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누른 '채널4뉴스'엔 특별한 것이 있다

- 생동감과 역동성 넘치는 뉴스로 '올해의 뉴스진행자상' 등 휩쓸어



▲ 로얄 텔레비젼 소사이어티 저널리즘상을 휩쓴 채널4 뉴스팀
ⓒ 채널4 뉴스
지난 22일 영국 내 방송 저널리즘의 최고 영예라고 할 수 있는 로열 텔레비전 소사이어티 저널리즘상(Royal Television Society journalism award) 시상식 이후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갈렸다.

세계적 명성의 BBC 뉴스는 카메라맨 단 한 명의 수상에 그친 데 반해 ITN이 제작하는 채널4 뉴스는 최고의 국내·해외 저널리즘을 비롯하여 올해의 뉴스 프리젠터(진행자) 상 등 굵직굵직한 5개의 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영국 생활 4년째, 꽤 오랜 기간 채널4 뉴스의 애청자였던 나로서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방송 뉴스도 이들의 형식을 좀 빌린다면 좀 더 역동적이고 내용 있으면서 흥미로운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던 터라 이번 기회를 빌려 이들의 독특한 뉴스 진행 방식과 저널리즘을 소개해 볼까 한다.

두 개의 뉴스 데스크로 분리해 뉴스의 역동성 살려

채널4 뉴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두 개로 분리된 뉴스데스크다. 대부분 방송 뉴스가 하나의 중앙 데스크에서 한 명 또는 두 명의 진행자가 진행하는 형식과 달리 채널4 뉴스는 주요 뉴스를 심도 있게 전달하는 중앙 뉴스 데스크와 기타 뉴스를 다루는 보조 뉴스 데스크로 분리되어 있다. 이 두 데스크가 서로 분리된 역할에 따라 주고받는 진행 방식은 전체 뉴스 프로그램의 역동성을 살려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방송 뉴스의 주요 뉴스는 비슷한 형식의 몇 개 꼭지를 통해 전달된다. 반면 채널4 뉴스의 중앙 데스크를 통해 전달되는 주요 뉴스는 리포트·인터뷰·토론·분석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그 중 특히 도드라지는 부분은 주로 생방송으로 이루어지는 인터뷰다.

대부분의 주요 뉴스에서 정부 장ㆍ차관과 같은 뉴스의 당사자, 또는 시민단체나 이해집단 관계자, 관련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스튜디오 내에서 또는 대형 화면에 연결되어 실시간 인터뷰가 이루어진다.

실시간 인터뷰를 통해 뉴스의 생동감은 물론이거니와 관련 당사자 또는 관계자의 목소리를 여과없이 직접 들어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논쟁적 사안은 양쪽 관계자를 모두 스튜디오로 불러들인다. 생방송 뉴스에서 이렇게 당사자를 직접 출연시키는 데는 당연히 위험부담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들을 다루는 진행자들의 숙련된 솜씨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킨다.

▲ 채널4 뉴스 인터뷰 장면
ⓒ 채널4 뉴스
말의 진검승부를 보는 듯한 생생한 인터뷰

올해의 프리젠터 상을 받은 존 스노우(Jon Snow)를 비롯한 메인 진행자들은 인터뷰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해박한 이해력으로 인터뷰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장악할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질문을 연타로 날려 대상자에게 분명한 답을 하게끔 유도하는 솜씨는 뉴스의 긴장감과 흥미를 높인다.

물론 인터뷰 대상자로 자주 등장하는 국회의원 장ㆍ차관(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장ㆍ차관이 모두 국회의원이다)들도 만만치는 않다. 확실한 근거와 논리로 무장한 이들은 날카로운 공격을 쉴 새 없이 받아친다.

인터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정보가 거짓으로 드러난 후 이루어졌던 진행자 존 스노우와 영국 수상 토니 블레어 간의 인터뷰였다. 분명한 잘못의 인정을 받아내려는 스노우와 이를 방어하는 블레어 간의 이어지는 질문과 대답은 마치 말이 칼이 되어 서로 부딪치는 진검 승부를 보는 듯했다.

서로 잘 짜인 점잖은 인터뷰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가끔 '왜 저런 수모를 당하면서 인터뷰에 임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불리한 사안에서조차 직접 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생방송 인터뷰에 임하는 매력일 것이다.

전쟁의 위기 속에서 사람을 보여주다

▲ 채널4 뉴스의 중심 진행자 존 스노우
ⓒ 채널4 뉴스
채널4 뉴스가 뛰어난 또 다른 측면은 논쟁적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매우 심도 있게 전달해 준다는 점이다. 특히 이란 핵위기가 높아지기 시작할 무렵 다른 뉴스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반응을 그냥 보여주는데 그친 반면 채널4 뉴스에서는 중심 진행자인 존 스노우를 이란에 파견했다.

그는 일주일 동안 이란의 분위기뿐 아니라 언론·여성·사회 현안 등 이란의 다양한 측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면서 살벌한 핵무기 논란 뒤에 자칫 잊히기 쉬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이 기획은 이번 시상식에서 스페샬리스트 저널리즘 상을 받기도 했다.

이라크전 보도에서도 폭탄 테러가 몇 번 일어나고 몇 명이 죽는다는 매번 반복되는 뉴스를 넘어서 그 속의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었다.

새로운 이라크에 희망을 품고 돌아갔던 영국 망명 이라크인 의사가 후세인 치하보다 더 일상적으로 유린당하는 인권을 보고 다시 이라크를 떠나면서 독백조로 들려주는 이라크 현실은 사회적 붕괴상황이 한 사회의 가치를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는 뛰어난 뉴스 리포트였다.

우리나라 방송 뉴스들이 시청률을 의식할 때면 흔히 자극적인 소재나 이용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이미 내용에서나 형식에서나 너무나 뻔한 뉴스의 틀에 질려가고 있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 것일까. 채널4 뉴스는 뉴스의 흥미와 생동감을 높이면서 동시에 질적으로도 다른 차원의 뉴스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덧붙이는 글 -----------------------


채널4는 최근에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킨 빅브라더를 방송하는 바로 그 채널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채널 이미지와 정치적 지위에 상당한 타격을 입긴 했다. 하지만 시사부분에서 채널4 뉴스를 비롯하여 대표적인 심층시사 프로그램인 디스패치스(Dispatches) 등은 영국내 어떤 공중파 채널보다 뛰어난 명성을 지니고 있다.



- 2007년 2월 23일 오마이뉴스 기고, 25일 메인탑으로 보도


보도본 보기: BBC 누른 '채널4뉴스'의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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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시, 엉뚱한 '가이' 생방송 인터뷰

지난 8일 비비시 뉴스24에서 애플 컴퓨터와 비틀즈 음반회사인 애플사간의 상표권 법정 분쟁에 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접견실에서 대기하고 있던 뉴스와이어리스닷컴 편집자 가이 쿠니씨. 그는 접견실안 텔레비전을 보고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뉴스화면에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엉뚱한 사람이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를 하고 있었던 사람은 가이 고마씨. 콩고대학을 졸업한 그는 비비시 방송국에 구직차 면접을 보기 위해 왔다가 ‘가이’씨를 찾는 피디의 부름에 뉴스 스튜디오까지 들어간 것이었다. 생방송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까지 면접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던 고마씨는 진행자가 ‘뉴스와이러리스닷컴 편집자’라고 소개하는 말에야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그의 놀라는 표정까지 생생하게 방송되고 있었다.

당시 비비시 뉴스24 생방송 화면 면접차 방송국에 왔던 고마씨가 자신이 엉뚱하게 출연한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비교적 그는 차분하게 인터뷰를 이어갔다.
ⓒ BBC

오늘 법원 판결에 놀라지 않았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매우 놀랐다’는 고마씨의 답변으로 시작된 그의 인터뷰는 진행자가 무언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현장 리포터로 돌리기 전까지 1분 30초가량 계속되었다.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와 음반산업 문제에 대한 이어지는 질문에 대해서 ‘어디에서나 쉽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좋은 것 같다’는 취지의 솔직한(?) 답변을 비교적 침착하게 이어갔다.

이 뉴스화면이 나간 직후에 현지 언론에서는 고마씨를 택시운전사라고 일제히 오보를 하기도 했다. 어떤 언론에서는 가이 쿠니씨의 택시요금을 받으러 왔다가 엉겁결에 끌려갔다고 보도하는 등 각종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결국 고마씨는 비비시에 면접차 왔던 구직자임이 밝혀졌고, 이 사건 덕분에 엉뚱하게 출연했던 비비시 뉴스24를 비롯하여 주요 공중파 방송국의 간판뉴스 프로그램인 채널4뉴스 등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인터뷰를 하는 등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지난 15일 비비시 대변인은 시청자에게 혼동을 일으킨 것에 대해서 공식 사과했다.

 





다음은 당시 인터뷰 번역본이다.

진행자: 가이 쿠니씨는 테크놀로지 웹사이트인 뉴스와이어리스 편집자입니다. (고마씨의 당황하는 표정) 안녕하십니까?

고마씨: 안녕하십니까?

진행자: 오늘 판결에 대해 놀라셨나요?

고마씨: 매우 놀랐습니다. 이 판결이 나에게 떨어졌고 ... 왜냐하면 저는 그것을 전혀 예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제가 왔을 때 그들은 다른 것을 얘기했었고 그리고 제가 왔습니다. 그래서 매우 놀라웠던 것이죠 어쨌든 ...

진행자: 매우 놀라운 일이죠. 그렇죠?

고마씨: 네 맞습니다.

진행자: 비용문제를 포함해서 생각할 때 이제 사람들이 더 많이 온라인에서 내려받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마씨: 사실 어디를 가시던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과 웹사이트에서 그들이 원하는 어떤 것이던지 내려받기 하시는 痼?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 어 ... 이것은 발전을 위해 훨씬 좋은 일이고 ... 어 ...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려주고 쉽게 얻고 그래서 그들이 찾는 다면 더 빠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사람들이 웹사이트에 가서 음악을 내려받는 것이 정말 음악 산업을 발전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마씨: 그렇습니다. 사이버 카페 어디를 가서나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누구나 인터넷에서 무언가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진행자: 매우 감사합니다.

 

- 2006년 5월 17일 오마이뉴스 기고, 메인서브로 보도

 

보도본 보기: 비비시 엉뚱한 전문가 생방송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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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여왕 80세 생일 축하 속, 사후 우려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 21일로 80세가 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차분한 분위기를 요청한 가운데에서도 수많은 국민들의 축하를 받으며 ‘감동적인’ 생일을 맞았지만 동시에 여왕 사후 영국 왕실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생일 날, 윈저성을 나선 여왕은 직접 축하의 말을 전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2천여명의 국민의 환호를 받았다. 여왕은 이미 이 날까지 2만여 카드와 17천여개의 이메일 축하메세지를 받아 개인 메시지를 통해 이에 ‘감명 받았다’며 ‘이날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카드와 메시지를 보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1953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후, 이미 유럽 왕실 중 최장기간 집권했으며 영국 역사상 64년 집권한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도 무난히 깰 것으로 보이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차대전 이후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왕실을 굳건히 지켜왔다.

 

즉위 몇 년 후 여동생 마가레트의 이혼남과의 결혼을 단호히 반대해 무산 시키는 등 여왕은 강한 보수적 도덕성을 고집해왔다. 그 덕에 여왕은 집권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불미스런 스캔들에 휘말린 적이 없지만 자식들의 실패한 결혼들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 하지만 그 위기를 돌파한 중심에 역시 여왕이 있었다.

 

92, 연이은 왕자들의 결혼파탄에 이은 윈저성 화재로 인해 거액의 복구비용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왕실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여왕은 전격적으로 자발적인 세금납부를 발표하기도 했다. 여왕의 가장 큰 위기로 여겨지고 있는 97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때 역시 이례적으로 여왕이 직접 방송에서 추도사를 발표, 위기를 면하기도 했다.

 

그 결과 여왕은 80세 생일 맞아 <아이티브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왕실 최고의 인기를 차지하는 등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생일을 보도하는 영국 현지 언론에는 여왕 사후에 대한 우려 역시 제기 되고 있다. 여론은 여왕 외 왕실 그 어느 누구에도 여왕에게 만큼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데일리메일> 왕실출입기자인 제임스 위테커씨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여왕이 살아있을 때는 왕실은 모든 일이 순탄하겠지만 그녀 사후까지 그럴 것이라고 확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유력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실은 ‘여왕의 생일을 축하하자. 그리고 그녀가 갈 땐 이 우스운 제도도 묻어버리자’란 칼럼 제목을 1면 윗단에 크게 올렸다.

 

2차대전후 영 제국이 붕괴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왕실의 실질적 위상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은 더욱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여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지만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로 분리되어 있는 나라를 하나로 묶는 것은 물론 과거 제국의 영광을 품고 있는 영연방 국가의 상징이자 구심으로서 실질적 기능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는 자체 의회를 갖게 되는 등 분권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유럽통합이 진행되면서는 영국 국민의 여왕의 ‘신민’으로서 지위와 유럽연합의 ‘시민’으로서의 지위가 충돌하고, 영연방의 지위가 불분명 해지는 등 왕실의 실질적 위상은 계속 흔들리고 있다.

 

영국 하면 당연히 여왕이 떠오르고, 영국 국민은 모든 지폐와 동전에 새겨진 여왕 얼굴을 자신들 어머니보다도 자주 본다지만 21세기에 존재하는 왕실의 운명은 보이는 만큼 순탄치는 않은 것이다.

 

- 2006년 4월 22일 한겨레 기고, 지면에서 밀려 비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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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 ‘유전자 등록’ 인종차별 논란

흑인 비율, 백인의 4배

 

영국 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국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이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영국 내무부는 지난 4일 지난해말 현재 3백만명의 유전자 샘플(전국민의 5%)이 포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2008년까지 420만명(전국민의 7%)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 1.13%, 미국의 0.5%에 비해 훨씬 높은 비율이다.

 

내무부는 유전자 감식에 의해 해결되는 사건이 지난 5년간 4배로 증가했으며 사건 수사의 75%가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데이터베이스 확대를 위해 지난 5년간 3억파운드(약 6천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또 지난해 4월엔 일단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은 용의자는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야당인 자유민주당은 내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어떤 혐의도 입증되지 않은 14만명의 유전자 샘플이 데이터베이스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중에는 범죄 희생자들도 포함돼 있다. 자유민주당 내무담당 대변인인 린 피더스톤은 “이것은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침해”라고 비난했다.

 

논란은 최근 유력 일간지 <가디언>이 데이터베이스 분석 결과 흑인이 백인의 4배에 달한다고 폭로해 인종차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내무부는 이에 대해 약 11만명의 샘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혐의가 인정된 범죄자에게서 확보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 흑인경찰연합의 케이스 자넷 대표는 “그동안 불심검문에 백인보다 흑인이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흑인의 높은 비중은 이런 경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흑인경찰연합은 지난 5일 정부에 인종편향성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 한겨레 2006년 1월 9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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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부당한 세금’ 바로잡기

영국에서 지방세 인상에 저항하는 한 할머니의 끈질긴 싸움이 화제를 낳고 있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엑시터시의 실비아 하디(73)는 연금 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지방세 인상에 맞서 납부를 1년여 동안 거부해오다 구류 처분을 받아 지난 26일 수감됐다. 그러나 익명의 독지가가 체납된 세금을 납부해 곧바로 풀려났다.

 

그의 싸움은 시가 2003년 지방세를 18% 가까이 인상하면서 시작됐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 급여 수준을 약간 넘는 그의 연금은 그 해 겨우 1.7%가 인상됐을 뿐이다. 그는 “내가 이 싸움을 시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며 “내 연금이 지방세 인상분을 모두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지방세는 주택의 가치에 따라 매겨진 등급을 기준으로 부과돼, 집은 있지만 소득이 적은 연금 생활자에게는 매우 불리하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2개의 침실이 있는 집을 가진 하디에게 2003년 부과된 세금은 644파운드(128만원)였다. 하디는 연금 인상율 1.7%를 넘는 인상분 91.28 파운드(18만원)의 납부를 거부한 것이다.

 

독지가의 도움으로 풀려난 그는 “이는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는 나의 저항을 방해하는 행동밖에 안된다”며 “나를 풀려나게 한 것은 경솔한 행동”이라고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세금을 내지 않아 수감된 사람은 세금이 납부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풀려나는 것이라며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영국의 지방세는 대처 정부 시절 복지재정 축소의 일환으로 인두세 개념의 ‘폴 텍스’를 시행한 이후 뜨거운 쟁점 중 하나가 돼 왔다. 이를 시행한 1990년 당시 2만여명이 런던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폭력시위가 일어났고, 결국 ‘철의 여인’ 대처는 총리에서 물러났다.

 

- 2005년 9월 30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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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36% “음주후 성폭행 피해”

34% “동료 압력에 마셔”

 

영국 여성 음주자에게 ‘빨간불’이 켜졌다.

 

주류 업체들이 ‘책임있는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설립한 ‘포트만 그룹’이 최근 영국내 18~30살의 젊은 남녀 각각 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여성이 음주후 폭행이나 성적 위험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를 보면, 여성 응답자의 36%가 ‘음주 후 성폭행 피해’를 경험했고, 34%가 ‘음주 후 의도하지 않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주 이유로 ‘동료들의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마신다는 응답자가 34%로 가장 많았다. 이는 여성 음주자가 음주량을 통제하기가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진 코우신스 포트만그룹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상당히 충격적” 이라며 “술자리에서 통제 가능한 상태인지를 스스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후 여성의 공격적인 행동도 눈에 띈다. 보고서는 남성의 45%가 ‘음주 후 싸운 적이 있다’고 답한 반면, 여성 음주자의 절반 이상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27%의 여성이 음주 후 ‘경찰에 의해 연행되거나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지만 남성은 16%만이 ‘같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는 여성음주 비율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해 국립통계사무소의 보고서를 보면 주간 권장 음주 한계 이상 술을 마시는 여성이 10년 전 10%에서 최근 17%로 급증했다. 남성은 같은 기간 26%에서 27%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음주 후 여성이 처하는 위험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돌리는 듯하다는 비난도 많다.

 

보고서는 ‘책임 있는 음주’ 캠페인 일환으로 음주자 스스로 알코올 소비량을 기록하고 음주량을 줄이도록 독려하기 위해 진행중인 ‘음주일기’(www.drinkaware.co.uk)와 함께 발간됐다.

 

- 2005년 9월 29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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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동물실험 논쟁 ‘불꽃’

동물권단체 과격행동에 실험용돼지 사육포기
과학자·의사 700명 동물실험 지지성명 ‘반격’

 

▲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시가행진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동물권 운동단체 회원들.

지난 23일 동물실험용 돼지를 사육하던 한 농장이 동물권 운동단체의 위협으로 돼지 사육을 포기하면서 영국내 동물권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동물의 권리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주요 사회운동의 하나이자 뜨거운 사회적 쟁점이 돼왔다. 1963년 동물사냥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시작된 영국 동물권 운동은 1970년대부터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운동으로 확대됐다.

 

동물권 운동단체들은 지난 1999년 유럽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연구소인 영국의 ‘헌팅턴 생명과학’의 문을 닫게 했다. 2000년에는 유럽에서 화장품생산 업체들의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조처를 끌어냈다.

 

그러나 한편에선 과학자들에게 폭발물을 소포로 보내는 등 과격한 행태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실험용 돼지 사육을 포기한 농장도 이들 단체들이 지난 6년 동안 벌인 과격한 행동에 두손을 든 경우이다. 동물권 단체들은 농장주의 가족 묘지에서 장모의 시신을 훔쳐가는 비윤리적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최근 귀족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여우사냥을 폐지하는 한편으로, 동물실험과 관련된 사업에 의도적으로 손해를 입히는 행동을 금지시키는 법을 제정하는 등 극단적인 행동과는 선을 그어왔지만 이들의 과격행동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많은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농장의 돼지 사육 포기 발표 다음날인 24일엔 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영국내 과학자와 의사 등 700여명이 동물실험 지지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들은 “동물실험은 작은 부분이지만 인류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동물실험 지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들은 “가능한 한 실험대상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안적인 방법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며 동물실험은 최대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과학자들의 지지성명 발표를 주도한 연구보호협회 사무총장인 사이번 패스팅 박사는 “700명이 넘는 영국 최고의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서명에 동참했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실험에 대한 지지가 강력하고 매우 깊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흔히 동물권을 주장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주장이 과학적이고 의학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그런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의 이번 성명 발표는 실험용 동물농장 폐쇄라는 ‘승리’에 들떠있던 동물권 운동단체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주었다. 동물실험 폐지를 위한 영국연합 사무총장인 아돌포 산솔리니는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노력했지만 결국 상당수의 과학자들은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실험에 동물들을 사용하는 것을 여전히 정당화하고 있다”면서 과학자들의 성명 발표를 강하게 비난했다.

 

- 2005년 8월 28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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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주말? 금요일 안전운전!

 

 

영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평일보다 사상자 25% 많아

 

“주말을 망치지 않으려면, 금요일 초저녁 시간대 고속도로 운전을 조심하라.”

 

영국 왕립 자동차동호회재단이 2003년 영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금요일 오후 시간에 고속도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재단은 이른바 ‘TGIF(Thank God It’s Friday, 야호! 금요일이다) 효과’로 불리는, 주말의 시작으로 인한 흥분상태가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영국 고속도로에서 금요일 오후 4~7시 시간대가 일주일 중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나고 교통체증이 심한 시간대로 분류되지만, 특히 오후 4~5시가 가장 심했다. 2003년에만 이 시간대에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나 부상자 수가 208명에 이르렀다. 다른 날은 평균 158명인 데 비해 약 25%가 많은 수치다. 영국에서 금요일 퇴근 시간이 보통 4시인 것을 고려하면 보통 퇴근 시간 뒤 1시간 동안 고속도로에서 가장 많은 교통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또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8월이 가장 최악의 달로 나타났다.

 

숙련운전자협회의 브라이언 룬은 “이런 심리상태에서 원하는 만큼 빨리 차가 움직이지 못할 경우 쉽게 기분을 망치거나 화가 날 수 있다”면서 “화가 났다는 것은 운전자에게는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망가진 치명적 금요일’ 현상은 이제 막 주5일제가 정착해가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2005년 8월 14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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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형마트 육류 ‘싼게 비계덩어리’

속성 성장 부작용 지방 과다

 

 

대형마트의 이면을 밝힌 한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영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채널4>의 고발 프로그램인 ‘파견’(Dispatches)에서 2부작으로 방영되고 있는 ‘슈퍼마켓의 비밀들’은 현재 영국인 식료품비의 절반 이상을 빨아들이고 있는 대형마트가 어떻게 제품가격을 낮추고 이익을 늘려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 28일 방영된 첫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닭고기 생산·유통과정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값싼 고기를 얻기 위해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닭고기를 공급받았다. 원래 8~10주 정도 성장해야 할 닭들이 5주만에 자라도록 생육된다. 이런 닭들은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아예 걷지 못하다가 밟혀죽은 닭들이 몰래 촬영된 카메라에 잡혔다.

 

급속 성장에다 운동량 부족으로 비정상적으로 지방이 늘어나, 닭 한마리당 지방이 500㏄를 훨씬 넘어섰다. 닭고기에 붙어다니던 ‘저지방 고단백 음식’이란 호칭은 더이상 사실이 아니게 됐다. 반면 뇌활동에 도움을 주는 지방으로 알려진 ‘오메가3’의 함량은 30년전 닭고기와 비교할 때 8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는 최근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사육된 닭고기의 공급 실태를 보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닭고기의 ‘닭무릎 화상’(hock burn)을 조사하였다. 닭무릎 화상이란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나 무리가 간 닭무릎의 조직이 파괴되는 현상이다. 닭다리 부분에 붉게 피가 뭉쳐 있는 것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닭고기 82%에서 이 닭무릎 화상이 발견되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테스코 등 영국내 주요 대형마트의 사례들이 거의 모두 포함됐다. ‘lovelylady24’라는 아이디의 한 영국 누리꾼은 이 다큐멘터리 게시판에 “이 프로그램을 보고 냉장고 안의 닭고기를 모두 버렸다”는 글을 올렸다. ‘uktwotubs’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아내와 함께 다시는 대형마트에서 고기를 사지 않기로 하고 우리 지역의 정육점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5년 7월 31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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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학생들 ‘휴대폰 이지메’ 극성


폭행장면 등 동영상 전파
 

영국의 어린 학생들 사이에 휴대폰을 이용한 괴롭히기가 새로운 학교폭력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영국의 어린이를 위한 자선단체인 ‘전국 어린이들의 가정’(NCH)은 “전국적으로 770명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4%의 어린이가 핸드폰의 문자메세지나 동영상 등을 이용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신종 괴롭히기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조사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이 단체의 신기술 전문가인 존 카는 “이런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이는 더는 피할 곳이 없다고 느껴 더욱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며 “전통적인 괴롭힘은 학교와 등하교길에서 한정되었으나 핸드폰을 이용한 괴롭힘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핸드폰을 이용한 괴롭히기 수법은 위협적인 문자 메세지를 보내 겁을 주거나 원치 않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보내는 것 등이다. 가장 극단적인 예는 ‘해피 슬랩핑’(happy slapping)으로 불리는 행위로 피해 학생이 맞는 장면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 핸드폰으로 보내는 것이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의 어린 학생이 원치않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힌 적이 있으며, 이 가운데 17%의 어린이가 자신에게 전송됐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또 핸드폰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 학생들이 부모에게 알릴 경우 핸드폰을 뺏앗길까 두려워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괴롭힘을 당하는 어린이의 26%가 괴롭히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영국 안에서 문자 메세지를 통한 괴롭히기 수법은 5년 전 다른 어린이 자선단체가 지적해, 2002년 영국 교육부에서 집중 단속을 벌이는 한편 문자 메세지를 이용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학생들은 퇴학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 내 어린 학생들의 휴대폰 소유가 급증하면서 핸드폰을 이용한 괴롭힘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선 12~16살 어린 학생의 97%가 핸드폰을 소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4백여만명 어린이의 핸드폰은 카메라폰인 것으로 조사됐다.

 

- 2005년 6월 13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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