10년을 거치며 더 나은 곳이 됐다. 블레어를 끊임없이 비판했던 <옵저버>(<가디언> 일요판)지도 전면 사설을 통해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노동당 비판자였던 <가디언> 칼럼니스트 폴리 토인비(Polly Toynbee)도 블레어를 다룬 특별판 칼럼에서 같은 말을 남겼다.

총리로서 임한 마지막 대정부 질문(Prime Minister Question Time, 매주 수요일 1시간 동안 총리와 국회위원들 간에 진행되는 문답 시간)이 끝나고 블레어가 퇴장할 때, 기립박수를 보낸 노동당 의원들을 따라 보수당 의원들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수백 년의 영국 의회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던 이 장면은 '통 크게 일어나 함께 하자'고 손짓한 데이빗 캐머런 보수당수 덕분이었지만 2차대전 이후 가장 평온하고 안정적이고 발전적이었던 10년을 이끌었던 총리에 대한 의회의 경의 표시이기도 했다.

시장주의 맹신과 이라크 침공의 과오

물론 블레어 정부의 전략에는 비판할 거리가 많이 있다. 블레어는 공공정책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국가 축소에 열을 올렸던 대처와 분명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장의 원리를 공공 부문에 공격적으로 도입하고 공공영역의 시장화를 추구했다.

이것이 부분적으로 공공서비스의 효율화로 이어졌을지는 모르지만, 시장 원리에 대한 맹신은 공공서비스 예산의 전폭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효율성과 낭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는 대표적으로 영국의 자부심인 NHS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성과급제를 도입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보수가 오른 데 비해 노동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민간자본계획(PFI)에 따라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병원을 사상 최대 규모로 증설했지만, 민간자본에 연 예산의 20~30%를 수십 년 동안 환급함으로써 결국 공공자본 비용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었고 이 같은 예산 부담은 서비스 질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 총리. ⓒ Whitehouse



뭐니뭐니 해도 블레어를 수렁에 빠뜨린 것은 이라크였다. 아무리 블레어가 빈곤률과 실업률을 떨어뜨려도, 나라를 잘못 이끈 지도자란 오명은 어딜 가나 끝까지 따라다녔다. 사회 자체가 붕괴 위기로 치닫고 있는 이라크인의 고통은 영국 내에서 블레어가 어떤 업적을 남겼든 간에 씻길 리 없다.

윌 휴턴이 이 대목을 묻자 블레어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화된 지금 어떤 국가가 정당하지 못한 일을 벌일 때 다른 문명국가들은 이에 개입할 의무가 있다고. 후세인이 계속 남아있었으면 현재 더 나은 상황이었겠냐고 블레어는 반문한다.

'개입'에 대한 이 같은 블레어의 신념은 집권 초기 '윤리(ethical) 외교'를 주창할 때부터 드러났다. 또한 이전에 보스니아·코소보·동티모르·시에라리온 등에 개입한 것이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은 블레어 자신을 과도한 개입주의로 몰아갈 법도 했다. 특히 무자비한 학살을 자행하는 무장단체를 몰아냈던 시에라리온에서 블레어는 아직도 영웅이다.

흔히 블레어를 '부시의 푸들'이라고들 하지만 블레어에겐 나름의 신념이 있었던 셈이다(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행정부 인사들은 블레어가 의회 연설 등을 통해 오히려 부시보다 더 이라크전의 필요성을 미국에서 설득력 있게 설파한 것에 고마워하는 경향도 있다).

물론 이같은 신념에는 영국의 제국주의적 시각이 깔려있다. 외국의 무력 개입이 긍정적 효과를 낳기보다는 뿌리깊은 또 다른 갈등과 혼란의 씨앗이 됐다는 것은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이 입증하고 있다.

한 나라의 복잡한 상황을 외국에서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할 뿐더러, 기본적으로 사람을 죽이기 위해 훈련된 군대의 무력을 활용해 안정된 정치상황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모순이다.

중동특사 블레어의 모순, 그러나 무시할 수만은 없는 이유

블레어가 이제 중동특사로 활동한다고 한다. 최근 중동을 피로 물들게 한 장본인이 평화협상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또한 민주적으로 선출된 하마스를 서구 국가들이 배제하고, 그 때문에 생긴 수많은 갈등 끝에 이제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타운동의 수반 아바스만을 상대로 이스라엘과 두 개의 국가를 성립시키기 위한 협상을 벌인다는 것도 상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아무리 블레어를 비판해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블레어의 업적과, 피로 얼룩진 북아일랜드의 역사를 딛고 신구교도 공동정부 구성과 평화 정착을 이뤄낸 블레어의 정치력은 블레어가 아예 쓸모없는 인물이라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마지막 대정부 질문 시간에 북아일랜드 공동 정부의 첫 총리가 블레어의 중동사절 활동에 희망을 품는다고 직접 이야기한 장면도 그러했다. 그저 개인적으로 블레어가 너무나도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의 세월을 보내온 그곳에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그래서 이라크전의 과오를 어느 정도 씻을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 2007년 7월 4일 오마이뉴스에 기고, 당일 메인탑으로 보도

 보도본 보기: 블레어 시대가 끝난 뒤의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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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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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시대의 끝, 블레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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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까지... 끝...
"And that is that... the end"

그의 10년 총리직의 마지막 날, 마지막 주간 국회 대정부 질문(Prime Minister Question time, 매주 수요일 1시간씩 수상 출석하에 갖는 대정부 질문 시간, 광범위한 정책 이슈가 제기되고 여야간 격렬하고 역동적인 토론이 오간다. 영국 정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 토니 블레어의 말그대로 마무리하는 그의 발언 끝은 약간 흐려지면서 떨렸다. 지난한 10년의 세월을 많은 아쉬움 속에 끝내는 복잡한 심경이 섞여있는 듯. 울듯 했다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말 많았던 그의 집권 10년, 그 만큼이나 그의 고별식은 길고 길었다. 첫번째 선거에서 신노동당 2인자 고든 브라운과 첫 집권 후 양도하겠다는 밀약이 있었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그는 끝내 두번째 선거 승리후 쭉 다우닝 10번지(10 Downing Street, 총리관저 주소로 수상 권력의 상징)에 머물러 있다가 세번째 선거까지 치르고 겨우 다음 선거전에 물러나겠다고 약속, 그러고도 여러 홍역을 치르고서야 작년에 겨우 1년 내에 그만두겠다고 약속, 지방선거를 앞두고 곧 사임 날짜를 발표하겠다고 약속, 지방선거 참패 후 겨우 한달뒤 물러나겠다고 약속, 그러고서 이제야 그 마지막 날을 맞이 한 것이다.

블레어는 2003년 내가 처음 영국에 왔을때 부터 수상이었으니 거의 그의 집권 기간 반을 그의 영국에서 보낸 셈이다. 영국 사람들은 장장 10년 동안 그의 정부아래서 지냈다. 한 수상이 10년이상(최장 기록은 대처로 장장 11년!) 집권을 할 수 있는 것도 의원 내각제(다수당 당수가 수상을 지내는) 특징이지만 선거도 없이 (다수당 당수 선거로) 한나라의 수장이 바뀌는 것도 다른 민주국가에서 드믄 영국 정치의 특별 이벤트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블레어 하면 무슨 노동당의 배신자 쯤으로 가볍게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 않는데 과연 이들의 정치력을 직접 목도하고도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연코 말하건데 새로운 사회적 과제들에 맞서기 위한 아젠다를 정치적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정책화 시켜서 정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계적 전략에 따라서 각 부분마다 일관된 정책적 실행을 통해 제시된 목표들을 달성시켜 나가는 이들의 정치력은 우리나라의 정치를 '정치'라고 부르기도 민망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특히 블레어의 신노동당 정부는 대처때 구렁텅이에 빠져있던 국가 무상의료시스템을, 유럽 평균 이하였던 보건 예산을 유럽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모든 지역 의원(GP)은 이틀안에 진료를 받게 하는 등 NHS 최대 문제로 꼽히는 대기기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또한 '우리세대 안에 아동 빈곤을 없애버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실제로 설정하고 그 전략에 따라 수년간 정책적 노력의 결과 6십만명의 아동을 빈곤에서 탈출 시켰다. 고질적이었던 실업 문제는 전국적으로 잡센터플러스라는 '노동연계복지' 전략의 핵심 기관들을 지역마다 배치시켜 '신고용협약(New Deal)'이라는 대상집단별 장기적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실업율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렸다. 이러한 강력한 노동시장정책을 바탕에 깔고 처음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노동당 정부는 최저임금수준을 지금도 매년 상당한 수준으로 인상시켜 현재 시간당 최저 임금이 우리돈 1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물가가 우리의 2배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실업율에 영향없이 이정도는 상당한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개인적으로 영국내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였던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율을 신노동당 집권기간 동안 1/3 이상(35%) 떨어뜨린 것에서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심장질환 관련 지출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기반시설 및 서비스 확대를 비롯 직접적으로 사망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다양한 보건의료 정책을 꾸준히 실행한 결과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는 죽을 수 있었던 수많은 사람을 살렸던 것인 셈이다.

이 모든 주요 전략과 정책은 블레어를 필두로한 신노동당 세력(New Labour)의 주도아래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노동연계복지(Welfare to work), 노동급여보장(Make work pay), 모두를 위한 기회(Opportunity for all) 교육우선정책(education, education, education)등 신노동당의 정치적 핵심 아젠다가 실제 정책화 되어 실제적 변화로서 실현되었고 이는 국민들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민주화된 정부의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관료들의 포로가 되어 권위주의와 별반 차별없는 정책들을 아무 생각없이 반복하고, 심지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나 군사독재 시절에 낭독되던, 관료들이 써준 판에 밖힌 담화문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읽고 있는 모습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볼수록 부러운 모습이다.

영국은 그의 10년간 더 나은 곳이 되었다. 그를 끊임없이 비판했던 옵저버(가디언 일요일판)지도 전면 사설을 통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신노동당 비판자였던 토인비(가디언 칼럼리스트)도 그의 업적을 다룬 특별판 칼럼에서도 역시 같은 말을 남겼다. 오늘 마지막 대정부 질문이 끝나고 퇴장하면서 기립박수를 보내는 노동당 의원들을 따라 보수당 의원도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수백년의 영국 의회역사에서도 전례가 없었던 이 장면은 통크게 일어나 함께 하자고 손짓한 보수당 당수 카메론 덕분이기도 했지만 2차대전 이후 가장 평온하고 안정적이고 발전적이었던 10년을 이끌었던 수상에 대한 의회의 경의이기도 했던 셈이다.

물론 블레어의 신노동당 정부의 전략은 많은 비판 거리를 가지고 있다. 공공정책과 서비스를 확대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서 국가 축소에 열을 올렸던 대처와 분명한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원리를 공공 부분에 공격적으로 도입함으로서 시장체계의 공공에대한 우위를 인정한 셈이었다. 이는 부분적으로 공공 서비스의 효율화를 가져왔을지는 모르지만 지나친 시장 원리에 대한 맹신은 전폭적인 지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비효율성과 낭비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자부심인 무상의료서비스(NHS)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에 대한 성과급제를 도입했지만 최근 결과에 따르면 보수가 오른데 비해 노동시간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간자본계획(PFI)에 의해 민간 자본을 끌여들여 화려한 병원들을 사상 최대로 증설했지만 매년 민간 자본에게 연예산의 2~30%를 수십년간 환급함으로서 결국 공공 자본 비용 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서비스 질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블레어를 가장 수렁에 빠뜨린 것은 이라크 였다. 오늘도 두명의 영국 병사의 시신이 영국으로 인도되었다. 대량살상무기라는 거짓된 공포로 나라를 전쟁으로 몰고 간 것은 결정적으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아무리 그가 빈곤율을 떨어뜨리고, 실업을 떨어뜨려도 나라를 잘못이끈 지도자란 오명은 어딜가나 끝까지 따라 다녔다. 사회자체가 붕괴위기에 치닫고 있는 이라크인의 고통은 국내에서 그가 무슨 업적을 남겼던 씻겨질리 없다. 왜 그가 그랬는지는 신노동당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고 여전히 가장 강력한 조언자인 안서니 기든스도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니 그 속을 누가 알랴.

그런 그가 이제 중동평화 사절로 활동을 한다고 한다. 최근 중동을 피로 물들게한 그 주 장본인이 평화협상의 주체가 되는 것은 여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민주적으로 선출된 하마스를 서구국가들이 배제하고, 그로인한 수많은 갈등 끝에 이제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무력으로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타의 아바스만을 상대로 이스라엘과 두개의 국가를 성립시키기 위한 협상을 벌인다는 것도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에서 제아무리 블레어를 무어라 그래도 누구도 부인할 수 있는 그의 업적, 북아일랜드 왕실-공화파 공공 정부 구성과 평화 정착을 이루어낸 그의 정치력은 아예 그가 쓸모없다고 말하기 어렵게 만든다. 오늘 대정부 질문 시간에서 북아일랜드 공동 정부의 첫 총리가 직접 중동 사절 활동에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면 또한 그러했다. 개인적으로 그가 너무 오랜 기간동안 고통의 세월을 보내온 그곳에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그래서 이라크의 과오를 어느정도 씻을 수 있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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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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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통 정치 격돌 드라마 개봉박두!!!

아...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던가.

 

94년이던가, 스코틀랜드 한 펍에서 블레어랑 브라운,

 

갑자기 횡사한 스미스의 뒤를 이을 노동당 당수선거를 앞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목받던 두 새얼굴이 마주하고

 

내가 나가네 네가 나가네 티격태격

 

블레어는 '내 함 하고 그담 너 나와라' 브라운 '그래 알따'

 

그랬더니 블레어 이넘, 한번도, 두번도 아닌 세번씩이나 당수에 수상해먹고

 

비켜날줄 모르다가 1년전에 겨우 한 말, '이젠 1년만 더할께'

 

2005년 세번째 선거를 앞두고 물러날 기색도 없는 블레어에 열통 터져

 

자서전을 빌어 슬쩍 펍에서 약속 한거 잊었니 말했다가

 

노동당 쪼개지네 후원금 떨어지네 여기저기서 난리법석

 

결국 조용히 또 분을 삼켜야 했던 브라운...

 

천정부지로 치솟던 10년전의 노동당 지지율은

 

3번을 해먹으면서 블레어가 도로 다 까먹고...

 

지난 2005년 만 해도 블레어의 브라운 제거 작전,

 

재무부를 둘로 쪼개고 2인자 자리 차고 있던 재무장관 브라운을

 

외무장관으로 밀어내는 계획도 있었지만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에 블레어도 거기서 그만~

 

그래도 브라운이 끝내 눈에 가시라 신예 환경장관 밀리반드 꼬드겨서

 

브라운도 이젠 늙었다 새얼굴 내세운다

 

블레어 주변 사람 애도 쓰긴 했지만

 

밀리반드는 한사코 거절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스코틀랜드 잃고, 웨일즈에서 주도권(majority) 떨어지고

 

잉글랜드에서도 지방의석 우수수 떨어지니

 

그래도 100년 역사 영국 노동당

 

브라운 밑으로 단결하라!

 

당수 선거 후보 등록 지지 의원 308명 확보

 

남은 의원 수가 등록에 필요한 의원 수 45명에 채 안되니

 

마지막 까지 후보에 오르려던 구좌파 후보 맥도넬,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자동 탈락

 

이젠 노동당 당수 선거 단독 후보가 되었으니

 

14년을 블레어 밑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던 그 브라운

 

드. 디. 어. 수상 자리 찜!!!

 

안그래도 너무 뻔한 결론이 예상 되던 때라

 

그래도 상대 후보 한 명 있어서 경선이라도 치뤄야 않겠냐며

 

난데없는 (좌파 후보에게) '의원 꿔주기' 논란이 있었지만

 

14년을 기다린 브라운, 마음이 급했던지

 

그냥 의원 308명을 싹쓸이~

 

지난 일요일 노동당 당수 선거 운동 발족식을 하면서

 

그래도 지지연설 하러 나온 블레어가

 

말로는 입바른 브라운 칭찬 하면서도

 

그 연설 달인이 눈은 딴데로 돌리고, 말은 더듬고

 

끝내 라이벌에 권력 넘기는 거 못마땅한 티 팍팍 내도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브라운은 이러나 저러나 싱글 벙글

 

BBC 카메라에 연설문 판이 얼굴을 가려 나와도

 

생방송 인터뷰에서 그거 어떻게 된 일이냐 물어도

 

'그렇게 배워 가야죠'하면서 여전히 싱글벙글

 

성문 헌법 제정, 생태 도시 건설, NHS 개혁 등등

 

하루에 하나씩

 

젊은 피로 등장해 상대도 없이 링위에서 혼자 잘나가던

 

보수당 당수 카메론에게

 

링에 올라오자 마자 강펀치 펑! 펑! 펑!

 

그래도 이미 블레어와 14년간 물밑 예선전에

 

체력이 많이 소모된 브라운,

 

아직 펀치빨이 잘 안먹히는데...

 

블레어 10년의 전설 끝에 간만에 찾아온 영국의 권력 이행기,

 

제3물결 신노동당파를 창설하여

 

시장원리 공공개혁 쌍절곤으로 험준한 이라크 계곡을 헤치고서

 

나름대로 10년을 버텨온 블레어를 넘어,

 

블레어 복제 신공으로 일단 기선을 먼저 잡은 보수당 카메론에 맞서

 

강호 최고수 대전에 발을 들여놓은 브라운,

 

그는 많은 이들의 기대 데로 공공 가치 재건 산파술을 연마했던 것일까...

 

향후 2년간 스트레스 없이 감상 가능한 흥미 백배, 재미 백배, 배울거리 만빵

 

영국 정치 격돌 드라마 개봉 박두!

 

함께 즐감해 보심이.....

 

 

- 브라운 차기 수상이 사실상 공식 확정 되던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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