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거주민 무상의료 서비스 NHS, 오해와 진실, 개혁과 함의

다음 글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청탁을 받아 국제노동브리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용시에는 아래 서지정보를 참고하시어 최종 출판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보영 (2008) 영국 전 거주민 무상의료서비스 NHS의 현황과 우리나라 개혁 모델로서의 함의. 국제노동브리프 6(5).

 

사용자 삽입 이미지

NHS 선택 웹사이트. 환자들이 각종 건강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병원간 비교도 할 수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건강보험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전에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관련한 의사협회의 질의에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또한 당선 후에도 보건의료 부분에 있어서는 공공 의료 강화보다는 의료 산업화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한다는 것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의료기관이 생긴다는 것을 뜻하고 따라서 의무가입으로 유지되는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는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개봉한 마이클 무어 감동의 새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는 공적 의료보험체계가 없는 미국의 상황을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체 인구의 15% 가량은 민간의료보험조차 가입되어 있지 않아 의료서비스의 접근성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 이윤의 동기가 강한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은 조그만 서류상의 잘못이나 신고 되지 않은 과거병력을 찾아내어 보험급여를 거부하는 일이 속출한다. 이런 폐해로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공 의료보험은 민주당 후보들의 단골 공약인지 오래지만 지난 클린턴 정부도 강력한 민간보험사들의 로비에 막혀 그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건강보험 역시 부침을 겪고 있다. 전국민 건강보험 30여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보장성은 2006년 현재 64.3%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노무현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보장성을 확대한 결과이지만 그 반대로 낭비를 줄이기 위한 의료체계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아 건강보험 적자역시 불어나고 있다. 특히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행위별 수가 체계는 각종 의료 검사, 시술 하나를 더 할수록 수가를 더 받게 되어 한편으로 과잉 진료에 취약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건강보험 당국과 의사간의 개별 시술 행위 하나하나에 대한 시비를 낳게 하고 있다. 또한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이 80%이상이 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병원 간 선택을 할 수 있는 아무런 객관적 기준을 제공받고 있지 못하다. 환자는 환자대로, 의사는 의사대로 불만은 높아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하기 위한 개혁 방향으로 의료 산업화와 민영화가 그 한편에 있다면 다른 쪽 한편엔 무상 공공의료체계가 자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모델은 영국의 국가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이하 NHS)이다. 하지만 영국의 NHS를 얘기하자면 심지어 의료나 사회정책 전문가조차도 ‘환자들이 순서 기다리다가 죽어간다더라’, ‘의사들이 불만이 많아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더라’라는 식의 루머성 근거들을 그대로 믿고 아예 논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에서는 도대체 NHS라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떠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취약한 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해 가고 있는지, 현재 신노동당 정부는 어떤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의 대안으로서의 함의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NHS의 무상의료서비스, 오해와 진실


2차 세계대전 직후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에 근거한 복지국가 건설에 대한 희망으로 표출되면서 이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노동당이 이를 거부했던 전쟁영웅 처칠을 누르고 집권하였다. 영국의 현재 전거주민 무상의료서비스 NHS는 1948년,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NHS는 지금도 총 1,300만 명의 인력을 거느린 단연 유럽최대 규모의 독특한 공공중심의 무상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 영국에서 통상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사람(resident)이면 의료상의 이유로 따로 돈을 지출할 일이 거의 없다. 몇 가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NHS의 의료기관이 제공하는 모든 의료서비스는 완전 무상으로 제공된다.


예외적으로 비용을 지출하는 경우는 외래환자의 약제비, 검안, 치과치료 등이지만 일정액으로 제한되어 있다. 외래환자의 약값은 한번 처방당 약 1만 원가량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만성 질환등으로 자주 약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등록하여 연간 약 18만원 정도 수준에서 제한없이 처방약을 구입할 수 있다. 게다가 16세 이하 아동, 18세 이하 재학생, 임산부나 출산 후 12개월 이내인 산모, 특정 만성질환자나 중증 장애인, 공공부조 수급권자 및 저소득층은 이마저 면제를 받는다. 검안의 경우 약 3만 원가량, 치과치료의 경우 경중에 따라 건당 2만원에서 8만원 가량 부담하게 된다.


모든 영국 거주민은 자신의 지역의원(General Practitioner, 이하 GP)에 등록하게 되어 건강상 어떠한 문제나 걱정이 있을 때에는 언제나 전화로 간단히 예약하여 의사를 볼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인 이 GP에서 각종 건강 상담부터 간단한 시술까지 무상으로 제공 받을 수 있으며 만약 보다 전문적 검진이나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2차 의료 기관인 병원(hospital)에 의뢰된다. 병원으로 의뢰되면 각종 검진부터 수술까지 가능한 모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며 병원 내 모든 서비스는 약제비, 식사까지 모두 무상으로 제공된다. 의복, TV, 전화 등이 예외인 정도이다.


현재 신노동당 정부의 지속적 투자와 개혁을 통해 그동안 NHS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대기기간(waiting list)의 문제는 상당부분 진전이 되었다. 대부분 GP의 경우는 예약한지 이틀이내에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며 2007년 8월 현재 GP내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76%가 18주 이내에 완료되고 있다. 병원으로 의뢰되는 경우 의뢰되는 시점부터 치료 완료까지 56%가 18주 이내에 완료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모든 치료를 18개월 이내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4개월 반 정도에 해당하는 이 기간은 길어 보이지만 최초 진단으로 의뢰 받은 후 세부 검진을 거쳐 수술 일정을 잡고 수술을 완료하기까지의 기간임을 생각해보는 그다지 긴 기간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견되는 오해는 죽어가는 환자도 대기기간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다는 식의 ‘루머’이다. 영국에서 누구든 응급한 상황일 경우 응급실을 바로 이용할 수 있으며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이면 대기 없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오히려 대개 영국 언론에 등장하는 1년 가까이 기다렸다든지 하는 극단적인 사례들은 바로 이러한 응급 상황 때문에 특별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환자들의 수술날짜가 취소되거나 연기된 경우들이 많다. 일상적인 경우, GP에서도 아이의 건강 문제 등 긴급한 우려가 고려될 경우에는 예약 당일 의사를 볼 수도 있다.


두 번째로 흔하게 NHS에 대해서 말할 때 듣는 얘기가 ‘의사들이 모두 외국으로 나간다더라’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그 사정을 조금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영국으로 워낙 많은 수의 외국 의대생들이 유입되고 있다는 배경이다. 매년 영국 의사 수련과정에는 1만여 명의 외국 의대생이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반 이상은 수련과정을 마치고 의사가 된 후 4년 이내에 영국을 떠난다. 2007년 전문의 수련과정의 경우 15,5000명 정원에 28,000명이 지원하였으며 그중 45%가 유럽경제구역(EEA) 밖의 외국 의대생이었다. 그 결과 오히려 영국내 의대생 1,300여명이 수련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 이르러 최근 영국 국무부(Home Office)에서는 외국인 의료수련 지원에 대한 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NHS의 구성과 운영


앞서 언급되었듯이 NHS에서는 1차 의료와 2차 의료간 구분과 분업이 분명하다. 주로 GP가 담당하는 1차 의료는 일상적인 건강 상담, 가벼운 질병 진단 및 치료에서부터 예방접종, 금연 지원 등 광범위한 보건정책 수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물론 보다 전문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2차 의료기관으로 의뢰하는 것도 이들의 주요 역할이다. GP는 주로 일반의와 간호사 등 의료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민간 진료팀이 소유하고 운영하며 NHS와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 1차 의료 체계는 NHS의 근간을 이루어 대체적으로 각기 관할지역과 유사한 개념을 가지고 있으며 대개 거주민들은 주소지에서 가장 가까운 GP에 등록을 한다.


2차 의료는 주로 NHS 병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응급 치료(elective care)와 응급치료(emergency care)를 담당한다. 비응급치료는 1차 의료 기관으로부터 의뢰된 의료서비스로 계획에 따라 전문의료 인력에 의해 제공되는 검진, 시술, 수술 등을 말하는 것이며 응급 치료는 사고나 상해 등으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를 의미한다. NHS 병원은 주로 공공의료기관으로 병원 운영기구인 NHS 트러스트(Trust)가 NHS와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NHS 트러스트는 또한 병원 내 의사, 간호사, 물리 치료사 등 의료 전문 인력과, 관리자, IT 전문가 등 비의료 인력 등의 고용주이기도 하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인정받은 NHS 트러스트는 재정과 운영에 있어 보다 많은 자율성을 행사하는 NHS 파운데이션 트러스트(Foundation Trust)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1, 2차 의료기관을 비롯한 해당 지역 의료서비스와 보건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바로 기초건강보호 트러스트(Primary Care Trust, 이하 PCT)이다. 보통 한 PCT가 평균 인구 170,000의 지역을 포괄하며 GP 등 1차 의료기관과 NHS 트러스트 등 2차 의료 운영기관과의 계약을 맺는 주체이다. 따라서 PCT는 NHS 전체 예산의 80%를 담당할 정도로 NHS의 중추 조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잉글랜드 지역 내에 330여개의 PCT가 있으며 각 PCT는 지역 주민 건강 욕구에 대한 실사, 1, 2차 의료서비스 배치 및 계약을 통한 위임, 지역 사회 전반적 건강 수준 향상, 모든 주민의 보건의료 서비스 접근권 보장, 주민의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한 의견 청취 및 반영, 지방 정부 및 민간 단체와 지역사회 장기요양 서비스 등에 대한 협력 보장 등에 책임을 지고 있다.


PCT의 상급 기관으로 10개의 전략건강기구(Strategic Health Authority, 이하 SHA)가 있다. 하지만 NHS의 중추를 PCT가 담당하고 있는 만큼 SHA는 주로 보건부와 NHS 서비스 간의 매개 역할을 맞으며 주로 NHS의 서비스에 대한 전략적 방향과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다. 즉, 지역 내 PCT를 모니터 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거나, 정보 기술 전략 등 지역내 보건의료 서비스 발전을 위한 계획 개발, 의료 인력 확보와 훈련 등 보건의료 서비스 자원 관리, 암이나 심장질환 서비스 개선과 같은 정부 핵심 정책을 NHS를 통해 실현하도록 하는 역할 등을 담당하고 있다.


NHS 조직의 정점에는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가 있다. 보건부 장관은 의원내각제인 영국의 다른 장관과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중 1인이 총리에 의해 임명되며 국민의 건강증진, 질병 예방 등 포괄적 책임을 지고 있다. 따라서 보건부는 전반적인 NHS에 대한 관리감독 뿐 아니라 NHS의 전체적인 전략적 발전 방향을 설정하고, 암, 심장질환, 정신 보건 등 국가 정책상 우선순위 영역을 비롯하여 각 서비스 영역에 국가서비스기준(National Service Framework)과 같은 서비스 질적 향상에 대한 국가적 기준을 설정하며, NHS가 이같은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을 보장하고, 지역 전략 기관인 SHA, 의료기관 규제기구인 보건의료위원회(Healthcare Commission)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NHS의 재원은 일반 조세에서 조달된다. 연간 예산 규모는 120조원에 이른다. 이 예산의 80%는 각 지역별로 PCT에 지역별 인구와 욕구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배분된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가중 균등할 공식(weighted capitation formula)이며 이에 따라 각 PCT당 목표 재원이 설정된다. 이에 따라 PCT는 계약을 맺는 각 병원과 GP 등과 계약을 맺게 되는 것이다. 이 공식은 자원배분자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Resource Allocation)에 의해 정기적으로 재검토 된다. 이 목표 재원에서 초과 지출 하거나 미달하는 PCT에 대해서는 보건부가 사안에 따라 개입하게 된다. PCT와 각 의료기관과의 계약은 보통 일괄 계약(block contract)으로, 포괄적으로 규정된 서비스에 대해 그 총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구체적 비용을 추적하기 위해서 환자 중심 정보 및 비용 산출 시스템(patient-level information and costing system)이나 성과 중심의 배분 시스템인 결과에 의한 급여(Payment by Result) 등이 시행되고 있다.


최근 NHS 개혁과 함의


신노동당정부는 1997년 집권이래 NHS를 가장 우선적 정책 중 하나로 설정하고 보건의료서비스의 효과성과 효율성 증진, 서비스의 질적 향상 등을 위한 과감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중 그 거시적 방향과 관련하여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은 ‘시장화(marketisation)'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을 기반으로 한 NHS의 성격 자체의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것이 ‘민영화(privatisation)'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민영화가 아예 서비스의 책임 주체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시장화는 그 책임은 공공이 지고 있으되 그 공급과 운영에 있어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료서비스에 전달방식에 변화가 있을 뿐 NHS가 민간 기업에 팔리거나 대체되진 않는다.


시장화 개혁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민간 업체를 NHS 서비스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이는 민간 자본이 NHS 병원 건립 등에 참여하는 민간재정계획(Private Finance Initiative, 이하 PFI)에서부터 직접 NHS 서비스의 공급자로 참여하는 민간치료센터(Independent Sector Treatment Centre, ISTC) 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공공 NHS 기관에 독립적 책임 운영, 상호 경쟁과 선택 등 시장적 요소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재정 절감 대책으로 강력하게 추진되었던 NHS 트러스트별 독립 채산제, 파운데이션 트러스트 확대, 환자의 선택권 확대 등 역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화 개혁이 반드시 NHS의 효율성을 증가시켰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PFI의 경우 민간 자본을 동원하여 대규모 병원 건립이 다수 이루어졌지만 공공 예산에 의해 건립하는 것에 비하여 오히려 각종 컨설팅, 재정 운용 비용(finance cost), 자본 비용(capital cost) 등 민간 자본 동원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경우에 따라 건립비용의 약 40%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또한 개별 NHS 트러스트가 목표 재정에만 제한하여 예산을 운용하게 한 독립 채산제로 인하여 전체적으로 NHS 재정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트러스트별로 재정 절감을 위해 응급실을 없애는 등 서비스가 악화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건의료위원회와 같은 중앙 규제기관을 통하여 각 의료기관별로 엄밀한 평가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상호간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이루어내고, 환자의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확대함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에 있어 환자의 발언권을 높이는 등의 성과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이미 NHS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대기기간의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획기적인 개선을 이루어 낸 데에는 병원별 평가와 공개와 같은 강력한 수단이 큰 영향을 끼쳤다. 최근에는 NHS 선택 웹사이트(http://www.nhs.uk/)와 지역 도서관을 통하여 각 병원별로 대기기간, 병원 내 감염, 서비스 만족도 등을 포함한 종합 평점이 별점으로 공개되고 있으며 각 전공 분야, 질병별로 대기기간, 입원기간, 치료환자 수, 재입원 비율 등을 열람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환자들은 예전에는 GP에서 상급 병원으로 의뢰 될 경우 해당 지역병원만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같이 투명하게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 내 3~4개의 NHS 병원과 전국 파운데이션 트러스트 병원 및 NHS과 계약된 민간 병원 중 치료 희망 병원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개혁 역시 그 효과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으며, 한편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민영화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국 정부의 개혁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공공의료가 반드시 관료적이고 독점적인 구조일 필요는 없으며,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실질적인 ‘시장’의 효율성은 오히려 공공의료에서 더 보장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시장은 보통 효율적인 기제로 이해되고 있지만 의료서비스 같이 특히 소비자가 합리적 정보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왜곡될 가능성이 도리어 크다. 하지만 현재 영국의 개혁과 같이 권위 있고 객관적인 정보를 정부가 알기 쉽고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이와 같은 왜곡을 최소화 시키고 합리적 선택을 촉진함으로써 실질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적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우연치 않게도 좋은 대조를 보여주는 민간 중심 의료모델을 가진 미국과 공공 중심 의료모델을 지닌 영국의 사례는 무엇이 우리가 국민의 건강과 효율성을 위해서 추구해야할 방향인가에 대한 상징적 답을 미리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적 보험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미국은 1인당 총 의료비 지출은 영국의 두 배가 넘든 데다가 정부 예산 중 보건의료 지출 비중도 16.1%인 영국보다 더 높은 19.2%에 이른다. 하지만 기대 수명, 영아 사망률, 출산 사망률 등 주요 보건의료 지표는 모두 영국과 비슷하거나 뒤쳐진다. 단순히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눈앞에서 치워보자는 식의 해법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 건강의 증진을 위해서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다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나 공공의료로의 개혁 방향을 매우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628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2008/09/11 23:34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우리 사회도 무상의료화가 꼭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입니다.
    주변에 널려 있는 개인병원들을 생각하면 한국의 로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더군다나 요새 의료민영화 이야기 나오는 거 듣다 보면 정말 뒤로 넘어갈 것 같지만..;
    보건소를 중심으로 체제를 만들어가면서 20년 정도 투자하면 우리 사회도 훌륭한 무상의료국가? 공동체? 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어서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2. ffffff
    2008/09/22 09:2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안녕하세요. 좋은 자료인 것 같아서 제 블로그에 퍼가겠습니다.^^

장애인이 '특별한' 존재인가

[영국의 지방정부 ③] 장애인 복지 덕 보는 영국시민들

 

몇 달 전 일이다. 한 정부 위원회에서 일하는 선배의 부탁을 받고 영국내 장애인 복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 사회정책 연구소에 있는 관련 연구원과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나는 요청된 질문에 따라 한참 장애인 '특수'교육이니 '특별' 직업훈련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그 영국인 연구원은 약간은 의아한 투로 되려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왜 자꾸 무슨 '특별한' 것에 대해서 물어보는가.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과연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편협한 생각 벗어나지 못한 나

▲ 요크대학에서 버스를 타고 있는 학생들. 요크에는 대다수의 버스가 저상버스로 되어 있어 장애인 뿐 아니라 유모차 끄는 부모나 전동 휠체어를 타는 노인들까지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 김보영
다소 공격적이었던 이 질문에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대해 장애인은 아무래도 직업능력에 있어 비장애인과 다른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내용으로 겨우 답변을 했다.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앉아서 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 같은 것에 대한 집중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둘러대기에 가까운 답변이었다. 그러자 그 연구원 대답은 이랬다.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면 비장애인들도 다니는 컴퓨터 교육시설에서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장애 때문에 같이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그 장벽을 없애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것 아닌가."

결국 나는 사회정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장애인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다른 '분리된 존재'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계속 대화를 해가면서 그 가장 큰 원인은 나 스스로가 장애인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그래서 나와 다름없는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에 오기 전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재미교포 2세 학생을 안내한 적이 있었다. 모국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하던 중 기억에 남는 말은 "거리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 였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영국 구족화가 엘리슨 래퍼씨도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은 그저 우연일까?

유모차 끄는 부모나 전동 휠체어 모는 노인이 즐겨 이용하는 저상버스

영국에서 장애인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단지 길거리에서 뿐만 아니다. 그동안 방문했던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하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정도라면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감히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국의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직접적인 대인 보조 서비스와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수당 및 고용서비스로 나뉜다. 예를 들어 엘리슨 래퍼씨가 이야기 했던 활동보조인 서비스 같은 경우는 지방정부 서비스에 속한다.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과의 사회복지사에 의해 직접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고, 지방정부로 부터 돈을 받아 장애인 스스로가 보조인을 직접 고용할 수도 있다.

또다른 지방정부 관련분야는 교통이다. 요크의 시내버스 대부분은 저상버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장애인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저상버스 덕을 보는 것이 장애인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유모차를 끌고 시내를 나가는 부모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 나가는 노인들이 저상버스를 즐겨 이용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2인용 유모차도 여유롭게 끌고 다니며 시내를 활보하는 이곳의 부모들과 아이를 들쳐 업고 힘겹게 버스에 오르는 우리나라의 부모 모습은 참으로 다른 것이었다. 특히 구부정한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하며 천천히 걸음을 떼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모습이, 마치 작은 자가용처럼 전동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몰고 다니며 버스를 이용하는 이 곳 할머니의 모습에 겹쳐 서글프게 떠올랐다.

▲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공공서비스'라는 등식이 가능할까? 요크 시내 분수대에 앉아 지방정부가 주최한 지역 축제의 거리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연금 생활자들
ⓒ 김보영
국가폭력과 공공질서를, 공공선과 국익을 헷갈리는 한 변화가 있을까

지금까지 3편의 기사를 통해 돌봄 서비스, 지방세, 장애인 서비스 등 세 분야에 걸쳐 나의 경험을 통해 본 영국 지방정부 모습에 대해 살펴 보았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단편적일 수는 있지만 영국인들의 일상에서 지방정부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그 일면을 보는데 큰 부족함은 없었다 생각한다.

가장 큰 차이를 느낀 것은 '정부'라는 존재에 대한 기본 개념이었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정부를 이야기 하면서 이들의 머리속에 "정부=공공서비스"라는 등식이 자리잡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수당이 정부 축소를 이야기하던 노동당이 정부 역할 확대를 이야기하던 그것은 바로 각각 공공서비스 축소와 공공서비스 강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하면 무슨 규제나 통제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지방정부의 서비스하면 지하철에서 등본 뗄 수 있게 해주는 것 등이 고작인 게 현실이다. 민주화된 지가 10년이 넘었다는데 정부의 개념은 경찰국가, 개발국가의 논리에서 한치 앞을 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화려한 개발공약과 복지공약이 선거 때마다 등장한들 피부로 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정부가 우리의 문제를 공공의 이름으로 해결하는 공공서비스의 주체로서 자리잡기 전까진 선거 후 다시 통제자의 위치를 돌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지방정부던 중앙정부던 공공서비스의 주체로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아직도 나가기 싫은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는 국가폭력과 '공공질서'를 동일시 하고 공공선 보다는 실체도 불분명한 국익과 개발논리가 앞서는 국민들에게는 언제나 '통제자'로서의 정부가 어울릴 것이다.

정치적 무관심, 심각한 문제로 대두
최근 영국 지방선거에서 비춰 본 지방정치 현주소

의회정치의 산실이라는 영국정치에는 그럼 큰 문제가 없을까? 물론 그것은 아니다. 특히 얼마전 있었던 잉글랜드 지역 지방선거에서 보였듯 36%가량의 저조한 투표율을 특히 영국 정치의 매우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저명한 조세프 라운트리 트러스트의 지원으로 1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지난 2월 발표된 '국민에게 권력을'이라는, 영국 권력구조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는 '근본적 변화가 없으면 영국 정치는 붕괴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속 떨어지는 저조한 투표율과 정당가입율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은 지방정부 역시 대부분 의원내각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런던 등 몇몇 대도시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을 별도로 선출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제조차 없어 정당득표와 의석수가 꽤 차이 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소수정당의 진출은 매우 힘들게 되어 있다.

게다가 신노동당 등장 이후 계속되고 있는 노동당의 보수화는 유권자의 참여동기를 더욱 흐리는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보수당 새 당수인 카메론 역시 중도로 과감하게 궤도를 수정, 양당간 차이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노동당 인사가 창당한 리스팩트(RESPECT)당이나 영국민족당 등 좌우 소수정당의 수는 여전히 소수지만 의석수가 꽤 늘어난 것도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이 되었다. / 김보영

 

- 2006년 5월 19일 오마이뉴스 기고, 5월 25일 메인탑 보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52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이지연
    2009/04/20 01:11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글 잘 읽고 갑니다. 장애인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하는 글이였습니다. 영국의 장애인 복지제도에 대해 보고서 작성중이었는데 도움 많이 됐습니다. 혹시 인용구절이 있으면 출처 밝힌 후 주석 추가하겠습니다. :)

세금 고지서가 너무 친절한 거 아니야?

[영국의 지방정부 ②]투명한 세정은 기본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지방정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바람과 정쟁이 난무하고 공약이라곤 선심성 개발공약만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요크에서 3년째 거주하며 경험한 지방정부의 모습을 공유함으로서 지방정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 지방세 고지서에 동봉된 안내자료들. 15쪽 분량의 지방세 안내서(가운데), 신청서가 붙어 있는 지방세 감면 안내서(왼쪽), 북요크셔 소방 예산및 지방세 부과분 안내(오른쪽 위), 북요크셔 경찰 예산및 지방세 부과분 안내.(오른쪽 아래)
ⓒ 김보영

"여보, 지방세 고지서가 날라왔던데"
"뭐? 우리는 학생 가족이라 안내도 되는데…."


청소부터 강의까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 뛰어들어야할 만큼 넉넉하지 못한 유학생활 형편이라 냉큼 고지서 봉투를 받아 들었다.

황급히 뜯어 내용을 훑어보니 올해치로 부과된 세금은 1000파운드(약 170만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친절히도 바로 그 밑에 '학생거주자' 명목으로 그 금액이 도로 공제돼 총액은 0파운드였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세금 고지서 말고도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함께 동봉된 지방세 관련 각종 안내 자료들이었다.

지방세 고지서인지, 자선단체 후원 요청서인지...

그 중에서도 15쪽짜리 세금안내서가 가장 눈에 띄었다. 표지에 크게 표시된 주요 목차에는 '지방세에 대한 설명', '고객 서비스', '가치있는 지출', '서비스 개선' 등이 목록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각종 할인과 수당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는 페이지를 안내하는 표시가 하단의 빨강색 바탕에 표시되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지방세에 대한 설명' 코너에는 지방세 책정 방법, 할인대상, 불만이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에 대한 내용이 채워져 있었다. '고객 서비스'에는 마치 자주 묻는 질문난처럼 예상되는 질문과 답이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지방세를 내느냐부터 할인 신청방법, 걸리는 시간, 이사시 문제 등과 보다 상세한 이의제기 방법까지 간단 명료하게 설명돼 있었다.

'가치있는 지출' 코너는 어떻게 예산이 쓰여지는 지에 대한 한편의 보고서였다. '주민 1인에게 주당 약 10파운드(약 1만7000원)가 쓰인다'는 내용의 굵은 안내문으로 시작된 이 보고서에는 학교, 복지서비스, 주택, 교통, 취업, 여가, 환경 등 각 분야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 다음에는 이번에 예산이 증가한 부분은 어디이며 얼마가 증가했는지, 예산이 절감된 부분은 어디이며 얼마나 절감된 것인지가 각각 표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게다가 작년의 총세입과 세출, 그리고 올해 예상수입과 예산도 표로 잘 정리돼 있음은 물론이었다.

'서비스 개선' 코너는 지방정부의 주요 중점 사업과 각종 성과에 대한 소개였다. 지방세율 전국 순위, 지방정부 평가 지표, 지역학교 성적 평가치, 복지서비스 제공 건수 등 20여개 항목의 구체적 평가 수치들이 사회보호, 환경, 주택, 문화 등 항목 별로 잘 정리돼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작년 한해동안 이전과 비교해 개선된 점은 물론 개선되지 못한 점도 솔직히 밝히면서 필요한 개선 사항까지도 밝혀놓았다는 점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꼼꼼하게 이 세금 안내서를 살펴보다 보니 지방세 한푼 안내서 안도했던 심정이 약간의 미안한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게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 인지 아니면 자선단체에서 후원을 부탁하는 요청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지역민 배려하는 영국의 지방정부

▲ 지방세 안내서에 실려있는 지출내역 그래프. 사회복지 서비스(Adult Social Service), 교육 및 아동복지 서비스(Education & Children's Service)가 지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 김보영

놀라운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래도 저소득자나 노약자가 혜택을 못 받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별도로 신청서가 붙어있는 공제 및 할인 신청 안내 팜플렛까지 동봉되어 있었다. 그리고 요크시가 속해있는 북요크셔(우리나라로 치면 '도'개념)의 경찰청과 소방청의 작년 지출과 올해 예산, 그에 따른 세금부과분, 중점 사업과 증감분 원인에 대한 설명이 담긴 브로셔는 별도였다.

또 더 자세한 내역은 지역 도서관에 비치 되어 있다는 안내와 함께 홈페이지에는 예산 내역뿐 아니라 예산 검토를 위한 시민위원회 활동 및 검토 내용까지 올려놓았다.

물론 이 곳 거주민들이 이런 안내자료들을 모두 세세하게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민을 대하는 지방정부의 기본적인 태도다. 이런 친절한 자료들을 받아보면서 적어도 세금 낼 때 내 돈 도둑질 한다는 기분은 안들지 않을까. 여기에는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시민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장 판공비 내역을 공개 받기 위해 소송까지 걸어야 했던 한국의 지방정부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국 지방세
지방세 문제로 대처수상 물러나기도

영국의 지방정부가 지방세 청구에 공을 들이는 데에는 솔직히 지방세가 영국에서 매우 민감한 쟁점 중 하나라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영국 지방세는 소득이나 재산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또 거주지에 대해서도 소유주냐 세들어 사느냐에 상관없이 사는 집의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이처럼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지방세 부과방식은 공공지출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대처 정부에서 비롯되었다. 대처정부가 지방정부 지출을 줄이기 위해 중앙정부 교부금을 줄여도 지방정부가 지방세율을 올려 공공 지출 수준을 유지하자 이를 통제하기 위해 지방세에 인두세 부과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영국인들이 아직도 그 악명에 치를 떠는 '폴텍스'(Poll Tax)였다. 이 제도가 시행된 90년에 런던에서 2만여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을 비롯, 전국적으로 폭력시위가 확산되자 결국 '철의 수상' 대처는 물러나고 말았다.

그 후 인두세 방식은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소득이나 재산에 기반하지 않는 지방세 부과방식은 계속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 2006년 5월 16일 오마이뉴스 기고, 22일 메인탑으로 보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52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지방정부가 병든 노부모 돌본다

▲ 우리에게 지방정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국인에게 가장 가고싶은 영국내 관광도시로 꼽히는 요크시의 모습.
ⓒ 김보영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 막이 올랐다. '강풍', '오풍' 등 각종 '바람'의 영향으로 선거열기가 일찍부터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울, 경기 등 몇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조해 보인다.

하기야 보통사람들 머릿속에 지방정부하면 부패, 아니면 멀쩡한 보도블럭 다시깔기, 주민등록등본 떼러가는 동사무소 정도가 떠오르는 게 전부니 지방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역할은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을 살펴보면 개발관련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환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에게 가장 쉽고 확실하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집값, 땅값을 올릴 수 있는 개발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 왠 '박정희 시절' 사고방식이냐고 타박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지방화 시대가 도래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져도 지방정부에 대한 기본 개념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란 원래 그런 것일까? 영국의 사례를 한번 들여다 보자.

한국의 지자체와는 너무 다른 영국 지방정부

내가 살고 있는 요크라는 곳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주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이곳으로 얼마전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의 한 국책기관 연구원이 영국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요크대학의 연구원 인터뷰차 방문한 것이다. 필자는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터라 인터뷰 주선 및 통역을 맡게 됐다.

인터뷰 전 연구원과 한국의 돌봄 서비스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가족 중 만성질환자에 대한 돌봄 서비스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혼자'사는 '가난한' 노인에 국한된 이야기고 '간호 방문 서비스' 같은 경우는 한달에 두번 정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만약 가족 중에 누군가 지속적인 간호를 필요로하는 병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는한 보호자는 생업을 포기하고 꼼짝없이 환자곁에 묶여 있어야할 상황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영국의 상황은 다르다.

"여기서는 집안에 보호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어도 지방정부 사회복지사와 합의만 잘 되면 얼마든지 직장 유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네?"


한국에서 온 연구원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영국 연구원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그는 본인 부모님이 최근에 건강이 악화돼 인터뷰가 끝나면 부모를 보러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요크에서 남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지역에 사신다. 그래도 연구원으로서 계속 활동하고 부모님 곁을 비울 수 있는 것은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덕분이었다.

도우미의 하루 방문 회수는 자그만치 네번. 아침 7시 방문에서는 환자를 침대에서 일으켜 옷을 갈아 입혀주고, 아침을 차려준다. 다음 오후 1시 30분 두번째 방문에는 환자에게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홍차나 간단한 음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세번째로 오후 4시에는 설겆이 등 간단한 집안 청소를 하거나 간단한 간식 거리도 만들어 준다. 마지막 밤 9시 방문에서는 환자가 잠자리에 들도록 도와준다.

노약자가 거동을 약간이라도 할 수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비용 부담도 형편에 따라 차등

▲ 요크시에서 주최한 바이킹 축제에 참가해 바이킹 전투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 김보영
특히 그 부모님이 사는 지역은 서울 강남처럼 부유한 지역이 아니다. 이 지역은 폐광 지역으로 대표적인 영국내 소외지역 중 하나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우리가 부러워할만한 수준이다.

또 자녀 2명 모두 전문직 종사자여서 연구원의 부모는 특별히 가난한 처지도 아니다. 이정도 수준의 돌봄 서비스는 모두에게 제공되는 보편적인 서비스인 것이다.

그래도 각 지방정부의 서비스 수준은 지역마다 차이가 일부 있다. 하지만 각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 정도 수준의 서비스는 평균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서비스가 무료는 아니다. 지방정부는 일정 이용요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요금 수준은 서비스양에 따라서가 아니라 별도의 재정평가를 통해 수용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부과되고 있다.

요크시의 예를 들면 1인당 복지서비스 예산이 한화로 연간 40만원 정도이고 교육이나 환경 등 모든 지방정부 공공서비스를 고려하면 연간 1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세부담은 중간층의 경우 연간 200만원 정도다.

또 지방정부의 소관은 아니지만 만약 의료 행위가 포함된 간호가 필요할 경우 영국 무상의료제도(NH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국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대처정부부터 지금 신노동당 정부까지 가족내 책임을 강조하는 통에 지역사회 서비스가 위기"라고 했지만 한국 사람의 귀에는 그런 '투정' 그저 엄살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개발만 외치는 한국의 지방정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 서비스의 확대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영국은 대단한 복지국가? 서유럽에서 '꼴지'

그렇다면 영국은 대단한 복지국가일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아직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에스핑 엔더슨의 복지국가 분류법에 따르면, 영국은 복지국가 중에서 가장 복지수준이 낮은 국가군인 ‘'자유주의국가'에 속한다. OECD 통계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한번 따져보자.

요즘 많이 듣는 국민부담율(국내총생산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분담금 비율)에 따르면 영국은 37%정도로 스웨덴(약 53%) 등 사민주의 국가는 물론 프랑스(약 45%)나 이탈리아(약 43%) 등 다른 유럽국가들 보다 낮은 편에 속한다. 물론 한국(약 23%)보다는 훨씬 높다.

지출면에서도 국내총생산 대비 총 사회복지지출이 약 22%정도로 프랑스 (약 28%), 이탈리아 (약 25%), 그리스 (약 24%) 보다 낮다. 역시 한국(약 8%)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 상황은 어떨까. 복지국가는 경제불황과 실업에 시달린다는 보수언론의 선전과는 달리 영국은 10여년째 안정성장을 계속 하고 있으며 2006년 1월 현재 실업율도 5%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3.5% 안팎인 우리보다 높긴 해도 실업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수준은 아니다.

 

- 2006년 5월 14일 오마이뉴스 기고, 19일 메인탑으로 보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519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영국연금]공공연금 줄여 노후위협 ‘부메랑’

영국-불안한 은퇴 이후

 

▲ 요크 시내에서 벤치에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연금생활자 노부부. 영국의 연금생활자들은 해마다 줄어드는 연금급여 때문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은퇴를 앞둔 크리스(65)는 국가기초연금 대상자다. 40여년 동안 월 소득의 10% 가량을 사회보험기여금으로 꾸준히 납부해 왔기 때문이다. 별다른 재산이 없고 다른 연금도 가입한 게 없어 노후를 연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우리나라의 기초생활보장제에 해당하는 ‘연금 크레딧’ 수급자가 받는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1980년대 기초연금 지급 산정방식이 임금 기준에서 물가 기준으로 바뀐 뒤로 급여 수준이 지속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크리스는 자동적으로 연금 크레딧 대상에 편입돼 기초연금보다 30% 가량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별도의 신청을 하고 자산 조사도 받아야 한다.

 

대기업에 다니면서 직장연금에 별도로 가입한 줄리아(59·여)도 얼마 남지 않은 은퇴 이후가 불안하다. 영국 기업들의 직장연금 적립금 부족분이 최소 5백억파운드에서 최대 1천억파운드(약 2백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증시 활황 때 기금 평가액이 커지자 자기 몫의 적립금 납부를 줄줄이 유예했다가 증시가 다시 떨어지면서 대규모 부족분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줄리아는 요즘 새로 들어오는 신입사원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금 부족 사태 이후, 기업 몫의 보험료가 전체 임금의 평균 11%에서 6%로 확 주는 바람에 새 가입자들의 연금액은 더 쪼그라들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금 지급 방식도 기금의 운영 결과에 연동하는 확정기여방식으로 대부분 바꿔, 앞으로는 연금을 얼마나 받을지를 가늠할 수도 없게 됐다.

 

영국의 연금체계는 그동안 ‘약한 공공연금’을 ‘든든한 민간연금’이 지탱하는 구조여서,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정부가 재정 부담에 시달리지 않는 유연성이 있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재계, 노동계, 학계 각 1인씩으로 구성된 독립적인 ‘연금위원회’가 첫번째 보고서 <연금:도전과 선택>을 발표하면서 연금체계의 문제점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80년대 이후 공공연금의 지속적인 축소가 결국 국민들의 노후 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고서 곳곳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런던 정경대 니콜라스 바 교수(공공경제학)는 “공공연금은 지나치게 낮고, 민간연금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시스템은 비상식적으로 복잡하다”면서 “영국 연금은 어떻게 하지 말아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는 끔직한 사례”라고 말했다.

 

연금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전체 노동자의 절반 가량인 1210만여명이 노후생활을 위한 대비가 충분하지 않다. 또 1130만여명의 노동자는 아예 민간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있으며, 가입한 사람조차 매우 적은 돈을 쌓아놓고 있을 뿐이다. 지속적으로 축소된 공공연금을 민간연금이 제대로 보완하거나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연금위원회는 그 대안으로 ”공공연금을 강화하기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민간연금(저축)을 활성화시키거나, 은퇴 연령을 높이거나, 아니면 노령인구의 빈곤 증가를 받아들이는 선택이 있다”면서 “빈곤 증가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앞의 세가지 선택이 복합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위원회는 올 가을 발표될 두번째 보고서에 구체적인 대안을 담을 예정이다.

 

공공연금 축소의 부메랑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예컨대 현재 평균 소득계층이 공공연금인 국가2차연금(옛 국가소득비례연금)에 추가로 가입해 국가기초연금 급여를 합쳐 연금을 받는다해도 급여 비율은 최종 임금의 평균 37%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다른 유럽국가인 네덜란드(70%), 스웨덴(71%), 프랑스(71%)의 절반에 불과하며 미국(4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공공연금의 낮은 급여가 연금 생활자 5명 가운데 1명이 빈곤에 허덕이는 주 요인으로 꼽힌다.

 

80년대 이전까지 국가2차연금은 비교적 조건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하지만 대처 정부가 급여 수준을 대폭 낮추고 민간연금 가입을 독려하면서 가입자가 크게 줄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겨 이른바 ‘미스셀링(Mis-selling) 스캔들’로 비화되기도 했다.

 

국가2차연금 외에 직장연금 등 기초연금과 별도로 가입해야 하는 이른바 ‘2층연금’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의무화 되어 있지만 가입률이 전체 대상의 60% 수준이다. 그나마 보험료 납부는 의무화되지 않은 상태다. 가입 의무가 없는 자영업자들한테도 찬밥 신세다.

 

이해관계자 연금은 토니 블레어 정부 들어 직장연금이 저소득 근로자에게 불리한 점을 개선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보험료를 납부한 가입자가 4%에 불과해 사실상 이름만 남은 상태다. 블레어 정부는 지난 4월 직장연금의 기금 부족분을 해결하기 위해 ‘연금보호기금’을 출범시켰다. 이 역시 이미 파산한 기금만을 보조하는 탓에 실제 빈사상태에 놓인 대부분의 기금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2005년 8월 17일 한겨레 기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491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영국연금] 정권 바뀔때마다 손질…연금체제 ‘3층 구조’

 

영국의 연금 구조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공공연금과 별도로 민간연금 비중이 매우 높은 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혁을 내세워 이곳저곳 손을 댔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기본적으로 받는 연금이 국가기초연금과 연금 크레딧이다. 통상 ‘1층 연금’으로 불린다. 국가기초연금은 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약 80만원)으로 사회보장기여금을 납부하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연금이다. 44년 이상 납부했을 때 1인 가족은 주당 79.60파운드(약 16만원), 2인 가족은 주당 127.25파운드(약 25만원)를 받는다.

 

국가기초연금 외 다른 연금이나 재산 소득이 없어 최저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힘든 사람은 연금 크레딧의 대상자가 된다. 이렇게 연금 크레딧은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와 비슷하게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보장 크레딧과 연금(또는 국가사회보험) 가입경력에 따라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저축 크레딧으로 나뉜다. 보통 1인 가족은 주당 105.45파운드(약 21만원), 2인 가족은 160.95파운드(약 32만원)이 지급된다.

 

5인 이상 사업장은 국가가 운영하는 국가2차연금(옛 국가소득비례연금)이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직장연금, 이해관계자연금, 개인연금 중 하나에 의무적으로 추가 가입해야 한다. 이런 연금들이 이른바 ‘2층 연금’을 이룬다. 이 연금에 가입하면 사회보장기여금을 일부 감면해준다.

 

이밖에 노후를 위해 자발적으로 민간 연금보험 상품이나 기존 2층 연금에 더 높은 연금을 위해 추가로 기여금을 더 납부하는 경우는 ‘3층 연금’으로 분류된다.

 

2005년 8월 17일 한겨레 기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490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영국연금]“은퇴연령 없애는 것이 연금개혁 출발점”

요크대 사회정책연구소 피터 캠프 소장

 

 

“블레어 정부는 보건과 교육 서비스 수준 향상에 대한 공약 이행을 위해 공공연금 비중이 작아 재정부담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연금을 계속 축소시켜 왔다.”

 

요크대학 사회정책연구소장 피터 캠프 교수는 지난해 연금위원회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블레어 정부의 정책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영국 연금의 위기에 대한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캠프 교수는 현재 <저널 오브 소셜 폴리시> 편집위원을 맡고 있고, 지난해에는 <연금:도전과 개혁>이라는 책을 공저한 연금 문제 전문가다.

 

-2층 연금 가입이 의무화된 지 오래지만 보험료 납부는 여전히 의무화가 되지 않아 노후대비 부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연금 납부 의무화에 대해서는 오랜 논쟁이 있었다. 주로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자유주의적 전통을 들어 반대하는데 개인이 스스로 자기 이익을 위해 결정을 내리게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노후대비에 대한 인식도 적고 연금설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데서 설득력이 없긴 하다.

 

-하지만 영국보험연합회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재 70%가 연금 납부 의무화에 찬성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하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근로자만 의무 납부하기를 바랄 것이고, 노동조합은 고용주의 의무납부를 요구할 것이다. 이익집단이 받아들이는 것은 일반적 여론과 또 다른 것이다.

 

-바람직한 영국 연금의 개혁 방향은 무엇이라 보는가.

 

=장기적으로 연금 문제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더 오래 사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 늦게 은퇴하게 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저소득층은 대학 이전에 일찍 일을 시작하는 경향이 있으니 단순히 은퇴연령을 높이는 것보다 연금 납부 기간에 따라 유연화 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공식적인 은퇴연령을 없애는 것이 그 출발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고용과 노동시장 상황에 달려있지 않나?

 

=그렇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영국 경제는 10년 넘게 안정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거의 완전고용 상태라 할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자가 부족해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8월 17일 한겨레 기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김보영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idea.borongs.net/trackback/1180560489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BLOG main image
사회, 정치, 정책, 영국에 대한 늘 신선한 보고서 :: 더불어 풍요로운 세상을 꿈꾸며 영국땅에서 사회정책 공부 중인 김보영의 글과 생각과 자료들의 모음 by 김보영

공지사항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50)
세상 이야기 (70)
영국 이야기 (29)
학술 자료실 (49)
Total : 192,243
Today : 2 Yesterday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