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는 여전히 중요한 기준입니다

정식으로 제기된 반론에는 답변하는 것이 예의인 듯하여 댓글로 남깁니다.

일단 먼저 말씀드릴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실패한 노 대통령, 당신이 틀렸다'라는 다소 단정적인 제목은 제가 붙인 것은 아닙니다. 이 때문에 주목도는 상당히 높아진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논점에서 좀 벗어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것이 아니면 편집진의 결정을 우선적으로 존중하는게 기자의 자세라 생각하여 별 이의를 제기하진 않았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보수와 진보는 여전히 국가정책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여전히 매우 중요한 기준입니다. 아무리 실용주의를 주장한다고 해도 아주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정해진 상황에 대한 대안은 정치적 가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즉 국가의 정책적 방향은 집합주의적-개인주의적, 공공중심적-시장중심적, 보편주의적-선별주의적, 시민권적-소비중심적 등등 다양한 양분된 가치사이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이러한 양분된 가치지향은 특정한 교조적 정책형태로 고정되어 있기 보다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실용적인 변형된 형태를 띄게됩니다.

여기서 실용적이라고 함은 가치가 배제되어 실용적이는 의미라기 보다는 가치에 따라 설정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용성을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특정적으로 고정된 정책만을 특정한 가치에 연결시키는 태도를 '교조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가치에 기반하여 생산된 정책을 그 처한 상황에 맞게 실현가능성, 효과성 등으로 다시 평가될 수 있겠지요. 물론 그 평가의 기준은 그 정책적 가치에 의해 설정된,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1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각각의 가치에 입각한 정책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니게 되고 기대하는 효과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 신노동당이 아무리 제3의 길을 간다고 해도 공공의 영역을 확장하되 시장의 원리를 적극 도입한 정책들은 선별적이고 소비주의적인 영향을 피할 수가 없게 됩니다. 즉, 영국의 대표적인 보편주의적 무상의료시스템인 NHS에 시장 시스템을 도입한 결과 지역별 의료 서비스 차이가 나타나고 거래비용(transaction cost)이 급증하는 등의 보편주의 서비스내에서 조차도 시장주의적 문제점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 일요일에 끝났던 프랑스 대선이 여전히 보수와 진보가 중요한 기준으로 남아있는 좋은 예중의 하나입니다. 사르코지는 현 프랑스의 상황에서 개인주의적, 시장중심적, 선별주의적, 소비중심적 대안을 선명하게 제시함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했고 그를 기반으로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그 반대 주자로 나섰던 세고렌 로얄은 그에 대척하는 보편주의적이고 집합주의적이며 시민권에 기반한 분명한 정체성과 명확한 대안을 보여주는데 다소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광범위한 사르코지에 대한 반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집권에 실패하고 말았지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굳이 서구의 기준에 따를 이유는 전혀 없지만 그렇다면 우리 나름의 가치에 따른 정책방향은 정치권에서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민주주의적 정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어 있지요. 얼토당토 하지도 않은 출신 지역이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안 사이에서 민주주의적 선택이 가능해진다는 말입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가 다양할 수는 있지만, 심지어는 일부 소위 자칭 보수들이 노무현 정부를 '좌파'라고 규정하는 코메디가 여전히 펼쳐지지만, 합리적인 수준에서 형성된 진보와 보수의 기준은 우리나라에도 존재하고 있으며 그렇게 형성된 기준에 비추어 볼때 경향적으로 진보로 선택된 정부가 극단적인 보수적 정책적 선택을 함으로서 그 기반마저 크게 붕괴시켰다는 것이 말하고자 하는 지점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은 그래도 노무현 정부가 좌파라고 박박 우기는 소위 자칭 보수들 (우리나라에 제대로된 보수가 없다는 것은 한국 정치의 또하나의 불행이지요)의 논법에서는 통할리가 없겠지만 말입니다.
 
- 오마이뉴스에 2007년 5월 7일자에 기고 한 '실패한 노대통령, 당신이 틀렸다'의 반론 글 '국가의 정책을 진보-보수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에 대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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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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