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때 아닌 선거열기에 후끈했던 정책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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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의 반격! 지지율 동률을 보도한 가디언 5일자

영국에 아직 현 고든 브라운 총리임기가 2년정도 남았건만 때아닌 선거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었다. 결국 일요일 브라운 총리가 조기선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 근 한달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던 열기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이같은 때아닌 선거 논란은 총리가 언제든 선거를 여왕에게 요청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의 독특한 특성상 가능한 일이다.

이번 선거열기는 지난해 블레어 말기 내내 보수당 새당수 카메론에게 뒤쳐지던 노동당 지지율이 고든 브라운 새총리 등장이후 줄곧 앞서자 이 분위기를 틈타 얼른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 내내 제기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 노동당과 정부 고위 정치인 사이에서 조기 선거설이 심상치 않게 흘러나오자 언론의 관심은 '언제 선거냐'에 쏠리기 시작했다.

얼핏 대단히 불공정하고 이상한 선거제도지만 이에 시비를 거는 사람은 신기하게도 아무도 없다. 오히려 발끈 할 것 같았던 보수당 측에서는 '할테면 어서 해라'라고 되레 강공을 펼쳤다. 소문만 흘리지 말고 정정 당당하게 나서서 얼른 승부를 가리자는 것이다. 이같은 양당간의 접전은 전당대회 시즌에 맞춰 매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다.

전당대회 시즌에 흘러나온 조기선거설에 달아오른 정책경쟁

전당대회. 우리나라에서야 흔히 잔뜩 흥을 돋우고 시끌벅적한 하루치기 행사를 연상하지만 여기서는 가히 전당정치의 꽃이라 할만 하다. 수백명의 대의원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며칠동안 매일같이 다양한 주제와 정책영역에서 토론하고 담당 정치인의 연설이 이어진다. 때로 당내 논란이 되는 사안은 표결에 붙여져서 당 지도부와 반대 결론이 나오는 일도 종종 있다. (이번에 노동당에서 이를 없애고, 정책차관과의 개별 면담과 당 선거정책 표결 등으로 대체하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전당대회에서 지난 한해동안의 정당 활동이 결산될 뿐만 아니라 향후 1년동안 굵직한 아젠다가 설정되고, 주요 추진 정책들이 발표되기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는 점이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이어지는 장관(의원 내각제에서는 다수당 국회의원이 장관이므로)과 예비 장관(집권당이 아닌 경우도 집권당 장관에 대응하는 예비 장관들이 포진해 있다)의 연설이 그 역할을 하며 그 백미는 당수(집권당의 경우 총리) 연설이다. 이 연설은 다음날 종합지의 첫머리 기사를 장식 하는 것이 일반적일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이 자리를 빌어 지난 달 25일, 포문을 먼저 연 것은 총리로서 전당대회 첫 연설을 한 고든 브라운이었다. 이 때 고든 브라운은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주거, 치안, 보건의료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 보따리를 쏟아냈다. 주거 부분에서는 ∆ 1997년 대비 2010년까지 집소유자 200만명 증가, ∆ 10개의 새로운 생태마을 건설을 약속했고, 치안부분에서는 보다 강력한 처벌과 예방을 강조하면서 ∆ 최근 심각성을 더해가는 총기범죄를 막기위한 경찰의 검문권한 강화를 예로 들었다.

노동당 새총리 고든 브라운, 전통 보수당 의제 선점으로 선공

또한 보건의료 부분에서는 ∆ 병원내 감염 감축을 위한 연내 병원 청결 계획수립 ∆ 병원 감독관을 두배로 5000명으로 증가시키고 기준미달한 병원청결업체 계약무효권한을 부여 하는 등 현재 문제점을 대처함과 동시에 ∆ 47세에서 73세까지 유방암검진 확대, ∆ 지역 보건소(GP) 접근권 확대와 모든성인을 위한 건강검진으로 보건의료서비스 개인화를 새로운 서비스 강화 방안으로 내놓았다.

그동안 신노동당 정부에게 비난의 초점이 되어 왔던 대외 정책 부분에서는 ∆ 이라크와 아프칸에 안보, 정치적 화해, 경제재건 추진, ∆ 다푸어 사태 정의 실현 등을 강조했다. 이미 외무장관이자 신노동당의 차기주자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밀리반드는 자신의 연설에서 '왜 세계 무슬림들이 영국에 등을 돌리는지 지난 10년의 경험에서 배울 것이다'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이전 블레어와는 외교정책에 있어 분명한 선을 그을 것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브라운은 자신의 연설에서 특이하게도 '보수당'이나 당수 '카메론'을 단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보수당이 전통적으로 강한 치안부분이나 카메론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보건의료 부분에 새로운 강력한 대책들을 쏟아냄으로서 그 다음주에 예정된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카메론이 설 땅을 선점해 버리는 전략을 취했다. 이에 힘을 받았는지 전당대회 이전 4~5%를 앞서던 브라운 지지율은 40%를 넘기면서 가장 크게는 보수당 당수 카메론과의 격차를 11%로 벌려놓았다.

보수당 젊은 당수 카메론, 원고없는 한시간 격정 연설로 대대적 반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어진 주말에는 브라운이 선거일 결정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방송과 신문을 장식했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보수당 전당대회장에 도착한 데이비드 카메론이 '반격(fight back)'을 선언하며 오히려 조기 선거를 발표하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단호한 모습으로 연단에 오른 카메론은 장장 한시간에 걸쳐 원고 한장 없이 열정적인 연설을 펼쳐 그 으름장이 허장성세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카메론은 보수당의 전통영역을 선점하려 했던 브라운의 정책들에 대해 '나는 좌와 우를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브라운의) 낡은 정치를 벗어나 신념에 의한 정치를 보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를 풀어놓았다. 우선 보수당 전문 영역인 조세 영역에서 ∆ 상속세는 백만장자(약 자산 18억 이상 소유자) 이상부터만 적용 ∆ 첫 주택구매자에게 인지세 면제 등을 통해 주거부분까지 포괄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더불어 가족가치를 복원하겠다며 ∆ 결혼가정에게 세금공제 혜택 확대, 자녀 양육을 위해 유연한 근무시간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감세 정책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이미 감세분은 환경관련 조세로 대체할 것임을 여러차례 이야기 한바 있다. 이번 연설에서도 환경과 기후변화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그리고 보건과 교육 영역에 있어서도 많은 시간을 할예하면서 불필요한 행정절차 간소화를 통해 효율화 시키고 복잡한 규범보다는 전문적 역량을 강화시킬 것임을 역설했다.

결국 선거발표 안 한 브라운 1패, 진짜 진검승부는 누가 통합적 비전을 제시하는가에

카메론의 열정적 연설과 자신감 넘친 모습이 통했는지 지난 금요일자 뉴스에서는 다시 3%차로 줄어든 지지도 수치들이 일제히 보도 되었다. 가디언의 조사에서는 심지어 노동당과 보수당이 38%로 동률의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원래 각 당의 전당대회가 주목을 받는 만큼 전당대회 기간과 직후 해당 정당 지지율 상승 현상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4~5%의 다시 전당대회전 격차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고든 브라운이 조기 선거를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모양상 선거도 하기전에 브라운 촐리가 카메론에게 1패를 당한 꼴이 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연이은 전당대회로 벌어진 불꽃튀는 정책대결은 보는 이로서는 이미 100일도 안남은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보다도 흥미진진했다.

물론 현재의 두 정당 간 대결은 아직 진검승부에 다다르진 않았다. 블레어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브라운도, 이에 도전하는 카메론도 아직까지 정책 나열 수준을 넘어서는 종합적인 비전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 곳 언론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결국 향후 언제 선거가 치루어지던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누가 확고하고 설득력 있는 비전과 통합적인 정책을 제시하느냐가 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우리나라 정치수준에서는 아직 꿈에 불과한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은 심도있는 분석과 객관적인 비교를 충실하게 제공해주는 가디언이나 타임즈 같은 고급지(quality paper, 선이나 데일리 미러 같은 여성의 살색이 곧잘 뒤덥는 이런 신문은 대중지로 구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종합일간지의 보도 수준은 대충 이곳 대중지에 견줄만 하다)와 BBC나 채널4 뉴스 같은 방송뉴스들이 있기에 또한 가능한 것일 것이다.

브라운이 망신당한 사연은? (클릭)


- 2007년 10월 7일 오마이뉴스 기고, 8일 '으뜸' 기사로 보도

보도본 보기: 영국 총리, 칼도 못꺼내고 보수당에 1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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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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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이와 같은 우리나라 정치수준에서는 아직 꿈에 불과한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은 심도있는 분석과 객관적인 비교를 충실하게 제공해주는 정론지(quality paper)와 방송뉴스들이 있기에 또한 가능한 것일 것이다."

    한국 언론을 이렇게 만든 것도 유권자겠지만 정론지라면 선도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민주주의 전통이 오랜 영국과 같을 수는 없겠으나 그래도 최소한 상식은 통하는 언론이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영국 정통 정치 격돌 드라마 개봉박두!!!

아...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이던가.

 

94년이던가, 스코틀랜드 한 펍에서 블레어랑 브라운,

 

갑자기 횡사한 스미스의 뒤를 이을 노동당 당수선거를 앞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목받던 두 새얼굴이 마주하고

 

내가 나가네 네가 나가네 티격태격

 

블레어는 '내 함 하고 그담 너 나와라' 브라운 '그래 알따'

 

그랬더니 블레어 이넘, 한번도, 두번도 아닌 세번씩이나 당수에 수상해먹고

 

비켜날줄 모르다가 1년전에 겨우 한 말, '이젠 1년만 더할께'

 

2005년 세번째 선거를 앞두고 물러날 기색도 없는 블레어에 열통 터져

 

자서전을 빌어 슬쩍 펍에서 약속 한거 잊었니 말했다가

 

노동당 쪼개지네 후원금 떨어지네 여기저기서 난리법석

 

결국 조용히 또 분을 삼켜야 했던 브라운...

 

천정부지로 치솟던 10년전의 노동당 지지율은

 

3번을 해먹으면서 블레어가 도로 다 까먹고...

 

지난 2005년 만 해도 블레어의 브라운 제거 작전,

 

재무부를 둘로 쪼개고 2인자 자리 차고 있던 재무장관 브라운을

 

외무장관으로 밀어내는 계획도 있었지만

 

뚝뚝 떨어지는 지지율에 블레어도 거기서 그만~

 

그래도 브라운이 끝내 눈에 가시라 신예 환경장관 밀리반드 꼬드겨서

 

브라운도 이젠 늙었다 새얼굴 내세운다

 

블레어 주변 사람 애도 쓰긴 했지만

 

밀리반드는 한사코 거절하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스코틀랜드 잃고, 웨일즈에서 주도권(majority) 떨어지고

 

잉글랜드에서도 지방의석 우수수 떨어지니

 

그래도 100년 역사 영국 노동당

 

브라운 밑으로 단결하라!

 

당수 선거 후보 등록 지지 의원 308명 확보

 

남은 의원 수가 등록에 필요한 의원 수 45명에 채 안되니

 

마지막 까지 후보에 오르려던 구좌파 후보 맥도넬, 링에 오르지도 못하고 자동 탈락

 

이젠 노동당 당수 선거 단독 후보가 되었으니

 

14년을 블레어 밑에서 울분을 삼켜야 했던 그 브라운

 

드. 디. 어. 수상 자리 찜!!!

 

안그래도 너무 뻔한 결론이 예상 되던 때라

 

그래도 상대 후보 한 명 있어서 경선이라도 치뤄야 않겠냐며

 

난데없는 (좌파 후보에게) '의원 꿔주기' 논란이 있었지만

 

14년을 기다린 브라운, 마음이 급했던지

 

그냥 의원 308명을 싹쓸이~

 

지난 일요일 노동당 당수 선거 운동 발족식을 하면서

 

그래도 지지연설 하러 나온 블레어가

 

말로는 입바른 브라운 칭찬 하면서도

 

그 연설 달인이 눈은 딴데로 돌리고, 말은 더듬고

 

끝내 라이벌에 권력 넘기는 거 못마땅한 티 팍팍 내도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브라운은 이러나 저러나 싱글 벙글

 

BBC 카메라에 연설문 판이 얼굴을 가려 나와도

 

생방송 인터뷰에서 그거 어떻게 된 일이냐 물어도

 

'그렇게 배워 가야죠'하면서 여전히 싱글벙글

 

성문 헌법 제정, 생태 도시 건설, NHS 개혁 등등

 

하루에 하나씩

 

젊은 피로 등장해 상대도 없이 링위에서 혼자 잘나가던

 

보수당 당수 카메론에게

 

링에 올라오자 마자 강펀치 펑! 펑! 펑!

 

그래도 이미 블레어와 14년간 물밑 예선전에

 

체력이 많이 소모된 브라운,

 

아직 펀치빨이 잘 안먹히는데...

 

블레어 10년의 전설 끝에 간만에 찾아온 영국의 권력 이행기,

 

제3물결 신노동당파를 창설하여

 

시장원리 공공개혁 쌍절곤으로 험준한 이라크 계곡을 헤치고서

 

나름대로 10년을 버텨온 블레어를 넘어,

 

블레어 복제 신공으로 일단 기선을 먼저 잡은 보수당 카메론에 맞서

 

강호 최고수 대전에 발을 들여놓은 브라운,

 

그는 많은 이들의 기대 데로 공공 가치 재건 산파술을 연마했던 것일까...

 

향후 2년간 스트레스 없이 감상 가능한 흥미 백배, 재미 백배, 배울거리 만빵

 

영국 정치 격돌 드라마 개봉 박두!

 

함께 즐감해 보심이.....

 

 

- 브라운 차기 수상이 사실상 공식 확정 되던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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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과장된 '철의 여인' 신화

- 영국 보수당도 벗어난 '대처', 한국에선 환영?

 

 

▲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
ⓒ Margaret Thatcher Foundation
참 흥미로운 일이다. 정작 대처가 당수였던 영국 보수당은 대처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하고 오히려 국가 무상의료 시스템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 건강 서비스)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우겠다는 카메론이라는 젊은 당수가 등장하고 나서야 대처 이후 지난 10여 년간의 암흑기를 벗어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대선주자 사르코지가 대처 이미지를 차용하려고 애쓰더니 이젠 우리나라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이미지 차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 와서 느낀 것은 대처의 신화가 한국에서 무척 과장되었다는 점이었다. 영국 사람과 이야기해 보면 대처 이름만 나와도 이를 가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국인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공공서비스의 기반이 대처시절로 인해 매우 심대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대처에 이 가는 영국인 쉽게 찾을 수 있어

이는 비단 복지 부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처 시절 전폭적인 민영화 정책 끝에 (결국은 그 뒤를 이은 보수당 메이저 수상 때) 민영화 됐던 철도의 경우, 최악의 서비스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시간이 안 지켜지거나 취소되는 경우는 부지기수고 열차표를 당일 날 사려고 하면 10만원 20만원이 우습다. 그나마 서비스가 나아진 것은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였다.

특히나 대처 집권 막바지에는 지방정부 예산까지 통제하여 공공 지출을 줄이려는 집착에 인두세 성격의 불공평한 지방세를 강제로 도입하자 전국적인 항의 시위가 일어나 대처는 1992년 영국 국민에게서 '쫓겨났다'.

그럼 경제는 나아졌을까? 대처 집권시기였던 1979년, 위기의 원인이던 인플레이션은 8.4%, 실업은 130만명이었던 반면 대처 집권 말기였던 1990년, 인플레이션은 10.5%, 실업은 200만명에 다다라 오히려 악화되었다.

경제를 살린다며 공공 서비스를 망쳐놓고는 경제조차 살리지 못했으니 대처 시절을 악몽처럼 기억하는 영국인이 많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선거 때 노동당의 이라크전 정책 실패로 많은 사람들이 노동당에 항의하기 위한 전략적 투표, 즉 보수당을 지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당에 항의하기 위해 보수당에 투표한다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그러자 노동당은 런던 도심에 대처의 캐리커처가 담긴 선전물을 뿌리고, TV엔 대처를 겨냥한 광고를 내보냈다. 하룻밤 자고 났더니 남편이 제멋대로인 사람으로 바뀌었고 전 남편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당신이 어제 선택한 일이야'라고 말하는 내용의 광고였다. 한마디로 그러다가 다시 대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고 영국 국민을 '협박'한 셈이다. 물론 이는 노동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만 대처 시절이 영국 국민 기억에 어떻게 남아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처 수상은 처음으로 3번 연속 총선에서 보수당을 승리로 이끌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수치를 보면 그 당시에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같은 대단한 지지라는 것이 없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처가 당수로 처음 선거에서 이기고 집권한 1979년 득표율은 43.9%로, 이는 2차 대전 이후 보수당의 5번째 승리였지만 득표율은 그 중 가장 낮았다.

79년 대처 정부 등장 때 득표율은 역대 보수당 집권 중 최저

▲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12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대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997년 현 노동당 정부의 첫 집권 때도 유사한 득표율을 얻었지만 다수당 의석차(Majority, 다수당 총 의석수와 나머지 당 의석수 합계 간 격차)로 따져 보면 대처가 처음 얻은 의석차는 44석에 불과했다. 노동당이 97년에 획득한 178석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처 시절 얻은 최대 의석차인 143석(1983년, 포클랜드 전쟁 후)도 현 노동당 정부가 두 번째 선거(2001년)에서 얻은 166석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은 보수당 3연속 승리의 주역은 대처 수상 자신이라기보다는 지리멸렬했던 야당인 노동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9년 패배 후 내전(Civil war)라고 불리는 심각한 노선 갈등에 빠져들었던 노동당은 노동당과 사회민주당으로 갈라졌다. 그런가 하면 선거에서 제시된 정책집(Manifesto)은 '세계에서 가장 긴 유서'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전혀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했었다.

현재 영국 정치에서 아무도 대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92년 선거에서 노동당이 선거 승리 전망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전폭적인 세금 인상에 해당하는 복지 확대안을 내세우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승리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수당은 10년여간 집권 가능성조차 보여준 적이 없다. 오히려 최근 그 반대의 색깔을 분명하게 내세우면서 신노동당의 이미지를 차용한 젊은 당수가 등장하고 나서야 보수당은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국가 축소 주장한 대처가 국가 책임 방기로 위기인 한국에 맞을까?

지금 그렇다면 국가역할 축소를 주장했던 대처가 현재 우리나라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양극화, 사교육비 폭증, 보육 대란, 부동산 대란, 비정규직 확산 등등은 모두 국가가 역할을 방기해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무엇보다 그 당시 대처정부가 축소했다는 공공지출 수준도 현재 우리나라의 열악한 수준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또한 대처 시절에도 복지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이미지가 겹치는 박정희정부처럼 대처 정부가 경제 개발 계획을 세워서 영국 경제를 살린 것도 아니다. 대처 수상은 단지 국가 소유 기업을 팔아 치우고, 국민임대주택을 팔아치우는 등 과도하게 비대한 국가를 축소하는데 집중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현재 대처를 우리나라에서 찾는 집단들은 주소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셈이다. 그들이 찾는 대처에는 우리나라에서나 통하는 과장된 신화가 있을 뿐이다.

 

- 2007년 3월 12일 오마이뉴스 기고, 13일 메인탑으로 보도 (당일 인기기사 2위까지 랭크 ㅋ)

 

보도본 보기: '대처' 말하면 이를 가는 영국인 '대처' 벤치마킹 혈안된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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