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선거 주장 유시민, 장관 시절 정책은?

수십 년간의 독재의 터널을 지나온 우리나라에 있어 민주화가 되었다는 지금까지도 정치권의 구태를 보고 있는 것은 분명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그나마 시민사회의 발전과 민주의식의 성장으로 구태 정치인마저 옛날처럼 쉽게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역사적 진보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이들 구태 정치인들보다 더욱 위험한, 새로운 종류의 정치인들이 더욱 큰 우려를 자아낸다. 말로는 온갖 신선함과 개혁적인 것이 자기 것인 양 하고, 소외계층을 생각하는 척 하고, 구태세력에게 시비를 걸어 대치하는 듯하지만, 정작 권력을 잡았을 땐 구태세력과 다름없는 정책을 더 과감하게 추진하고는 또 다른 말의 성찬으로 안 그런 척 하는, 그런 부류들 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인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이 지난 주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그가 장관시절 '국정 브리핑'에 기고 한 글의 일부를 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는 대한민국은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안고 나온 아기들,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 의지할 자식도 재산도 돈도 없는 노인들, 원인조차 모르거나 원인을 알아도 고치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 이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은 어른들, 자신에게 닥친 크고 작은 시련과 삶에 대한 회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들, 일해도 일해도 가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보건복지부의 이른바 '정책고객' 또는 '정책수요자'들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빛과 그늘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주로 그늘을 살피는 일을 맡고 있기에, 과천 청사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눈물과 회한, 슬픔과 절망으로 넘쳐 흐른다...' - 지난 3월 6일, 국정브리핑 공직자 칼럼 기고문 중

필력이 좋은 그의 글에선 소외계층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지낸 그가 장관시절 정작 한 일은 무엇이었나. 그가 장관 시절 앞장 서 추진했던 의료급여 본인 부담금 부과, 무상 예방접종 사업 무산, 국민연금 개정안 등 하나씩 짚어보자.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급여제도, 무상원칙 무너뜨린 유시민

사회복지 지출은 OECD 최하위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그나마 오랫동안 잘 자리 잡은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제도가 있으니 그것이 의료 급여제도다. 의료 급여 제도는 유시민 전 장관 표현대로 소득이나 재산이 매우 적거나 희귀 난치성 질환에 걸린 국민이 돈 없어서 죽는 일이 없도록 무료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이다.

참여정부 들어 이 제도의 발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방치되었다 싶었던 희귀성 난치병 질환자 등을 급여 대상자에 새로 포함시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적 발전을 거꾸로 돌려놓은 것이 유시민 전 장관이다.

지원 대상을 늘리니 자연히 재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책임이 '의료 쇼핑'을 즐기는 등 혜택을 남용하는 소외계층에게 있으니 병원 갈 때마다 돈을 내라며 이른바 ‘본인 부담금’을 도입한 것이다. 당연 질병이 많은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건강상 취약한 이들이 주로 많은 의료급여 수급자가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병원 이용이 많은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의 3.3배나 많다'는 복지부가 ‘의료쇼핑’의 증거로 제시한 통계는 이 같은 병의 중증도가 제대로 고려 안 된 엉터리였다. 이를 스스로 인정하고 드러나 열흘 만에 뒤집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다시 내놓은 통계에서 수치는 반 토막(1.48배)이나 났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그래도 유시민 전 장관은 직접 현란한 '국민 보고서'까지 써가며 직접 정책을 밀어붙였다. 겉으로는 '반성문' 같이 치장한 이 글 속에서 자기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극히 일부의 자극적인 극단적 사례를 들어 '정책 고객'에 대한 도덕적 마녀사냥을 서슴지 않았다.

유시민 전 장관 스스로도 절대다수의 의료급여 수급자가 선량한 이용자임을 잘 알진데 일부 남용사례를 핑계로 전체 이용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일말의 합리성이라도 있는가. 국가 인권위원회의 '인권침해 우려가 있다'는 권고도 쇠귀에 경 읽기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본인 부담금을 부과하는 대신 건강유지비를 지급하겠다고 하더니 사이버 머니로 지급한다며 다른 건강보험 환자와 구분되는 플라스틱 카드를 도입하였다. 의료급여 환자임이 너무 드러나면 암암리에 차별이 있다며 보험증을 같은 색깔로 바꾼 지가 언젠데 이젠 아예 대놓고 드러나는 플라스틱 카드를 도입한 것이다.

몇 천원, 몇 만원 하는 본인 부담금이 유시민 전 장관에게는 푼돈일지 모르지만 한 푼이 아쉬운 어려운 이들에게는 발길을 잡는 장벽이 된다. 플라스틱 카드가 얼마나 행정적 편의를 안겨줄 진 모르지만 다른 이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그 것은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차별의 낙인이 된다.

소외계층에 마음아파 하던 글 속의 유시민 장관은 어디 갔는가. 그의 정책에서 삶이 어려운 이들은 혜택을 남용하는 부도덕 집단이자 관리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었다.

2세를 위한 무료 예방접종 사업, 앞장서 무산시키고서 남 탓?

결핵, B형 간염, 홍역, 풍진, 파상풍, 백일해, 일본뇌염 등등 아이에게 맞춰야 하는 수많은 국가 필수 예방접종이 보건소뿐만 아니라 일반 의원에서 모든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 될 뻔 했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발의로 입법화된 이 사업을 앞장서 철회시킨 사람도 바로 유시민 전 장관이었다.

이유는 담뱃값 인상 무산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은 무상 예방접종을 주도한 민주노동당이 예산을 마련하려는 담뱃값 인상에 반대했다면서 민주노동당이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비판의 근거로 즐겨 사용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승인된 사업 예산을 국회 예결산특위에 전액 삭감을 요청하여 정작 사업을 무산시킨 것이 본인이면서도 말이다.

더욱이 그가 국민건강 증진시키는 무상 예방접종 사업 예산을 국민건강을 해치는 담배 판매에서 마련하려는 기본 발상부터가 코미디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놀랍다. 결국 담뱃값 인상에 있어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복지부의 명분은 거짓이었고 정작 관심 있었던 것은 흡연자의 호주머니였다는 것을 장관이 스스로 자랑하고 다니는 셈이다.

그리고, 국가 예산의 0.025% 정도밖에 안 되는 500억원이 삭감되었다고 66억원 들여 시범사업까지 한 사업을 무산시킨 것은 장관의 의지 부족 또는 능력 부족이 아닌가. 자신의 눈의 대들보를 남의 비난 근거로 사용하는 그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연금, 정부내 합의기구 논의도 무시하고 일방삭감 강행

참여정부의 복지에 대한 의지, 동시에 유시민 전 장관의 복지에 대한 의지가 말 뿐임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은 국민연금 개정안에서였다. 국민연금 하면 무슨 당장 난리가 날 것 같이 정부나 언론이나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가 현재 OECD 평균 연금 지출 수준인 GDP 7%에 이르려면 2050년이나 돼서야 이다.

하지만 나는 복지를 강조하기 마다 않는 현 정부의 진정한 복지에 대한 의지는 국민연금 문제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고령화가 현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분명하고 가장 큰 사회적 위험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여기에 얼마나 사회적인 투자를 할 용의가 있느냐가 2030년에야 무엇을 얼마나 하겠다는 백 권의 보고서 보다 직접적인 의지의 시험대인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의해 급증하는 노후불안을 연금, 수당, 노동시장정책 등 어떤 정책 수단을 통해 얼마나 어떻게 사회가 공정하게 분담할 것인가이다. 현재 유일한 사회적 노후소득 보장 장치인 국민연금을 대책 없이 일단 깎고 보는 것이 '복지'를 생각하는 장관의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유시민 전 장관은 이를 '장관직을 걸고' 추진했다. 처음부터 그는 정부가 사회적 합의기구로 설치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에서의 논의조차 거부하고 일방적인 연금 삭감만을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 여성, 시민, 노동, 농민 단체는 물론 불교, 천주교, 기독교 등 종교단체들까지 한 목소리로 이 같은 장관의 전횡을 막아달라고 청와대에 '읍소'하는 일까지 벌어졌었다.

이같이 유시민 전 장관은 권위주의적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노후소득보장 제도인 국민연금 제도를 국민의 복지 차원이 아닌 국가 재정 문제로밖에 볼 줄 모르는 그의 편협한 시각을 확인시켜 주었다. 유 전 장관의 주장처럼 국민연금을 삭감하기만 하면 정부는 재정 부담을 덜지 모른다. 하지만 고령화가 지속되는 한 늘어나는 노후불안은 사회적 분담의 몫이 줄어드는 만큼 그대로 힘없는 서민들의 몫으로 늘어날 뿐이다.

그의 개혁적 이미지는 정책 비판능력 부족한 언론 때문

이 모든 것이 지극히 뿌리 깊은 권위주의와 구시대적인 관료주의의 관행에 젖어있는 결과물 들이다. 그럼에도 유시민 전 장관이 여전히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정치적 발언엔 쌍심지를 켜다가도 조금만 복잡한 정책적 사안이면 제대로 된 분석이나 비판은 고사하고 정부 발표를 받아 적기 바쁜 언론들 덕이 크다. 결국 개혁적 이미지에 의한 열광적 지지는 허상에 기반해 있을 뿐이다.

유시민 전 장관이 정말 본인의 생각에 의해서 장관 시절 그런 정책들을 추진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 십년 보수정권에 익숙한 관료들이 갖다 주는 정책을 졸졸 따른 결과였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른 수많은 정치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지만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비단 구태 정치인들도 여론의 눈치라도 보고, 시민사회의 비판을 의식한다. 한나라당 정치인은 원래 그렇다고 알기라도 한다. 하지만 노무현이나 유시민 같이 스스로의 정책적 이해력에 비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한 정치인들은 관료주의적, 구시대적 정책에선 제대로 벗어나지도 못하면서 그 것을 마치 애초의 진보적 신념이었던 마냥 행세하며 앞뒤 안보고 밀어붙인다.

그 결과 그나마 있었던 공공의 기반이나 어렵게 이뤄낸 정책적 발전도 과감히 무너뜨려 버린다. 그러고서도 무엇을 했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말의 성찬으론 자신은 여전히 개혁적인 양, 마치 구태 세력과 싸우고 있는 양 치장하니 안 그래도 취약한 합리적인 정치적 논의의 기반마저 허물어 버리는 것이다.

이들이 여타 다른 구태 정치인들 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이 같은 이유이다. 선택의 실패는 노무현 한 번으로 족하고도 남는다. 유시민, 그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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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17 19:4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글쎄...

    위의 글쓴이의 좁은 판단의 한 부분만 보여지는 듯...

    결국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선한척하기 위해

    세상을 악에 구렁텅이에 밀어 넣어야만 만족하는 글인듯...

    뭐 본인은 아니라고 최면하지만 본인의 행동은 그런 결과로 몰아간다는 거지...

국민연금에 부채? 고갈? 용어 부적절

- 정부·언론 협소한 시각 드러나...시민단체 "합리적 논의 장벽"

 

▲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2건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처리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권에서는 다시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지난번 국민연금 개정안의 국회 부결 이후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하루에 잠재부채가 800억이 발생하고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면서 개혁의 시급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나 '고갈'과 같은 용어 사용이 오히려 국민연금 논의에 적합하지 않거나 연금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 개정안 부결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하루 잠재 부채가 800억, 연간 30조에 이른다고 말한 이후, 이같은 수치는 각종 언론 보도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하루 800억 잠재부채? 정부의 협소한 관점

하지만 '잠재 부채'와 같은 용어사용 자체가 연금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편협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YMCA, 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총체적인 우리나라 고령화 대책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함에도 정부가 협소한 보험수리적인 관점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하루 800억 잠재부채라는 것은 국민연금 적립금의 수지 차원의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 전체적인 공공연금 지출 규모는 그렇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다양한 재원으로 연금재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부채'라는 개념의 현실적 의미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공공연금 지출액은 현 제도상으로도 2050년에 가서야 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 수준(GDP 대비 7%)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정부의 보험수리적 관점에서는 정부 개혁안 역시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대로 연금 기여율을 12.9%로 높이고 급여율을 50%로 낮춘다고 해도 이른바 '잠재부채'는 하루에 650억에 달한다.

문제 본질은 전체 공공연금 지출 규모지 '고갈' 여부 아냐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갈'이라는 용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 편협한 보험수리적 관점으로 사용되는 용어일 뿐더러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제도상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는 2047년에도 연금 총지출 수준은 현재 주요 선진국의 평균적인 규모에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기금의 '고갈' 여부와 상관없이 그 정도면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시 '기금고갈'이라는 개념상에서도 정부의 개혁안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에 의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2065년으로 늦추는 것으로 현 제도와 비교하여 20년이 채 안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같은 사실에 기초할 때 '고갈을 막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모순이 있는 셈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문제의 핵심이 기금 고갈에 있지 않다"면서, "노인부양에 소요되는 재원의 총량을 사회 전체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원석 처장은 이 글에서 국민연금 개혁논의는 "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07년 4월 11일 오마이뉴스 기고, 12일 메인 서브로 보도

 

보도본 보기: 국민연금에 부채? 고갈? 용어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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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비장한 연금개혁, 보기 민망하다

[주장] 군사독재 시절과 다름없는 유시민식 국민연금 접근법

 

▲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건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처리됐다. 자신이 주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 개혁안의 부결을 책임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조중동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 언론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는 '기초노령연금법안'만 통과시키고 손해가 될 '국민연금개혁안'은 부결시켰다"며 정치권의 이기심을 나무란다. 유시민 장관은 "지금 연금 개혁을 못하면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장관직을 버려서라도 성사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 땅까지 나와 우리나라 사회복지를 위해 무언가 하겠다며 공부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렇게 권력도 초개같이 버리면서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복지부 장관의 모습이 자랑스러울 법만도 하다. 그러나 유 장관이 정부의 현 국민연금 개혁안이 무슨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양 비장해질 때마다 민망함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령화 한국사회, 연금 줄이면 미래세대 부담 사라지나

유시민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지금 연금 개혁을 안 하면 현재 발언권이 없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미래세대가 현 연금제도를 위해 소득의 30%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안을 반대하는 것을 자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쯤으로 몰아붙인다.

그럼 지금 미래 연금을 깎는 연금개혁안을 강행하면 그 미래세대 부담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는 것인가. 착각은 그 정도에서 그만하자. 미래세대 부담은 국민연금 때문에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때문에 증가하는 것이다.

즉, 연금을 덜 받는 개혁을 한다면 당장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액은 감소할지 모르지만 그 감소분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형태로 바뀌어 개개인에게 전가될 뿐이다.

사회보험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해주는 체계다. 사회보험체계인 국민연금에서 그 부담을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부모를 끝까지 부양하려고 하는 착한 자손들이나 자식에게 부담되기 싫어 가출하거나 거리를 전전해야하는 비참한 노인들, 즉 힘없는 서민들이 되는 것이다.

연금 보험을 더 내는 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연금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호주·뉴질랜드 등의 정책자문을 하고 있는 런던정경대 니콜라스 바(Nicholas Barr) 교수는 이 같은 생각이 착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즉, 현 노동인구가 향후 노후에 소비할 상품과 서비스를 땅속에 파묻는 것이 아닌 이상, 얼마를 적립 하던 간에 어차피 미래 노령인구가 소비해야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할 미래 노동인구의 사회 전체적인 부담이 감소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민주정부라면 연금개혁의 초점은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사회적 부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담할 것인가에 맞추는 것이 지당하다. 적어도 당장 연금 수급액이나 줄여 눈앞에 증가하는 재정 압박요인만 좀 덜어보려는,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개혁을 가지고 미래를 위한 구국의 결단인양 선전하는 민망함은 연출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 서울시 신천동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 본부 입구에 '국민복지의 요람'이라는 머릿돌이 세워져있다.
ⓒ 남소연
한달에 30만원... 연금은 지금도 부족하다

솔직히 말하면, 현 연금제도도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40년 가입 기준으로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받게 되어있지만 실제적으로 평균 가입기간이 20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에 현 세대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평균적으로 월 30만원대 수준이다. 적지 않은 도움이야 되겠지만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근본 취지에는 여전히 무색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도 많으니 덜 받으라는 것이다.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소속 국가들의 공공연금 지출 규모는 2000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7% 수준이다. 정부의 추계로도 우리나라 공공연금 부담규모가 현 OECD 평균 수준에 이르는 시점은 현 제도 아래서도 2050년이나 돼서야 이다.

즉, 이대로 가면 하루에 몇 백억의 잠재부채가 쌓인다는 둥 2047년에 가면 연금재정이 고갈된다는 둥 난리지만, 기실 이는 국민연금 적립 재정의 수지에만 한정해서 봤을 때 얘기일 뿐이다. 전체적인 공공연금 지출 수준은 40년이 더 지난 그때 가서도 현재의 주요 선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런 공공 연금 지출 수준을 가지고 유시민 장관과 정부, 언론 등은 무슨 재난 상황이나 발생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유럽 등지에서 현재 연금으로 인한 사회문제와 갈등이 대단히 심각한 듯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 현지에서 느끼는 이들 국가들의 논의의 초점은 고령화로 늘어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이지 당장 연금이나 줄여서 눈앞의 정부 부담만 줄여보자는 발상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연금에 대한 기본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독재정부는 재정 만들려고, 민주정부는 재정 줄이려고

연금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편협한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처음 논의되었던 73년도에 연금 제도를 처음 논의했던 근본 이유는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 아니라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에 필요한 내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연금이 기형적으로 출발했다고 하지만, 현 연금제도가 성립된 것은 이때가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인구로 유입되기 시작했던 80년대 말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희생의 결과 탄생한 정부의 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직을 걸고 추진하는 연금 개혁도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단 큰 재정 부담 요소를 줄여놓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근본에 깔려있다.

개발독재 정부는 개발재정을 만들기 위해서, 민주화됐다는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결국 '정부 재정'의 관점에서만 연금을 바라볼 뿐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근본 취지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연금으로 인한 미래세대 부담이 정말 걱정이라면 연금 지급 규모를 줄여서 그 부담을 개개인에게 떠넘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 대안적인 노후소득보장 재원 마련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연금 보험료로 집중된 서민의 부담을 분산시키고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은 외면한 채, "무조건 미래세대가 소득의 30%를 내야한다"면서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 민주적 정부의 도리가 아닌 것이다.

최소한, '구국의 결단'인 양 치장하지는 말라

▲ 2006년 2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화장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종이박스를 깔고 잠들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미 참여연대·YMCA·여성단체연합·민주노총 등의 단체들이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 등을 통해서 ▲조세감면제도 폐지 혹은 축소(2005년 현재 조세감면규모는 연간 18조) ▲간이과세 폐지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과세기준 하향 조정 등과 같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다양한 재원 마련 대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와 유시민 장관은 철저히 무시해왔다.

또한 국민연금 급여액을 기존 소득의 4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노인 80%에게 기존 소득 10%에 해당하는 연금을 지급해 재정 부담을 분산시키자는 수정 제안도 제시됐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국민의 연금 부담률 증가를 최소화하고 ▲급여 수준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고 ▲현 제도상에서는 노후보장을 받을 수 없는 많은 국민도 구제할 수 있다.

이 기초노령연금안은 이미 노인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상쇄되어 정부의 부담은 그렇게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도 정부는 전체 노인 60%에게 기존 소득 5% 수준에 불과한 기초노령연금을 명목상 집어넣은 채 정부 재정 부담만 줄이는 기존 개혁안을 고집하였다.

결국 정부는 복지는 말 뿐이고 기본적으로 노령화 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기 위한 뜻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만 희생시키면서 정부 재정 부담이나 경감시키기 위한 연금법 개정안을 구국의 결단인 양 치장하는 그런 민망한 장면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 2007년 4월 6일 오마이뉴스 기고, 7일 메인탑으로 보도

 

보도본 보기: 유시민의 비장한 연금개혁, 보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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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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