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부채? 고갈? 용어 부적절

- 정부·언론 협소한 시각 드러나...시민단체 "합리적 논의 장벽"

 

▲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 2건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처리됐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치권에서는 다시 국민연금 개혁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지난번 국민연금 개정안의 국회 부결 이후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하루에 잠재부채가 800억이 발생하고 2047년에 기금이 고갈된다면서 개혁의 시급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채'나 '고갈'과 같은 용어 사용이 오히려 국민연금 논의에 적합하지 않거나 연금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연금 개정안 부결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연금개혁을 하지 않으면 하루 잠재 부채가 800억, 연간 30조에 이른다고 말한 이후, 이같은 수치는 각종 언론 보도에서 자주 인용되고 있다.

하루 800억 잠재부채? 정부의 협소한 관점

하지만 '잠재 부채'와 같은 용어사용 자체가 연금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편협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YMCA, 여성단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연금이 총체적인 우리나라 고령화 대책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함에도 정부가 협소한 보험수리적인 관점에 갇혀 있다고 지적한다.

즉, 하루 800억 잠재부채라는 것은 국민연금 적립금의 수지 차원의 이야기일 뿐 우리나라 전체적인 공공연금 지출 규모는 그렇게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고령화의 심화에 따라 다양한 재원으로 연금재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잠재부채'라는 개념의 현실적 의미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우리나라 공공연금 지출액은 현 제도상으로도 2050년에 가서야 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 수준(GDP 대비 7%)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이같은 정부의 보험수리적 관점에서는 정부 개혁안 역시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대로 연금 기여율을 12.9%로 높이고 급여율을 50%로 낮춘다고 해도 이른바 '잠재부채'는 하루에 650억에 달한다.

문제 본질은 전체 공공연금 지출 규모지 '고갈' 여부 아냐

▲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민연금과 관련된 정부의 발표나 언론의 보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갈'이라는 용어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 편협한 보험수리적 관점으로 사용되는 용어일 뿐더러 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제도상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정되는 2047년에도 연금 총지출 수준은 현재 주요 선진국의 평균적인 규모에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기금의 '고갈' 여부와 상관없이 그 정도면 우리나라 경제력 수준에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시 '기금고갈'이라는 개념상에서도 정부의 개혁안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안에 의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2065년으로 늦추는 것으로 현 제도와 비교하여 20년이 채 안 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같은 사실에 기초할 때 '고갈을 막기 위해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모순이 있는 셈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문제의 핵심이 기금 고갈에 있지 않다"면서, "노인부양에 소요되는 재원의 총량을 사회 전체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이 연금개혁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원석 처장은 이 글에서 국민연금 개혁논의는 "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07년 4월 11일 오마이뉴스 기고, 12일 메인 서브로 보도

 

보도본 보기: 국민연금에 부채? 고갈? 용어 부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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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비장한 연금개혁, 보기 민망하다

[주장] 군사독재 시절과 다름없는 유시민식 국민연금 접근법

 

▲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건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표결에 붙여졌으나, 모두 과반의 찬성을 얻지 못해 각각 부결처리됐다. 자신이 주도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부결되자,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복지부장관이 국민연금 개혁안의 부결을 책임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조중동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 언론에서는 "정치적으로 이득이 되는 '기초노령연금법안'만 통과시키고 손해가 될 '국민연금개혁안'은 부결시켰다"며 정치권의 이기심을 나무란다. 유시민 장관은 "지금 연금 개혁을 못하면 결국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장관직을 버려서라도 성사를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국 땅까지 나와 우리나라 사회복지를 위해 무언가 하겠다며 공부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렇게 권력도 초개같이 버리면서 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복지부 장관의 모습이 자랑스러울 법만도 하다. 그러나 유 장관이 정부의 현 국민연금 개혁안이 무슨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양 비장해질 때마다 민망함만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령화 한국사회, 연금 줄이면 미래세대 부담 사라지나

유시민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지금 연금 개혁을 안 하면 현재 발언권이 없는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미래세대가 현 연금제도를 위해 소득의 30%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안을 반대하는 것을 자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파렴치한 행위쯤으로 몰아붙인다.

그럼 지금 미래 연금을 깎는 연금개혁안을 강행하면 그 미래세대 부담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는 것인가. 착각은 그 정도에서 그만하자. 미래세대 부담은 국민연금 때문에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때문에 증가하는 것이다.

즉, 연금을 덜 받는 개혁을 한다면 당장 국민연금에 대한 부담액은 감소할지 모르지만 그 감소분은 어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형태로 바뀌어 개개인에게 전가될 뿐이다.

사회보험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해주는 체계다. 사회보험체계인 국민연금에서 그 부담을 나누어주지 않는다면, 결국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부모를 끝까지 부양하려고 하는 착한 자손들이나 자식에게 부담되기 싫어 가출하거나 거리를 전전해야하는 비참한 노인들, 즉 힘없는 서민들이 되는 것이다.

연금 보험을 더 내는 개혁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연금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호주·뉴질랜드 등의 정책자문을 하고 있는 런던정경대 니콜라스 바(Nicholas Barr) 교수는 이 같은 생각이 착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즉, 현 노동인구가 향후 노후에 소비할 상품과 서비스를 땅속에 파묻는 것이 아닌 이상, 얼마를 적립 하던 간에 어차피 미래 노령인구가 소비해야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할 미래 노동인구의 사회 전체적인 부담이 감소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민주정부라면 연금개혁의 초점은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사회적 부담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분담할 것인가에 맞추는 것이 지당하다. 적어도 당장 연금 수급액이나 줄여 눈앞에 증가하는 재정 압박요인만 좀 덜어보려는, 전형적인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개혁을 가지고 미래를 위한 구국의 결단인양 선전하는 민망함은 연출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 서울시 신천동에 위치한 국민연금관리공단 본부 입구에 '국민복지의 요람'이라는 머릿돌이 세워져있다.
ⓒ 남소연
한달에 30만원... 연금은 지금도 부족하다

솔직히 말하면, 현 연금제도도 국민의 노후 생활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40년 가입 기준으로 소득의 60%를 연금으로 받게 되어있지만 실제적으로 평균 가입기간이 20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에 현 세대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대략 평균적으로 월 30만원대 수준이다. 적지 않은 도움이야 되겠지만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근본 취지에는 여전히 무색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정도도 많으니 덜 받으라는 것이다. 그럼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소속 국가들의 공공연금 지출 규모는 2000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7% 수준이다. 정부의 추계로도 우리나라 공공연금 부담규모가 현 OECD 평균 수준에 이르는 시점은 현 제도 아래서도 2050년이나 돼서야 이다.

즉, 이대로 가면 하루에 몇 백억의 잠재부채가 쌓인다는 둥 2047년에 가면 연금재정이 고갈된다는 둥 난리지만, 기실 이는 국민연금 적립 재정의 수지에만 한정해서 봤을 때 얘기일 뿐이다. 전체적인 공공연금 지출 수준은 40년이 더 지난 그때 가서도 현재의 주요 선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런 공공 연금 지출 수준을 가지고 유시민 장관과 정부, 언론 등은 무슨 재난 상황이나 발생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나 언론에서는 유럽 등지에서 현재 연금으로 인한 사회문제와 갈등이 대단히 심각한 듯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상 현지에서 느끼는 이들 국가들의 논의의 초점은 고령화로 늘어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이지 당장 연금이나 줄여서 눈앞의 정부 부담만 줄여보자는 발상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연금에 대한 기본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독재정부는 재정 만들려고, 민주정부는 재정 줄이려고

연금에 대한 정부의 이같은 편협한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처음 논의되었던 73년도에 연금 제도를 처음 논의했던 근본 이유는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 아니라 중화학 공업으로 전환에 필요한 내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함이었다.

(일부에서는 이 때문에 연금이 기형적으로 출발했다고 하지만, 현 연금제도가 성립된 것은 이때가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인구로 유입되기 시작했던 80년대 말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희생의 결과 탄생한 정부의 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직을 걸고 추진하는 연금 개혁도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단 큰 재정 부담 요소를 줄여놓고 보자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근본에 깔려있다.

개발독재 정부는 개발재정을 만들기 위해서, 민주화됐다는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결국 '정부 재정'의 관점에서만 연금을 바라볼 뿐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근본 취지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연금으로 인한 미래세대 부담이 정말 걱정이라면 연금 지급 규모를 줄여서 그 부담을 개개인에게 떠넘기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개혁을 해서는 안 된다. 대안적인 노후소득보장 재원 마련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연금 보험료로 집중된 서민의 부담을 분산시키고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다양한 재원 마련은 외면한 채, "무조건 미래세대가 소득의 30%를 내야한다"면서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 민주적 정부의 도리가 아닌 것이다.

최소한, '구국의 결단'인 양 치장하지는 말라

▲ 2006년 2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화장실에서 한 할아버지가 종이박스를 깔고 잠들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미 참여연대·YMCA·여성단체연합·민주노총 등의 단체들이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 등을 통해서 ▲조세감면제도 폐지 혹은 축소(2005년 현재 조세감면규모는 연간 18조) ▲간이과세 폐지 ▲상장주식양도차익 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과세기준 하향 조정 등과 같은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다양한 재원 마련 대책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와 유시민 장관은 철저히 무시해왔다.

또한 국민연금 급여액을 기존 소득의 4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노인 80%에게 기존 소득 10%에 해당하는 연금을 지급해 재정 부담을 분산시키자는 수정 제안도 제시됐다. 이는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국민의 연금 부담률 증가를 최소화하고 ▲급여 수준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고 ▲현 제도상에서는 노후보장을 받을 수 없는 많은 국민도 구제할 수 있다.

이 기초노령연금안은 이미 노인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상쇄되어 정부의 부담은 그렇게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그래도 정부는 전체 노인 60%에게 기존 소득 5% 수준에 불과한 기초노령연금을 명목상 집어넣은 채 정부 재정 부담만 줄이는 기존 개혁안을 고집하였다.

결국 정부는 복지는 말 뿐이고 기본적으로 노령화 문제를 사회적으로 함께 해결하기 위한 뜻이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국민의 안정된 노후생활만 희생시키면서 정부 재정 부담이나 경감시키기 위한 연금법 개정안을 구국의 결단인 양 치장하는 그런 민망한 장면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 2007년 4월 6일 오마이뉴스 기고, 7일 메인탑으로 보도

 

보도본 보기: 유시민의 비장한 연금개혁, 보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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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특별대담]“은퇴연령 늘려야 혜택 안줄고 재정도 안정”

▲ 니컬러스 바 런던정경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런던정경대 바 교수 연구실에서 유럽과 한국의 연금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런던/김보영 통신원

 

연금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니컬러스 바 런던정경대(LSE) 교수(공공경제학)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다양한 경험에서 바람직한 연금개혁 방향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적립방식으로 연금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금융업계에만 이득을 줄 뿐”이라면서 수명이 늘어나 연금이 문제가 된다면 은퇴연령 조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은행이 지난 5월 발표한 ‘21세기 노령세대를 위한 소득보조’ 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그동안 민영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던 세계은행이 나라마다 다양성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토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대담은 런던 정경대학 아시아연구소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런던에 체류중이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지난 7월14일 오후 런던정경대학내 바 교수 연구실을 방문해 1시간여동안 진행됐다.

 

김연명 교수(이하 김)=한국에서도 연금문제는 뜨거운 정치적 쟁점이다. 따라서 서유럽국가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서유럽국가들의 연금제도가 주로 정부가 운영하는 부과방식(별도의 적립기금 없이 일년을 단위로 경제활동인구에 보험료나 세금을 부과해 얻은 수입으로 노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포기하고 민간연금으로 대체하거나, 정부가 운영하더라도 적립방식(가입자의 보험료를 장기간 적립한 기금에서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화해가고 있다고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고령세대 위한 다양한 직업창출로 노동생산 늘려야

 

니컬러스 바 교수(이하 바)=연금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점점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지난 20세기의 커다란 성과이기도 하다. 문제는 19세기 말에 정해졌던 은퇴연령이 아직까지 변화하지 않고 있는 데 있다. 따라서 현재 보통 65살인 은퇴연령은 70살 정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이것은 경제학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매우 분명하고 쉬운 대답이다. 하지만 정치인들로서는 쉬운 결정이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적립방식 연금을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적립방식은 고령화 대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유는 매우 간단한다. 연금은 결국 은퇴 후에도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다.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일할 때 연금 보험료(또는 세금) 납부를 통해 정부로부터 은퇴 뒤 연금 급여를 약속 받든가(부과방식), 아니면 돈과 재산을 은퇴를 대비해 쌓아놓는 것(적립방식)이다.

 

그러나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상품과 서비스이다. 부과방식과 적립방식은 단지 미래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권리를 쌓아놓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따라서 이 논쟁은 경제적 문제가 아닌 정치적인 문제이다. 주로 적립방식으로 이득을 얻는 사람은 금융업계이다. 잘 훈련된 연금 보험설계사가 복잡한 연금설계를 잘 이해못하는 사람들의 노후보장보다는 당장 자기가 그 사람들에게 연금상품을 판매함으로써 얻는 수익에만 관심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영국의 경우, 1980년대 대처정부가 부과방식(공공연금)에서 적립방식(민간연금)으로 옮겨가는 것을 장려하면서, 민간보험업계가 연금을 잘못 팔아 많은 사람들이 손해보는 스캔들이 발생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의 많은 정치인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적립방식으로 쌓인 기금이 경제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제관료들은 연금 기금을 경제발전에 필요한 투자 자금으로 사용하는 데 관심이 매우 높다.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이지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연금기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제가 더 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금융시장의 저축량이 너무 많아 문제인 중국을 보더라도 대규모의 연기금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둘째, 적립된 기금이 금융시장을 원활히 돌아가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금융시장이 잘 발달된 유럽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경제발전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금융시장이 작동하지 못하는 우간다 같은 나라에도 적용되지 않는다. 연금기금이 금융시장에 도움을 주느냐 않느냐는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택범위 넓어...민간적립방식은 금융업계만 살찌워

 

=한국에서는 적립방식에 대한 논의와 함께 민영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강하다. 민영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대체로 세계은행의 3층제 연금 모델을 주장한다. 3층제는 최소한의 공공연금, 의무적인 민간적립방식의 확정기여형 2층연금, 자발적인 개인연금으로 이루어진 3층연금으로 이뤄진다. 보통은 은퇴 이후 최소수준의 공공연금과 민간보험사의 2층연금을 합해서 소득을 얻는다.

 

=세계은행의 1994년 보고서 ‘고령화 위기를 피하는 길’은 공적연금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했지만 민영화를 주장하는 정책대안은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국가주도의 연금체계가 문제가 많기 때문에 민간연금이 대안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다.

 

하지만 지난 5월 내놓은 ‘21세기의 노령세대를 위한 소득보조: 연금체계와 개혁에 대한 국제적 관점’ 보고서는 민간 중심의 3층제 연금 모델만이 대안이라고 했던 기존의 입장을 버렸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특정한 모델이 정답이 아니라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해결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민간중심의 적립방식을 여전히 선호하기는 하지만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세계은행의 이런 입장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게 된 것인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10여년 동안 시끄럽게 싸워온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는 끈질기게 ‘민간연금이 정답’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해 왔다. 민간중심의 적립방식 연금은 선택사항 중 하나일 뿐이다. 미국은 1, 2층 모두 부과방식의 체계로 연금을 잘 운영하는 반면, 네덜란드는 미국과 다른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스웨덴 역시 미국, 네덜란드와는 또 다른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한국이 정작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한국의 경제상황, 특히 투자가능한 저축수준, 정치경제적 상황, 사회적·역사적 상황들이다.

 

일반적으로 상당한 경제적·제도적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보다 넓은 선택 범위를 가지고 있다. 한국 역시 그렇다. 경제규모에 따라 연금체계는 매우 다양할 수 있고 나라마다 연금체계는 또 매우 다르다. 내가 한국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다양한 경험을 광범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은퇴연령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연금개혁의 과제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의 변화가 너무 급격히 진행돼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은퇴연령을 상향조정할 경우 청년실업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 않는가?

 

=은퇴연령의 상향조정과 더불어 다양한 노동형태가 제공되어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 알맞게 노동시장에서 다양한 직업 형태가 보장되어야 연금제도 역시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62살이 되면 연금의 일부를 받으면서도 시간제 노동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보험료를 추가로 적립해 향후에 더 높은 수준의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무적인 은퇴연령을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고령자가 원할 경우 은퇴 대신 시간제 노동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 등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치인들은 은퇴연령 상향조정을 고려할 때 항상 청년실업의 증가를 걱정한다. 그러나 현대의 경제구조 아래에서 이는 기우다. 점진적으로 조정해 경제가 이에 적응할 시간을 준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은퇴연령이 높아질수록 총 노동자 수는 증가하겠지만 이것이 더 많은 경제활동을 만들어내거나 임금을 하향조정시켜 그만큼의 고용을 창출해낼 수 있다.

 

역사적인 경험으로도 산업혁명 이전에 10명이 할 일을 기계의 발명으로 1명이 할 수 있게 됐다면, 요즘은 4대의 기계를 더 만들어 5명이 5배의 생산성 있는 활동을 하게 하고 또 나머지 5명은 서비스 산업으로 옮겨가게 하는 식으로 계속 고용을 창출해 해왔다. 따라서 은퇴연령을 상향조정하면 실업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경제학적으로 사실이 아니다.

 

OECD 다양한 경험 거울삼아 독자적 해법 찾아야

 

=가장 뜨거운 쟁점인 재정문제로 넘어가 보자. 유럽국가들의 전반적인 공공연금 지출은 이미 국민총생산(GDP) 대비 약 10% 정도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2030년께야 7~8% 수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벌써부터 재정안정성에 대한 논쟁이 매우 치열하다. 한국의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것이 너무 높은 수준이어서 미래 한국 경제에 매우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연금지출이 아니라 전체적인 정부지출 규모다. 세금이 너무 높으면 경제활동 의욕을 저해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를 ‘너무’ 높은 것으로 보느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담세율 45%가 넘으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정부지출이 낮다면 같은 세금을 가지고도 더 많은 돈을 연금에 쓸 수 있다.

 

=연금문제에 있어서 연금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렇다. 수명이 연장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더 오래 생산적인 일을 하게 되면 추가적인 경제적 자원을 창출하게 된다. 또한 더 늦게 은퇴함으로써 연금 지출을 아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재정안정성과 총 연금지출수준의 관계는 상충하는 관계가 맞다. 하지만 은퇴연령을 높여 평균적으로 연금을 받게 되는 기간을 줄인다면 꼭 연금급여 수준을 낮추지 않더라도 재정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다. 재정안정을 위해 노후생활 보장이 희생되는 것은 은퇴연령을 높이는 것보다 먼 미래에 받을 연금 급여를 낮추는 것이 정치인들에게 더 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연금문제에 대해 덧붙일 말은 없는가?

 

바=밖에서 보기에 한국 경제는 매우 훌륭하게 성장해 왔다. 따라서 한국이 다양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경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개혁을 만들어가야 한다. 연금개혁은 어떤 특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것이 바로 정답이다. <끝>

 

니컬러스 바 런던 정경대 교수

 

런던 정경대학(LSE)에서 공공경제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바 교수는 연금분야에서 대표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특히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복지국가의 경제학>은 국제적으로 사회보장 분야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잘 알려져 있다. 영국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에서 정책 자문활동을 하는 등 세계 복지제도 개혁과 관련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그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기도 했지만 또한 이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여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우리나라 연금문제에 있어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지난 수년간 참여연대 국민복지최저선 확보운동, 국민연금 개혁운동 등 한국 사회복지개혁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여온 그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위원 등으로 정부 정책과정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동아시아 비교복지정책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5년 8월 26일 한겨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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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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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민연금 개정안의 선택

안녕들 하시었는가. 지난 기사, <김근태 장관의 맞짱과 국민연금 개정안>에서 약속했던 대로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국민연금 개정안의 나머지 쟁점을 집어보기에 앞서, 지난 기사의 반응 속에 또다시 등장한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살짝쿵 짚어주고 넘어가야 되겠다.

 

 

요것만큼은 헷갈리지 말자. 내로라하는 소위 '선진국'에서도 국민연금은 골치아픈 문제이니 늦기전에 폐지하자 어쩌고 하는데 문제는 국민연금이 아니라 날로 심각해져가는 '고령화'란 말이다. 즉, 평균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로 노령인구가 날로 증가하니, 이들을 부양할 비용을 개개인에게 더 지울 것인가 아님 사회, 국가, 기업 등 사회공동체가 공동으로 분담할 것인가가 논란의 핵심이란 말이다.

 

국민연금이란 제도는 고령화에 대한 비용을 사회공동체가 분담하는 하나의 '체계'인 것이고, 따라서 분담을 선택하는 나라는 국민연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반대로 개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식으로서의 방향을 선택할 경우에는 국민연금의 급여를 깎거나 사적연금 비중을 더욱 키울 것이다. 물론 이 양쪽 방향에서도 국민연금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는 어떠한 주장이나 시도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당연한 것이, '고령화'란 파고가 더욱 높아지는 가운데, 둑을 얼마나 더 높게 쌓을 것이냐, 누구의 돈으로 쌓을 것이냐를 가지고 왈가불가 할 수 있어도, '씨바 골치 아프니까 둑을 그냥 없애버려'라고 하는 정신 나간 작자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울 나라의 경우 그 '고령화'란 파고가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할 만큼 만만할까? UN에서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인구가 7%가 넘어가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 14%를 넘기면 고령 사회(aged society), 20%를 넘기면 초고령 사회(super-aged society)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통계에 따르면, 2004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8.7%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이대로 가다간 2019년에는 고령사회로, 2026년에 20%를 넘겨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 고령화 속도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데에는 늦게는 프랑스가 115년, 짧게는 일본이 24년이 걸렸지만, 울 나라 19년을 예상하고 있으며,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는 많게는 영국이 44년, 일본이 12년을 예상하고 있는데 반해 울나라, 단 7년 만에 돌파해 줄 예정이다.

 

손자 손녀 이뻐해 주실 할부지, 할무니 늘어나는 게 뭐 그리 문제냐고? 글치, 늘어나는 것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근데 문제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65세 이상은 공식적으로 노동에 의한 소득이 중단되는 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자 돈이나 굴리며 살 수 없다면 어떻게던 자식한테 손 벌릴 수밖에 없다. 돈 벌 수 있는 자식세대(생산가능인구)와 노인 비율이 2004년 현재는 8.2명 이지만 초고령사회인 2030년에는 2.8명이다. 즉, 지금은 사회 전체적으로 8.2명이 노인 1명을 부담하면 되지만, 2030년에는 2.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얼마나 그 부담이 폭증하는지 감이 오는감?

 

그럼 지금 우리네 세대는 얼마나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자식 세대가 등골 빠지지 않게끔, 그리고 우리 스스로 노후에 눈치 보며 비참한 생활을 안 하게끔 잘 준비하고 있는가?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적연금제도를 제외할 때 노후준비가 전혀 없는 사람이 64%에 달한다. 물론 나머지도 그 준비가 충분한 거냐 아니냐를 따지면, 것도 알 수 없다. 예금적금을 노후를 위해서 붇는다는 사람은 일단 다 제외한 통계니 말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있어서 다들 안심하고 준비를 안 하는 것일까? 국민연금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감을 고려한다면 그건 큰 변명거리가 되지 못한다.

 

그럼 국민연금 제도에서 제외되어 있는 현재의 우리네 할부지, 할무니들의 생활은 어떠하신가. 통계청 가구소비실태조사에 의하면 2000년 현재 60세 이상 노인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49만원, 지출은 40만원 수준이다. 전체 평균이 97만원 소득에 82만원 지출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절반수준이고, 2004년 기준 최저생계비가 1인 가구일 때 37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혼자 사는 울나라 할부지 할무니들(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2000년 현재, 전체 65세 이상 노인의 16%)이 '평균적'으로 가난에 허덕인다는 것이 국민소득 2만달러를 외치는 이 나라의 현실이다.


(이 정도 돈으로 사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생생하게 보려면, 얼마 전에 있었던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 카페에서 확인하시라.
http://cafe.naver.com/hopeup.cafe)

 

2인 이상 가구라고 좀 날까? 도시가계조사에 의하면 2004년 2/4분기 현재 65세 이상 노인가구 중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3만 원으로, 그 외의 가구 평균 소득 280만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이 역시 4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일 뿐이다.

 

자, 함 이 상태에서 그냥 국민연금 없애 버리고 초고령화 사회 맞이해 볼까? "난 걱정 없고 딴넘들 상관 없으니 그냥 폐지해 버려" 한다면, 이기적인 소리 이상도 아니며, 당장 먹고 살기 바쁘니 다 없애 버리자는 것 또한 신세에 대한 한탄이거나 절박한 심정의 소리일 순 있어도 합리적인 주장으로 내세우기에는 무책임한 우격다짐 이상이 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이건 노후 대책이 안 된 노인들이, 그리고 이들의 부양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자식들이 고통을 당하고 끝나는 문제 또한 아니다. 노인 비율이 대책 없이 급증할 수록 그에 대한 자녀세대의 부담이 급증하고, 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갈 수록 소비지출은 정체되며, 그에 따라 내수시장은 침체되고, 따라서 경기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비자금을 세계적으로 남부럽지 않을 만큼 비축해 놓은 지금의 국민연금 제도를 없애자 할 이유가 대체 어디 있는가.

 

이래도 연금 없애버려야 하신다는 분, 살포시 저 위에 있는 '뒤로' 버튼을 클릭해서 보다 흥미로운 기사들 찾아 읽으시고 나가시면 되겠다. 아래에 계속 될 이야기들은 짐작하다시피 국민연금을 어떻게 잘 개혁해서 좋은 연금제도를 만드느냐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괜한 시간 더 낭비하실 필요는 없으시다. 그럼 나머지 분들에게, 살짝쿵 짚어주겠다는 것이 길어진 것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이제 약속했던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민주노동당안(案) 등장, 그리고 복지부의 장난?

 

먼저 그간의 상황을 좀 살펴보고 넘어가야 겠다. 그렇다고 무슨 실질적인 변화가 있었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잘 알다시피, 국회는 귀신 씨라낙 까먹는 짓거리들로 여전히 국민들 울화통에 불을 지르며 지구 온난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을 뿐으로, 국민연금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어떤 실질적인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단, 변한 것은 상정되어 있는 개정안 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에서 '국민연금기금운용기구설치등에관한법률(이하 기금운용기구법)'과 국민연금 개정안을 한 세트로 하여 현애자 의원의 대표발의로 상정했고, 한나라당에서 윤건영의원 대표발의로 기초연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개정안을 상정했다.

 

따라서 당 기사에서 비교할 개정안은 정부가 발의한 안(이하 정부안), 유시민 의원 대표 발의안(이하 유시민안), 현애자 의원 대표발의안(기금운용기구법 포함, 이하 현애자안)이 되겠다. 나머지 개정안들은 매우 부분적인 것이어서 포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위의 세 안에 한정했다. 어? 그럼 한나라당 안은? 본 우원 한나라당이 미워서 한나라당 안을 뺀 것이 아니다. 이유는, 별로 추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세금을 재원으로 기초연금을 일정 수준에서 온 국민에게 제공하고, 그 위에 보험료에 기반한 비례연금제를 얹히는 이원 연금제는, 현재와 같이 430만에 달하는 국민이 연금제도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제외되어 있는 상황에서 특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근데 문제는 이를 한나라당에서 발의했다는 데 있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니 한나라당안대로만 해도 2005년에 6조원으로 시작, 2030년에는 92조에 이르는 등 기초연금에 필요한 추가 세금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다.

 

이거 한나라당이 뭐 국민연금 개정안 내야하기는 하고, 뭔가 획기적인 걸 낼라하니 내게 된 것 같은데, 평소 세금 깎기에 쌍심지를 켜던 태도를 볼 때, 이런 천문학적 세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추진할 가능성 별로 없어 보인다. 지난 대선 때, 보험료를 기반으로 한 기초연금제를 제시할 때보다는 훨씬 보기 좋은 모습이겠으나, 딴나라에서 좋아하는 '사상전향' 한번 하지도 않고 이렇게 갑자기 방향을 180도 틀어버린 안을 내놓은 것을 보면, 제대로 검토들이나 하고 사인들을 하셨는지 심히 의심스러울 따름이다(보험료로든 세금으로든, 이름은 기초연금제니 아마 똑같은 것으로들 아셨나보다. 실상은 그 철학부터가 완전히 다른 것을...).

 

자 그럼 각설하고, 우선 현애자안에서는 지난 기사에서 다루었던 국민연금 기금운용 문제에 어떠한 대안이 들어있는지 들여다 볼까? 우선 '기금운용기구법'이라는 별도의 법을 만들어 제시한 것을 보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실제 그 내용에 있어서도 유시민안보다 훨씬 더,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즉, 유시민안에서는 가입자대표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회 아래 독립적인 사무국을 갖는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에 두는 것으로 하였으나, 현애자안에서는 아예 독립시켜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한 유시민안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전에는 가입자대표가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기금운용에 대한 사항을 심의 의결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으나 개정안에서는 '독립적으로 수행한다'는, 매우 애매한 표현으로 얼버무렸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현애자안에서는 '심의 의결한다'라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사용자, 노동자, 농어민, 소비자, 시민단체 등 가입자 대표들이 실질적인 결정권한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 되겠다.

 

정리하자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있어서 가입자대표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민주성과, 정부부처로부터의 독립성, 기금운용의 전문성 등을 모두 고려할 때, 특히 민주성과 독립성을 개무시하고 있는 안이 정부안, 이를 고려하고 있는 안이 유시민안, 이를 매우 강력하게 관철시키고 있는 안이 현애자안, 요렇게 되겠다. 그럼 하늘이 두쪽 나도 국민의 뜻에 반하지 않게 연금기금이 쓰여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김근태 장관이 선택할 안은? 당근 현애자안이 되겠다.

 

게다가 김근태 장관의 발언 이후, 서둘러 개최된 당정청 협의에서 나온 합의안은 민간 중심의 독립기구에서 기금운용을 담당한다는 것이었다. 민간 중심의 독립기구? 이건, 관리공단내 기금운용본부를 설립하자는 유시민안보다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자는 현애자안에 더욱 가까운 대안이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최근 이와 관련한 복지부 의견서를 보면, 김근태 장관의 선언이나 당정청 협의의 결과와는 '전혀' 상관없이, 복지부는 여전히 정부안을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부안은, 민간 중심의 독립기구는 커녕 기금운용에 있어 경제부처의 입김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안이다. 그럼 복지부가, 장관이고 청와대고 당이고 상관없이 그냥 지들 꼴리는 데로 따로 노는 꼴에 다름 아니라는 건데, 아무도 이를 지적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근 해명하는 사람도 없다. 이게 무슨 콩가루냐.

 

김근태 장관은, 자신의 선언이 정치적 쇼가 아니었다면 이에 대한 후속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한다. 장관은 장관대로 인기발언하고, 복지부는 복지부대로 정부안을 계속 고집한다면, 이건 국민들 상대로 장난치겠다는 말밖에 안된다. 김근태 장관, 지금 장난 놀자는 거야? 그런거야? 아님 행동으로 잠 보여 봐라. 제발...
 

  더 내고 덜 받고...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더 내고, 덜 받고... 현 정부안은, 지난 6월 한창 '국민연금 8가지 비밀'로 촉발된 불만이 들끓던 시절, 이와 같은 내용으로 국무회의에 통과되면서 가뜩이나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부었었다. 즉, 정부안은, 보험료는 2008년부터 5년마다 1.38%를 인상, 2030년에 15.9%까지 인상하고, 반면 연금급여액은 40년 가입시 현행 60%에서 2005년에서 7년에는 55%, 2008년 이후에는 50%로까지 깎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거 누구 염장 지르자는 거냐? 여기에도 다 설명은 있다. 즉, 처음 도입 당시, 내는 돈은 적게 또 받는 돈은 너무 많게 설계되어 있고, 노령화가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어 연금 재정의 안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 지금 현재대로 유지할 경우 2047년에는 기금고갈이 발생하고, 2050년에는 자녀세대가 부담해야 할 30%에 이르게 되지만, 정부안대로 고칠 경우, 2070년에도 기금 고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깎는 것은 불가피하며 이를 마치 욕을 먹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내리는 구국의 결단인양 얘기하는 모양도 본 바가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선 정부안대로 고칠 경우에는, 애초 국민연금의 목적이었던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이 상실된다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현행대로라도 40년을 가입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소득대비 60%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지만, 실제 평균 가입기간은 19년에서 22년으로, 결국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은 30% 내외로 떨어진다. 이를 근거로 계산하면, 1인당 연금 수급액은 40만원 수준으로, 최저생계비를 살짝 넘긴다. 물론, 현재 국민연금 시행 전임에도 노인 1인 가구 평균소득이 40만원 선인것을 감안하면, 실제 노인 총소득은 연금수급액을 훨씬 상회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걸 또 50%까지 내린다면, 이건 노후소득 보장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떡하나, 그럼 자식세대한테 30%에 달하는 보험료를 부담시킬꺼냐 하겠지만, 현재 정부안의 근거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발전위원회의 인구장기추계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나름대로 통계적 근거를 가지고 과학적으로 산출했겠지만, 이에 따른다면 2070년에는 2002년 현재 3천 2백만명에 이르는 생산가능인구(18세~64세)가 1천 7백만으로 거의 반토막이 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거 상상이 가나? 이게 현실화 될 경우 사회적, 경제적 충격이 과연 어떠할지를...

 

또한 2050년이라고 해도 지금으로부터 약 반세기 후의 일이다.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이면 한국전쟁이 끝났을 무렵이다. 과연 그 당시에 지금의 사회모습을 털끝만치라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이를 생각해 보면, 정부안의 근거가 되는 '장기추계'라는 것은 얼핏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을 맹신해서,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본래 국민연금 기금의 기능을 잃어버린 개정안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럼 어쩌라고? 결국 사회적 합의에 따른 선택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 특히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회의 선택의 문제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미래의 인구감소나 인구장기추계를 유일한 과학적 근거인 양,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리는 구국의 결단인 양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 사회가 노후소득보장을 더욱 중시하는 선택을 한다면 굳이 그렇게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깎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그것만이 연금재정을 안정시키는 방법도 아닐 뿐더러, 오히려 그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다. 오히려 연금을 깎기보다는 출산율을 높일 수 있도록 아동복지와 교육을 대폭 강화하고, 퇴직 후에도 적절한 일자리나, 다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도 이미 세계 최저 수준이고,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출산율(가임여성 1인당 1.17명, 인구가 현상 유지되려면 2.1명이 되어야 한다.)을 고려하면, 연금개정보다는 오히려 이에 대한 대처가 더욱 시급하다.

 

그럼 다른 개정안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유시민 안에서는 보험료는 더 안올리는 대신 연금급여액을 깍는 것은 정부안과 동일하다. 정부안보다는 관대하나, 노후소득보장 기능의 유지를 선택하기 보다는, 당장의 반발을 고려해 보험료를 안올리는 것을 선택한 것으로, 좀 조삼모사같다는 것이 흠이다. 정부안과 유시민안에서 모두 보험료와 급여수준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균형이 유지되도록 조정한다는 단서를 달아놓았다.

 

현애자안에서는 보험료도 안올리고 급여액도 안 깎는다. 세 안 중에서는 가장 관대하게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또한 단서조항에 있어서도 장기적인 재정균형과 함께 국민의 부담수준 및 사회적 합의를 고려하여 조정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수급권 제한 문제와 약자에 대한 고려

 

이래도 못받는다 저래도 못받는다 하여, 지난 봄 국민연금 파동의 주요 원인이 되었던 수급권 제한 규정 등은 이번 개정안들에서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그 밖의 규정들에서 바뀐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주요 내용들만 함 정리해 보았다.

 

중복급여조정 :

현행대로는, 국민연금과 함께 다른 급여에 대한 권리가 있을 경우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 지난 국민연금 파동때 가장 많은 불만을 샀었다. 이에 대해 유시민안의 경우, 두 급여 다 본인에 의해 보험료가 납부된 것일 경우 한가지만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유족연금의 경우 20%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하였다. 현애자안의 경우, 유시민안과 비슷하지만 유족급여에 있어, 일정비율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하기보다는, 2개 이상의 급여가 최저생계비에 도달할 때까지는 선택하지 않은 급여를 추가로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즉, 자신의 노령연금과 유족연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두 개를 합쳐도 최저생계비가 안된다면 둘 다 전액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하나만으로도 최저생계비가 넘는다면 하나의 급여만을 선택할 수 있다. 일률적으로 하기보다는 저소득층 보호에 더 초점을 맞춘 안이 되겠다.

 

재직자 노령연금 :

현행대로는 60세 이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더라도 소득이 있는 일을 하고 있을 경우, 일률적으로 60세에서는 연금의 50%로 시작해서 64세에는 90%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현애자안의 경우는 연령에 상관없이 총소득이 최저생계비와 비교해서 최저생계비의 1.5~2배인 경우 연금액의 90%, 3.5배 이상인 경우는 연금의 70%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역시 일률적인 기준으로 수준을 정하기보다는 소득이 적은 사람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더 맞춘 안이다.

 

연금 크레딧 :

유시민안과 현애자안에서는 '연금 크레딧'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연금급여 수준이 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이가 비교적 크게 나는 것을 고려하여, 출산 등으로 불가피하게 연금가입기간이 줄어들 경우 일정기간을 법으로 보충해주는 것을 말한다. 유시민안의 경우 연금가입기간 계산시, 둘째 자녀부터 1자녀당 12개월씩 추가해주도록 하고 있으며, 현애자안의 경우 모든 첫째 자녀부터, 그리고 입양자녀까지 1명당 12개월씩 연금가입기간에 추가시키도록 하고 있다. 주로 여성의 권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출산율 제고까지 고려한 조치인 듯 하다. 현애자안에서는 군복무기간에 대해서도 가입기간을 추가해 주도록 하고 있는데, 이 경우 군 입대년도의 표준소득월액(전체 가입자의 소득수준을 등급별로 정한 금액)의 최저 수준을 소득으로 인정해 국가부담으로 급여계산에 산입시키도록 하는 더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군복무는 국가가 국민을 강제 고용한 것으로 그 기간만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금생활자와 이혼한 경우 :

연금생활자와 같이 사는 배우자가 이혼 할 경우, 분할 연금을 따로 받게 되는데, 현재는 재혼하면 그 지급이 정지된다. 이것을 조정하여 정부안, 유시민안, 현애자안에서 모두, 재혼할 경우에도 계속 지급이 되고, 스스로 연금을 또 받게 될 경우에도 이 두가지를 합산해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연금 :

현행대로는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처음 진료를 받은 뒤 2년 뒤에 다시 장애진단을 받아야 장애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정부안과 유시민안은 그 기간을 1년 반으로 단축하고 있고 현애자안은 1년으로 단축시키고 있다.

 

수급권 보호 :

원래, 연금을 받을 권리를 양도하거나 압류당하거나 담보잡히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유시민안에서는 여기에다가 지급된 급여의 압류까지 금지시킴으로써 연금생활자의 권리에 대한 보호를 더욱 강화하였다. 현애자안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연금관리공단이 압류를 막도록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한다는 조항까지 삽입하였다. 제아무리 신용불량자라도 연금 가지고 노후는 보장할 수 있게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읽다보면 좀 복잡한 내용들이 있어 머리 복잡할 줄로 안다. 간단히 정리하면, 정부안보다는 유시민안이 이런 저런 제한 규정에 대해 좀더 관대하게 고친 경우고, 현애자안은 유시민안보다도 더 관대하거나 저소득층에 대한 고려가 더욱 강하게 들어가 있다.

 

이걸 가지고 어느 게 더 좋다하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힘들다. 제도의 속성상 누군가 혜택을 더 많이 보게 되면, 누군가에게 돌아갈 돈이 줄어들거나 국가의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기서도 역시 사회적 합의에 의한 선택이다. 즉, 좀 일부가 혜택을 더 보더라도 이런 저런 제한 규정을 그냥 완화시킬지, 아니면 약자보호를 중심으로 완화시킬지, 아니면 아예 완화시키지 말지는 그 사회가 어떤 가치를 가지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금 크레딧의 경우,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첫째자녀든 둘째자녀든 다 크레딧을 제공할 것이요, 출산율 제고효과에 더 초점이 있다면 둘째자녀부터 부여할 것이요, 징병제에 따른 국가책임을 강조한다면 군복무자에게도 크레딧을 부여할 것이다. 물론 각각의 선택마다 그에 따른 연금재정과 국가재정의 부담은 차이가 크다.
 

  사회적 합의, 말은 좋은데 말야...

 

결과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란 주장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다. 지금 모두가 평등해지는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도 아니요, 모든 것이 개인에게만 맡겨지는 자유주의만 하자는 것도 아니다. 보험료를 올리느냐 마느냐, 급여를 깎느냐 마느냐,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느냐에 대해 무슨 정답이 딱 부러지게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부터 저기까지 그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있으면, 여러 가지 논의와 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범위 안에서 하나의 지점이 선택되어 지는 것이다. 그 과정이 잘 이루어진다면, 어떤 결론이 내려지던 누굴 죽이네 살리네하고 서로 얼굴 붉힐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회적 합의, 말은 좋다. 그런데 뭘 어떻게? 본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내는 제도는 정치다. 여기서부터 암담해 진다.

 

원래는, 정치판 내에서 이러저러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각자 대변하는 이러저러한 정당들이 나오고 이들끼리 '말로' 박터지게 싸우다가 결국 서로 각 계층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결론을 도출해내거나 각자의 정책을 내걸고 선거라는 장을 통해 결판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목도하건데, 정책은 고사하고 몸을 던져 진짜 '몸으로' 싸우는 게 우리네 정치의 현실이다. 야당은 일단 정부 흠집내는 일이라면, 이게 자기네 정체성에 맞던 안 맞던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고 나중에 빨갱이네 사회주의네 그냥 갖다가 끼워 맞춘다. 여당 역시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자기 정체성에 맞던 안 맞던 일단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반대하는 야당에 육탄전을 불사한다. 행정부와 국회의 권력분립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지 모르는지 심히 의심스러운 작태들을 연발하면서, 이젠 국민들이 안겨 주었던 국회의석 과반수도 그냥 다 까먹게 생겼다.

 

정책 하면 다 말은 좋다 한다. 언론은 언론대로, 이렇게 몸으로 싸우는 흥미진진한 액숀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책이 눈에 보이느냐고 하소연 한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정책 맨날 시간투자해서 뭐 해봤자 그냥 막말 한마디면 그리로 우루루 몰려간다고 하소연 한다.

 

이러한 가운데 정작 국민생활에 직접 연관이 되는 각종 정책은, 공개된 '정치'라는 장이 아닌 관료들의 책상머리에서 거진 결정이 다 나버린다. 그나마 정치적으로 공방이 이루어지는 극히 드문 쟁점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낸 안대로 국회에서는 한 글자 안고치고 그냥 통과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가끔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 신문 한 구석에 통과된 법률안에 대한 간단한 해설 기사가 실리는 경우를 본 적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정치권에서 공방이라도 이루어졌던 법안을 발견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내용은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들이지만, 그냥 관료들이 책상머리에서 자기 판단대로 적어 올린 법안 상당수가 그대로 입법화되는 것이다.

 

이래가지고 사회적 합의가 가당이나 하겠는가. 뭐가 좀 공개되고 쟁점화가 되어야 입에도 오르내리고, 이런 저런 의견도 쏟아져 나오고 그런 가운데, 이게 좋네 저게 좋네하는 말들이 오갈 것 아니냔 말이다.

 

뭐 정치권엔 그렇다고 치자. 원체 정치권에서 희망을 찾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시민단체, 그래도 묵묵히 자기할 일을 하고 있는 곳이긴 하다. 하지만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이들 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나, 믿을 것은 여론의 힘밖에 없는 이들이 눈에 띄는 활동만 반짝 주목받고 마는 풍토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갖기란 정말 어렵다.

 

이 시점에서 지적하고 싶은 곳은 언론이다. 기존 언론도 그렇다고 치고, 특히 진보매체를 자처하는 인터넷 언론들... 뭐 그동안 새로운 언로를 열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정치과잉인 것 또한 사실이다. 정책관련 기사야 전문가의 기고로 채워진다. 전문가는 전문가지 기자가 아니다. 전문가의 글은 일반적으로 읽기에 퍽퍽하고 한계가 있다. 이런 저런 의견과 입장들을 취재해서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기자다. 그런데 정치관련 뉴스를 담당할 사람은 많아도, 정책적 쟁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쓸 수 있는 기자가 한명이라도 있던가.

 

인터넷의 속성이기도 하지만, 클릭수를 쫓아다니다 보니 기사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흐르게 되어 찌라시들을 닮아가는 모습을 솔직히 완전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찌라시들을 닮아갈 수록 참신성은 떨어지고, 참신성이 떨어질 수록 새로웠던 매체의 매력도, 존재의 이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존 찌라시들과의 차별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기껏 시민단체 집회기사나 열심히 단순전달 해준다고 그게 차별성이 되는가.

 

 

딴 데 쳐다보지 마라. 개개인 하나하나가 매체가 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는, 스크롤 압박 견디며 끝까지 읽은 바로 너그 어깨에 미래가 있다. 어디 함 명랑사회 같이 잘 만들어보자. 졸라.

 

2004년 12월 20일 딴지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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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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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김근태 장관의 맞짱 그리고 국민연금 개정안

 

국민연금이 또 난리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 자금으로 국민연금 기금을 총동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한나라당(뭐, 얘네들이야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자는 무리들이니 언급할 가치가 없겠으나 제1야당이니 뭐 이름 정도는 거론해주자)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뭐 그냥 흔한 구도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이번엔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이, 경제부처는 조언이나 하지 연금기금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마라면서 이를 정면으로 치받고 일어났다. 물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에둘른 유감표명과 김근태 장관의 신속한 사과로 싱겁게 마무리 되는 듯 하지만, 그것이 내용에 대한 사과라기 보다는 형식에 대한 사과라는 점에서 내부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인해 인터넷 공간이 온통 난리가 났던지도 어언 반년 가까이 흘렀다. 이때도 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뭐라뭐라 했었다. 또 지금은 다른 문제로 논란을 빗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난리에도 불구하고 정작 바뀐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민연금법중개정법률안(줄여서 국민연금 개정안)이 지난 6월에 제출된 이래 국회에는 총 6개의 국민연금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다들 짐작하다시피 제대로 심의도 되지 않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법이 바뀌어야 뭐가 바뀔 것 아니냔 말이다.

 

본우원, 김근태 장관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속내야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이걸 가지고 소위 '친노'그룹은 '대통령 후보 되려고 튀어보려고 한 짓이다'라고 맹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을 보면, 솔직히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군'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뭐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뭐든지 '정치적'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이 정치적 술수 따위와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 쟁점이 담겨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질 않는다.

 

국민들의 먹고 싸는 문제가 직접적으로 걸린 졸라 중요한 '정책적 쟁점'이 어떻게 정치권의 쌈박질로 전락해버리며, 그러면서 정착 논의되어야할 주제는 온데간데 없어지고는 결국 짜증나는 흔한 진흙탕 정치싸움으로 변해가는지, 그러면서 나라가 어떻게 점점 개판이 되어가고, 국민의 삶은 어떻게 점점 도탄에 빠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훌륭한 사례가 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불현듯 스쳐가는 것은 단지 본 우원만의 기우일 것인가.

 

물론 우리는 이런 훌륭한 사례 중 하나를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서 충분히 봐왔다. 박통시절에도 실제로 추진되었을 정도로 그 정치적 입장이 어쨌던 간에 누구나 심각하게 느끼는, 수도권 과잉집중 현상으로 인한 문제를 풀기위해 충분히 논의될 가치가 있고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단지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했다는 이유로 '빨갱이 정책'이 되고 결국에는 관습헌법이라는 희한한 헌법까지 새로 제작되어서, 멀쩡하게 법에 따라 진행되던 정책이 (말 그대로) 나가리가 났다. 그에 따라 수도권 집중완화니 국토 균형발전이니 하는, 정작 논의되어야 할 쟁점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충청권 시민들은 또 난리가 나고, 결국 점점 심각해져가는 수도권 과잉집중문제는 단 한오라기도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지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의 문제는 어떠한가. 최대 적립금액수준이 최소 600조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반이상까지 쌓일 예정인,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규모의, 그것도 죄다 현금인, 단일 기금이다. 이거 잘못 휘둘렀다간 한 나라 거덜내기는 누워서 ?쪄먹기인 이 기금의 운영주도권을 둘러싼 정부부처간 암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근 정부내 막강 파워인 경제 부처는 이 주도권을 갖고 싶어 안달인 것이 사실이고, 가장 힘딸리는 부처중 하나인 복지부는 국민연금에 대해 민감한 여론과 시민단체 등의 힘을 업고 간간이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운용위원회'에서 단 한번의 논의도 없이 '뉴딜'정책에 연금기금을 총동원하겠다는 발표는 경제부처가 던진 결정적인 도전장이었으며 이에 대해 김근태 장관의 국민연금 '독립선언'은 그의 정치적 욕망과 관계없이 충분히 가치가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복지부가 경제부처를 상대로 한 내부싸움에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자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치적 거물인 장관과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다. (글고 정치적 거물급 장관이니 이 정도 맞짱이 가능했겠고)

 

그렇다면, 경제부처에 맞서서 복지부가 김근태 장관이 말한 데로 국민연금 기금을 '하늘이 두쪽이 나도' 지킨다면 그야말로 모두가 해피해지는, 그냥 '근태오빠 머쪄~! 화이팅~!'만 외치면 되는 문제인가? 그리고 정말 김근태 장관은 정말 국민연금 기금을 잘 지키고 있는가?

 

이건 또 다른 문제이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기다려 봐라 차근차근 디비줄터이니.
 

 

국민연금 기금. 이거 여러 번 말했지만 장난이 아니다. 현재 적립되어 있는 금액만 130조 규모다. 지금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지만 현행법에만 따라도 최고 적립금액이 600조 규모이고, 개정안대로 고쳐질 경우 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난다. 단일 기금으로서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규모인 것이다. 울 나라 연간 정부예산 규모가 150조 규모이며, 울 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003년 현재 350조 규모다. 말하자면 이거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못할 짓이 없으며, 반대로 말해 잘못 움직였다간 나라 거덜 내는 것은 시간문제란 말이다.

 

국민연금 기금 또 이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처음 제도가 만들어질 때 목적이야 어땠건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거의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 고령화 사회를 대처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걷어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돈 아니었던가.

 

 

울 나라 고령화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빠른 속도로 증가되었고, 또 그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이 기금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내로라 하는 복지국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금을 46년치나 쌓아놓은, 어찌보면 배부른 상황이지만 이 한푼 한푼이 국민 하나하나의 노후가 달려있는 돈이며 그러기에 이 돈 잘못 굴려서 손해를 보았다간 가뜩이나 불만 많은 상황에서 다 들고 일어날 판이다.

 

자, 종합해 보면, 기금 운용에 있어서 동시에 고려해야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그 하나하나가 나라의 명을 가를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 허투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근태 장관이 자신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는 세가지 원칙으로 정리되고 있다.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즉,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서 돈을 날려먹지 않고 잘 관리해야 하며(안정성), 그래도 국민연금이 물가인상을 고려해 지급하는 만큼, 안정성을 위해서 적어도 물가인상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은 해야하며(수익성), 또한 이것이 공공의 안녕을 위해 적립된 자금이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공공의 목적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공공성).

 

현실적으로 이를 풀어 말하면 이렇다. 물론 이거 우리나라가 그래도 민주화가 어느 정도 된 만큼, 이렇게 공개된 자금을 누가 떼어먹거나 하는 그런 수준의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자금이 자금이다보니, 특히 경제부처 같은 경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1/3에 해당하는 자금을 가지고 어떻게 단기간에 반짝 성과를 내볼까 하는 유혹에 항상 시달리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 부처마다 저 나름대로 절라 중요한 국책사업들이 한 두개씩 있는데, 일반 예산을 따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바로 이 어마어마한 기금을 어떻게든 빼내어 자기사업 함 제대로 해볼까 하는 유혹을 안받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뭐 정부가 돈 쓰는 것이니 어느 정도 공공성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멀쩡한 돈 떼어먹을 수도 없으니 안정성도 어느정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손쉽게 돈 빼내어 하는 사업은 그만큼 덜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수익성에 문제가 없을 수 없으며, 또 그렇게 한푼 두푼 쓰이다 보면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그럼 장기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정부 입장에서도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이니 마구잡이로 갖다 쓰다보면 정부재정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요구해서 관철된 것이 바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라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복지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3급이상 공무원과 함께, 사용자(기업)대표,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자 대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를 비롯, 농어민, 소비자 대표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관계 공무원 뿐 아니라 각종 국민연금 가입자 대표들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아무도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구조를 싸그리 무시하고 금번 정부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단 한차례도 논의한 바 없이 이 기금을 왕창 사용하겠다고 발표해 버린 것이다. 형식상 보면 떡 줄 놈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신 꼴이지만, 정부, 특히 경제부처가 얼마나 이런 구조를 우습게 여기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훨씬 현실적인 해석일 거다. 즉, 법상으로 최고결정기구라 해도 복지부 장관 '따위가' 위원장으로 있고 각종 가입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위원회 따위는 '니들이 경제를 알어?' 하며 아예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렇게 정부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연금 기금 알기를 무슨 자기네 쌈짓돈마냥 생각하고 있다면, 그 돈을 사용한다는 '뉴딜' 사업 자체의 신중성에도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고, 그런 사고방식으로 기금을 써버린다면 기금도, 그리고 그걸 다시 갚아야 하는 정부도 부실화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김근태 장관이 '누구 맘대로 기금을 가지고 왈가불가 하는가' 라고 딱 못을 밖은 것은 확실히 의미 있는 일이다 말이다. 솔직히 이런 소위 '거물'이 장관되기 전에 복지부가 정부내 최대 울트라 슈퍼 파워인 경제부처를 향해 이렇게 당당하게 제 목소리 내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국민연금 기금은 '뉴딜'이던 뭐던 경제부처가 손 못 대게 만들면 되는거야? 그런거야? 하면 또 꼭 그렇지가 않다. 앞서 말했듯이 현행대로라도 최대 적립금이 600조 이상이다. 이걸 수익성 따진다고 주식시장에 붰다가, 울나라 주식 다 사고도 돈 절반이 남는 그런 규모로 경제 거덜 내지 않으려면, 투자처는 엄격히 제한 될 수밖에 없다(그래서 지금도 주식투자비율이 6%대이며 채권투자비율이 80%대이다).

 

해외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울나라 주식 시장에서 안정적인 대기업만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투자했다고 하면서도 손해를 본적이 있는데, 울나라보다 몇배는 더 살벌한 해외시장에 제 아무리 국내 최고 브레인이 참여한데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당근 미지수이다. 그럼 남는 것은, 돈 떼어먹을 걱정 없어 안정성 보장되고 또 제대로만 사용된다면 공공성도 보장되는 정부밖에 없다는 거다.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성만 보장된다면야 정부가 갖다 쓰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고, 또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안 쓰게 할 수도 없다.

 

허락 받고 가져가라니까!

 

문제는 절차다. 제 아무리 정부의 최대 파워집단인 경제부처가 맘대로 쓰려 한다고 해도 독립적인 기관이 국민연금 기금을 관리해서 독립적인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기금을 사용하려는 사업을 일일이 심사해서 기금 사용여부를 허가해주고, 또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면 문제를 삼을 이유는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근 이 독립적인 기관의 심사와 감시를 만족시키기 위해 경제부처든 어디든 기금을 사용하려는 사업을 계획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고, 집행하는데도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연금 기금 역시 안정성, 공공성과 함께 일정정도의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모두가 해피해 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가 앞서 언급했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회의만 하는 구조로는 이런 독립적인 역할 뿐 아니라, 600조 이상이 될 자금의 최고결정기구로서 전혀 적합지 않다. 그래서 현재 정부가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는 이를 상설화 하고 여기에 사무국까지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구를 대폭 강화시키는 것이다. 얼레? 정부가 웬일이래. 아...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는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으니...
 

 

글이 길어지니 여기서 잠깐 정리하고 가자.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한 자금인 만큼 절라 중요함과 동시에 규모가 장난 아니게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정해진 절차 무시하고 다 쓰겠다고 나서는 지금과 같은 태도는 매우 곤란하며 기금 부실화는 물론 정부재정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를 경제부처에 당당하게 일깨워 준 김근태 장관의 발언은 딴 의도와 상관없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부처가 기금을 당췌 못쓰게 하는 것은, 결국 정부 말고 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안정성 있게 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결론은 그래서, 사용자·노동자·농어민·시민단체·소비자 등등이 다 참여해서 기금 운용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그렇게 독립적인 통제가 있는 한, 경제부처가 울나라 경제를 위해 쓰겠다는 거 말릴 이유가 없다.

 

글고 지금 정부가 제출한 국민연금 개정안에는 바로 이 기구를 상설화하고 사무국까지 둬서 더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빨랑 이 법만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아무 문제 없겠네 하고 넘어갈라 했더니, 아뿔싸! 여기 다른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음모, 이름하야 '국민연금정책협의회'.

 

정부가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슬쩍 아니, 아주 노골적으로 끼어 들어간 국민연금정책협의회가 무엇이냐.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에 관한 기본정책방향은 물론, 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추천하고 또 협의회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협의할 수 있는, 오히려 실질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 위에 있는 기구가 되겠다. 여기 의장은 국무총리, 부의장은 재정경제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사'를 맡는다. 어째 좀 보이냐. 이 강력해진 경제부처의 파워가.

 

여기서 개정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가입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부여되었던, 국민연금 기금 전체 운용을 결정하던 권한은 '여유자금' 운용에 관한 결정권으로 대폭 축소되어 버렸다. 겉으로는 상설화, 사무국 설치로 기금운용위원회 덩치는 커졌지만 실제 권한과 위치는 뚜~욱 떨어뜨리고만 것이다. 게다가 기금운용의 최종적인 의결주체를 복지부 장관으로 해버렸다. 결국 가입자 대표의 민주적 참여로 기금운용을 결정하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이 부분, 복지부와 경제부처간에 약간의 뒷거래 냄새가 나지만, 이거 가지고 더 얘기하는 것은 논점을 흐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법대로라면 '국민연금 기금을 경제부처 품안에'가 돼버리고 만다는 거다. 물론, 국무총리는 그럼 호구냐 하겠지만 생각해 봐라. 각종 화려한 수치와 표, 그래프로 치장된 경제부처의 보고서에 꿋꿋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스스로 진보적이고 서민을 생각한다고 그 큰소리 많이 쳤던 대통령도 노동자의 반수이상이 비정규직인 이 뭐같은 상황에서 되려 그 비정규직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경제부처 입김만이 한껏 들어간 비정규직 법안에 사인하고 그런다. 화려한 보고서야 그렇다 치더라도 '안 그러면 경제가 어려워...' 요딴 얘기 들먹거리면 거기에 안 쫄 정치인 별로 없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의 논리는 설 자리가 별로 없다.

 

어쩌면 경제부처가 말짱하게 눈뜨고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싹 무시하고, 지 맘대로 국민연금 기금 다 갖다 쏟아 부을래 하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법 바뀌면 어차피 자기들 손에 다 들어오니까. 아까 말했지만 이 어려운 울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사회간접자본에도 투자하고, 장래성 밝은 IT 사업에 쏟아 붇겠다는 것 자체를 탓 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개정안과 같이 모든 걸 지들끼리 꿍짝꿍짝 할 수 있게 하다가는 '뉴딜' 사업도, 국민연금 기금도, 결국에는 정부도 부실화되기 매우 쉽다는 것이다.

 

그럼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연금 기금을 국민의사에 반하게 쓰게 하지 않겠다는 김근태 장관은 무얼 해야 할까. 글쎄, 이미 정부안이 제출되어있는 상황에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정잭협의회'를 빼고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시키는 국민연금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키겠다면 말이다.

 

국회가 제대로 한다면, 김근태 장관이 그런 수고를 굳이 안해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국민연금을 지키겠다는 김근태 장관을 소위 '친노'그룹이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빼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는 물론 그 산하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까지 두는 내용을 담은, 정부 개정안과 대척점을 이루는 개정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소올메이트라고 까지 불리는 유시민 의원의 대표발의에 의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 인터넷에 접속한 이상 뭐하겠냐.

 

청와대(http://www.president.go.kr),
열린우리당(http://www.eparty.or.kr),
복지부(http://www.mohw.go.kr)

 

요런 관련 사이트 중 맘에 드는 곳 찾아가서 정신 좀 차리라고 규탄도 좀 하고 힘내라 격려도 하고... (빠진 곳들 섭섭해 마라--일단 가장 관련이 깊은 곳들만 집어넣었으니) 진보언론이던 보수(극우)언론이던 무식한 것들이 이런 절라 중요한 정책적 쟁점 하나 제대로 해설하지도, 전달하지도 못하고 정치적 해석만이 난무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아는 넘이 손가락 수고라도 한 번 더 해야지 어쩌겠냐.

 

원래 본 기사, 지금 국회에 상정 중인 국민연금 개정안을 차근차근 디벼줄라고 기획되었었다. 그런데 요런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좀 방향이 새긴 했어도, 그래도 그 덕에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국민연금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룰 수 있었다. 다음 번에는 원래 기획으로 돌아가서 개정안에서 가장 잘 알려진 쟁점인, '내는 돈 더 올리고 받는 돈 더 깎는 문제', 그리고 반년전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원인이 됐던 수급권 제한문제를 함 디벼보도록 하겠다.정말 깎고 올리는 게 불가피한 건지, 그리고 수급권 제한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그럼 다음 이 시간까지 여러분 안녕~.

 

2004년 11월 26일 딴지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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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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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폐지' 주장을 곱씹다

- 대부분 '개혁으로 해결 충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9일 광화문에서는 70여 명이 모여 촛불 시위를 벌였다. 한 시민단체는 이를 조직적인 운동으로까지 만들겠다고 나선 상태. 인터넷에 올라온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글들을 분석해본 결과, 이들 주장 근거의 대부분이 ‘개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들은 주요 인터넷 사이트와 안티 국민연금 사이트의 토론방 등을 통해 수집했다. 그 중 가장 빈도가 높고, 국민연금 반대자들 가운데서 가장 공감을 많이 사고 있는 주장 네 가지를 간추려 분석해 보았다.

1. "가압류로 고통 주는 국민연금 폐지하라"
– '효과적인 구제절차 마련'이 현실적 해결 방안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글에서 그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국민연금 체납에 대한 가압류로 피해를 당한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수입도 없어 살기 어려운데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압류를 당한 사연 등이 다른 네티즌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사고 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중 실제 압류 집행을 한 경우는 1.8% 정도에 그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강남, 서초, 송파 등 고소득층 밀집지역 체납자가 전체 체납자의 47.6%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모두 ‘생계형 체납자’는 아니다. 부유층의 ‘양심불량형 체납자’도 상당수 끼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가압류는 당사자에게는 당장 생계를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이용이 쉽고 효과적인 구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구제 절차나 이용 방법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은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당장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는 그 해결이 너무 멀다.

2. "지금 먹고 살기도 벅찬데, 노후보장은 무슨"
– 자녀세대 부담 덜기 위해서라도 국민연금 필요


그 다음 많이 등장하는 논리가 '현재 살기가 어려운데 국민연금이 무슨 소용이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국민연금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말이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한 높은 불만이 제기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경기침체이다.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적지 않은 돈이 국민연금으로 지출되고 있어,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그러나 오히려 국민연금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미래에 대한 대비가 더욱 부실해져 지금 세대의 노후는 더욱 불안해 질 수밖에 없음을 감안한다면 국민연금은 더욱 필요하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즉, 지금 세대를 방치했을 경우 30~40년 후 이들이 노인 인구가 되었을 때 다음 세대에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될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먼 미래에 어디서 갑자기 돈이 불쑥 솟아나와 노후 준비가 안 된 노인세대를 사회가 감당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를 고려하면 국민연금제도는 지금 세대의 노후보장 방패막이기도 하지만 자녀세대에 대한 보호막이기도 하다.

3. "강제가입 웬말이냐, 내 노후는 내가 준비"
– 개인연금이 국민연금의 기능 대신할 수 없어


강제가입 규정 역시 가장 많은 불만의 대상 중 하나. 내 노후는 내가 준비하는 데 왜 강제로 가입시키느냐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준비한다는 주장은 위의 주장과 모순된다.

강제가입 규정이 있는 것은 사회보험으로서 이를 거부하는 고소득자의 이탈을 막아 ‘사회적 위험분담 장치’로서 기능하기 위함이다. 물론 현재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경제가 어려워 당장 한 푼이 아쉽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고소득 지역에 체납자가 절반 가까이 몰려 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해 준다.

또한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개인연금'이 강제가입에 기반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을 대체할 수도 없다. 국민연금이 국가가 ‘노후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사회보험’으로 운영해 적정 급여 수준을 납부한 돈과 관계없이 유지할 수 있다.

반면 개인연금은 가입자가 낸 돈 중 이를 운영해 수익금에서 모집 비용, 기업 이익 등이 빼야 하는 데다, 30~40년 후에는 떨어지는 화폐가치도 고려하지 않아 실제 수급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연금은 웬만큼 많은 돈을 내지 않고서 ‘노후보장기능’을 담당하기 힘들다.

물론 개인연금이 아닌 부동산 투자 등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서민들이 평생 벌어 자기 소유의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는 일반적으로 말하기 힘든 측면이 크다.

4. "소득 재분배도 없는 국민연금이 무슨 사회복지제도?"
– 사회보험은 '사회적 위험분담'이 주요 목적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국민연금이 사회복지제도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돈 장사 하는 것’이라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사회보험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것이다.

누구나 사회복지제도로 생각하는 사회보험인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도 고소득층의 돈이 저소득층으로 흘러가는 ‘수직적 재분배’가 없기는 마찬가지. 건강한 사람 돈이 병든 사람에게 흘러가는 등 ‘수평적 재분배’가 있을 뿐이다.

수직적 재분배 기능이 있는 사회복지 제도는 ‘일반세금'에 의해 이루어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 해당 될 뿐이고, 사회보험은 이보다는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소득중단의 위험을 그 사회 구성원이 나누어 분담해 보호하는 ‘사회적 위험분담'을 목적으로 한다.

국민연금의 경우 수입이 평균소득보다 적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납부한 돈보다 많이 타는 약간의 소득재분배 효과 정도는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늙어 연금을 타는 이상 절대액은 많이 내는 만큼 많이 타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보험금 납입 상한선이 있는 것. 만약 이것이 없다면 통상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국민연금의 속성상 더 많이 낼수록 좀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어 오히려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돈이 돌아가는 소득 '역'분배가 될 수도 있다.

단지 현재 월소득 360만 원인 상한선은 9년 전에 만들어져 지나치게 낮은 것이 사실이므로 상향조정을 정부에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연금 폐지’ 주장, 제도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원인

이처럼 ‘국민연금 폐지’ 주장은 제도 자체의 문제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 정부의 국민적 합의 없는 제도 도입, 연금방식의 전환에 불과한 ‘기금고갈’을 ‘연금파산’으로 보도하는 등 오보를 계속하고 있는 언론 등으로 인한 제도의 근본적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적 합의를 무시한 정부는 국민을 정책의 ‘대상’에서 정책의 ‘주체’로 시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언론 역시 단편적인 보도로 오보를 쏟아내기보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로써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도와 합리적인 판단을 가능케 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자각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에 대해 쌓여온 불신과 불만 때문에 '폐지'를 주장하는 측도 감정적 주장을 앞세우기보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적 불만 해소'와 '사회적 노후생활 보장대책'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2004년 5월 30일 오마이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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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소] 이제 새로운 단계를 준비하자!

 

국민연금 얘기하더니 갑자기 이젠 '새로운 단계'라니 온 국민이 원하는 국민연금 폐지에 반기를 들더니 드디어 완전히 갔구나... 하시는 님 있을 줄 안다. 본지 알다시피 남들 다 분출되는 사람들의 분노에 놀라 그제야 마자마자 요것도 문제고 저것도 문제야 요러고 있을 때에 혼자서 '국민연금 폐지하면 안 된다!'고 마빡에 팍 박았었다. 그러고 나서 본지가 왜 국민연금 폐지 주장에 도저히 동조할 수가 없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번 기회에 얻어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별도의 기사에서 소상히 밝혀주었었다.

 

본지 이렇게 하는데 고민 없었던 거 아니다. 남모를 때 구석탱이에 앉아 외로븐 똥코털을 가만히 가다듬으며 혼자서 나름대로 고민 절라 했었다. 그런 고민도 없이 이렇게 당당하게 나서는 본지 아닌 거 그동안 본지를 봐왔던 독자제위들이면 잘 아실 거라 믿는다. 그래서 본 우원 이 시점에서 이제 그 깊숙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본 우원 국민연금 첫 번째 기사에서 말미에 언론과 시민단체가 어서 이 사태에 제대로 나갈 것을 촉구했었다. 물론 언론은 조금은 이제 관심 갖기 시작했고, 한 시민단체도 나선 지 오래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언론과 시민단체의 관심은 본지 주장처럼 그것이 아니었던 게 더 심각한 문제다. 그 관심이 본 우원이 촉구했던 그런 관심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 시민단체도 본 우원이 책임 있게 나설 것을 촉구한 시민단체에 해당사항이 없었단 말이다.

 

오히려 이렇게 전개되는 사태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뿐더러 우리 사회에 정말 진지한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민주화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불만과 요구는 공공의 영역에서 '공론의 장'을 거쳐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사회개혁의 힘으로 승화되었었다. 아직까지 정치가 헤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 공공의 영역에서 '공론'을 대변하는 역할을 그 동안 해왔던 것이 '공공의 이익'을 표방한 시민단체들이었다.

 

즉, 국민들이 '씨바... 우리나라 졸라 썩었어' 그러면 시민단체는 '부패방지법'이라는 구체적인 대안과 요구안을 들고 나와 국민들의 여론을 업고 구케의원들이 졸라 딴지거는 가운데도 결국 국회통과 시켰다. 그리고 또 국민들이 '씨바... 정치인들이 우리나라 다 망쳐' 이러면 시민단체는 '낙선운동'이라는 방법을 제시해 국민의 힘을 업어 독재에 아부하고 국민 괴롭혔던 넘, 썩은 넘 좀 떨어지게 만들었었다. 최근의 탄핵 정국 때도 '더 썩고 드러븐 넘들이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지맘데로 끌어내리네'하고 열 받아서 국민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국회를 폭파시키자 하고 뭐 실제 돌진한 님도 있었지만 시민단체들이 촛불시위 주최와 실무를 맡으면서 '탄핵무효', '총선심판'이라는 구호로 딱 국민의 힘을 모아주는 역할을 담당해 국민 무서운 거 한번 제대로 보여주고 만족스럽진 않지만 탄핵 주도했던 넘들을 국회에서 과반수 이하로 떨어뜨리고 결국 탄핵도 헌재에서 기각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세상이 다 지 거인 것처럼 쥐고 흔들었던 좃선 같은 무리들이 뭐라고 지랄을 해도 이제는 전혀 맥을 못 추게 되었고, 이는 인터넷 공간에서 성장해 온 소위 '대안언론'들을 비롯한 다른 언론들이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고 여론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훌륭히 해냈기 때문이라는 거 부인할 사람 없을 줄 안다.

 

근데 문제는 정작 이번 국민연금 사태에는 이러한 기제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뭐가 사실이고 뭐가 진짠지 인터넷 상 익명의 글들만 넘실거리고 요거 보면 국민들은 졸라 문제가 많은 거 같아 열 받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정작 언론은 정말 문제는 뭐가 있고, 필요한 건지 안한 건지, 그러면 왜 그렇다는 건지 집어주기는커녕 대충 예전에 하던 데로 정부는 대충 까고, 국민 정서는 대충 두둔하고 이런 식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기사들만 쏟아내고 있다. 그 빈 역할을 메꾸어 주던 '대안언론'이란 매체들도 본 우원 좀 인간관계도 있고 해서 아는 기자나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보면 '기사 쓰긴 써야겠는데 우리가 뭘 알아야지...' 요런 대답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러는 와중에 소위 '진보언론'을 자처하는 매체에서조차 '정부나 대충 까면 뭐 얼추 진보되겠지' 이런 안일한 인식이 깔린 기사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렇게 정보가 넘쳐난다는 인터넷 시대에 말초적 감정만 자극하는 생짜 정보들만 넘쳐나고 정작 걸러지고 정제된 정보들은 동맥이 꽉 막혀있으니 '공론'의 기제가 작동할 리가 없다.

 

안다. 그동안 우리 사회 절라 민주화로 바빠서 미쳐 이런 사회복지와 같이 국민의 직접적인 이해가 달린 문제에 신경 쓰지 못했다는 거 알고, 또 이번처럼 이와 관련된 쟁점이 논란이 된 적도 없으므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 안다. 그런데 말이다. 이제 진보정당도 의회에 진출하고, 뭐 정체가 가끔 알쏭달쏭하지만 소위 '개혁세력'이 국회 과반을 점하는 등 우리사회는 자꾸 앞으로 나가고 있다. 그러면 이제 '민주화'와 같은 누구나 다 잘 알 수 있고 고민도 있는 이런 커다란 주제가 아니라 각 부문의 구체적인 '개혁' 즉, '정책적 문제'들이 이슈로 계속 등장할 것이라는 말이다. 특히, 사회복지는 국민 누구나 이해관계가 달려있을 만큼 상당히 민감하고 예민한 이슈다. 이번 사태를 보면 잘 알 꺼다.

 

분명히 말한다. 사회복지, 돈 딴 데서 안 나온다. 따라서 사회복지는 국민들의 돈을 걷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도록 잘 쓸 수 있을까에 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가 항상 걸린다. 다시 말해 손해 보는 넘과 이익 보는 넘, 또는 조금 이익 보는 넘과 많이 이익 보는 넘의 차이는 항상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절라 예민해지고, 또 그만큼 그 기준이 될 '공공의 이익'에 대한 합의를 어떻게 이루어나가느냐가 항상 문제가 된단 말이다.

 

우리나라가 복지라면 무슨 빈민구호나 생각하던 시절에야 이에 반대하는 사람이 그냥 나쁜넘 되고 말았지만, 날로 복잡해지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위험은 증가하는 현대사회에서 복지는 일부 '빈민'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사회 계층 간 집단 간 서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양보와 합의가 필수적이란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에 대해 뭐가 공공의 이익이고 거기에 치러야 할 대가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에이... 우리가 뭘 알아야지', '복지고 나발이고 정부 정책은 일단 까기만 하면 비판 언론 소리 듣지' 이따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복지 명랑사회는 결코 우리사회의 미래가 될 수 없단 말이다. 계속 그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 죽이던 밥이던 정부는 무조건 신나게 까기만 하면 지가 정의인양 '할 말은 한다'고 지껄이는 무리들과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겠냔 말이다.


 

 

기실 따지고 보면 민주화 이후에 버라이어티하게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욕구에 대해 언론에 우리 사회 개혁의제를 던져주고, 이를 공론화 시키는 소스 역할을 했던 것은 시민단체였다. 앞서 말했듯이 국민의 불만과 분노가 있는 곳에 고거를 가지고 번듯한 '개혁안'도 만들고 국민? 그런 거 나 몰라 하는, 지 기득권이나 챙기며 거들먹거리는 정치권을 향해 때로는 여론의 힘을 업고 싸우면서, 때로는 자존심 죽여 가며 굽실거리며 이거 정말 필요한 거다 설득해 가면서 극도의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마다 않고 여전히 후진적인 정치구조 아래서 비어있는 '공론'의 공간을 채워왔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는 웬일인지 그래왔던 시민단체들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앞서 말한 데로 다른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대안언론이라고 하는 매체들까지 그러고 있으니 '매체'의 힘도 없이, 그렇다고 국민 여론말고는 딱히 다른 '권력'이라는 것은 원체 없는 시민단체가 이렇게 국민의 분노만이 비등한 시점에서 '폐지는 아니 될 말이고 요런 개혁안이 정말 필요한 겁니다' 요렇게 나왔다간 국민의 여론은커녕 덩달아 비난의 총알받이나 될 상황이란 거 이해한다. 그렇더라도 그동안 뭐가 먼지 헛갈리는 언론들에게 요건 요렇게 된 거고 저건 저렇게 된 거고 이렇게 의제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도록 보조해 주던 역할까지 손놓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지금 대규모 촛불시위를 주도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가 벌써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본 우원 실은 그 얘기 할라고 시민단체 얘기 꺼냈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그 단체 회장님 인터뷰 한 것 보고 본 우원 넘어가시는 줄 알았다. (관련기사 참조)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시는데 다른 대안은 있느냐는 질문에 대안은 마련 중이시란다. 그리고 대안은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거지 국민들이 그것까지 마련해야 하냐고 항변하신다. 말은 맞다. 국민들이 그거까지 할 필요는 없다. 정책의 세부적인 사안까지 내놓는 것은 결국 정부나 정당의 몫이어야 한다. 그러나 일개인이 아니라 시민단체라면 적어도 대안적 방향정도는 제시하면서 비판을 해야 한다. 대안의 방향조차 없이 '일단 없애고 봐'하는 식의 주장은 솔직히 말해서 이익단체도 잘 안 하는 짓이다. 특히, 그동안 다른 시민단체들이 가꾸어온 '시민운동의 영역'에 비추어 봤을 때는 이런 식의 주장을 하는 이상 '시민단체'라고 부르기가 조금 민망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말꼬리 잡는 거 아니다. 이해가 가기도 한다. 사실 '폐지'를 주장하는 이상 '대안'이 나올 리가 없다. 국민연금 제도는 세계 167개국이 가지고 있는 제도다. 누구 말을 빌리면 '제대로 된 국가 치고 국민연금 없는 나라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다. 그럼 이 나라들이 어디 가서 단체로 총 맞았거나 외계인한테 홀리기라도 했다는 거냐. 다른 대안이 있는데 국민연금이 국민들을 괴롭히기만 하는 정말 없애 버려야할 '악'이라면 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 이걸 갖고 있느냔 말이다.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노령화 문제에 세울 수 있는 국가대책이 이것말고는 아직 없다는 반증이다. 따라서 회장님께서 '대안'을 만들어 나오신다면 우리나라에서만 쓰실 게 아니라 국제 학술지에 한번 잘 써서 발표하시길 권하고 싶다. 아마 노벨상에 사회정책 분야에도 상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가 되시는 거다. 장담한다. 대신 '기초연금제' 요런 거 내놓으면 반칙이다. 이것도 회장님이 '목숨 걸고 폐지하시겠다'는 국민연금제도 중 한 종류일 뿐이다.

 

우리나라는 공공의 영역을 담당해왔어야 할 국가영역이 일제시대와 군사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부당한 권력'에 의해 한 세기 가까이 유린되어 왔었다. 이 덕분에 우리에게 '공공'이라는 개념은 별로 익숙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맨날 국가는 지들 배나 채우는 것들에 의해서 '점령' 당하고 그들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 버리니 '부당한 권력'과 '국가'가 동일시되어 왔던 것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도, 군사독재시절 민주화 운동도 바로 이 공공의 영역인 '국가'를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되찾아 바로 세우기 위한 싸움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결국 민주화로 '국가'는 부당한 권력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부당한 권력에 휘둘렀거나 아부했던 넘들이 국가 주변을 정치인과 관료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런 넘들이 아니라도 국민 위에서 '군림'해왔던 관성이 남아있는 넘들도 덩달아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다음 바통은 시민단체가 이어 받았다. 즉,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공공의 영역인 '국가'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비판하고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다시 말해 '정부'는 가차없는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잃어왔던 '국가'는 그 비판을 통해 제대로 바로 세우고 가꾸어 나갈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로 하여금 지멋대로 시장을 어지럽히며 독점 권력을 휘두르던 재벌도 좀 바로잡고, 독재 이후 지가 스스로 권력이 된 언론도 좀 손도 보고, 맨날 성장만 주장하던 통에 구멍이 숭숭 뚫린 사회적 안전망도 좀 보완하는 역할을 하도록 정부를 비판하고 채근해 왔던 것이다. 그래서 국가는 시장의 공정한 관리자로서, 언론질서를 바로잡는 감독으로서, 그리고 사회복지 제도로 국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 주는 보호자로서 여지껏 잃어버렸던 '공공의 영역'을 다시 찾아가게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비판의 대상인 '정부'와 가꾸어야할 '국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은 있다. 즉, '정부'와 '국가'를 싸잡아서 공격만 하면 '정의'인양 취급될 수 있는 경향이 아직까지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가장 대표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가 지난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 때 좃선 무리들의 행태였다. 이 때 세무조사가 면제되어온 부당한 특혜를 깨고 이를 시행하는 것은 공공의 영역인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국가'와 '정부'를 의도적으로 혼동 시켜 싸잡아 공격하면서 국가의 정당한 역할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에게는 권력에 아부한다며 '어용'의 이미지를 씌우면서, 마치 지들은 정권의 언론탄압에 저항하는 '정의' 인 양 행세했었다. 물론 이들의 그동안의 죄는 익히 알려졌던 바였고, 결국 엄청난 탈세가 드러나 국민들이 속지는 않았지만 이런 혼돈이 얼마나 위험하게 악용될 수 있는 가에 대한 예를 남겼다.

 

물론 국민들은 정부가 잘못해서 피해와 불만이 쌓일 때 씨바... 다 없애버려 하고 정부와 국가를 싸잡아 공격할 수도 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한 세기가 넘게 '공공'의 개념을 제대로 갖지 못했던 불행한 역사의 피해자로 그럴 수도 있고, 아까 말했듯이 이게 또 '공론'의 장을 거쳐 국가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개혁의 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이 '공론'의 장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담지해온 시민단체가 그런다면 이건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 적어도 시민단체라고 불리고 싶다면 이런 구분은 해줘야하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시민단체의 소임은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면서 '국가'를 바로 잡고 가꾸어 가는 것이지 공공의 영역을 까부시는 게 아니란 말이다. 즉, 정부가 '국가 복지'인 '국민연금'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국민을 열 받게 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공격할 일이지 '국가 복지'를 까부시자고 하는 게 시민단체가 해야 할 짓이 아니란 것이다.

 

본 우원 지금 나서는 그 단체를 이번 사태로 알게 된 거 아니었다. 예전에 스스로도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할 교통분담금 환급 운동 때 알게 되었고 참여도 하게 돼서 그 후로 계속 메일도 받고 그랬다. 연말정산 때마다 요령도 보내주는 등 유용한 정보도 많이 보내주어서 자기 분야에 참 충실하고 열심히 하는 단체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민연금 사태를 통해 언론에서 속칭 '뜨는' 그 단체의 이름을 보고 이게 내가 알고 있던 단체 맞나 했었다. 불행히도 맞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젠 '정부'와 '국가'를 싸잡아서 무조건 공격만 하면 '정의'가 되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그리고 시민단체로서 비판을 하려면 적어도 그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가지고 대안의 방향이라도 제시하는 책임감 정도는 있어 줘야한다. 아까 언급한 회장님의 인터뷰에서 일부 타당한 지적도 개중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암 말기환자가 당장 치료비가 없어 죽게 생겼는데도, 납부한 보험료가 쌓여있어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한 것은 사회보험에 대한 회장님의 이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아주 백미 중 백미였다.

 

분명 국민연금은 노후 생활 보장을 위한 제도지 질병에 대한 제도가 아니다. 누차 얘기했지만 국민연금은 '금융상품'도 아니고, 다른 사회보험이 그렇듯이 보험료를 납부하면 '내' 돈이 아니라 '공공'의 돈이 되는 거다. 나 지금 필요하니 내 연금 내놓으라는 건 나 이민 갈 테니 그동안 낸 세금 다시 내놓으란 얘기랑 다를 바가 없단 얘기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낸 돈에 의해 나중에 '공공의 돈'을 받아 노후를 보장받을 자격이 주어지고, 그 수준이 결정된다는 것뿐이다. 질병에 대한 위험을 보호하기 위해 쓸 수 있는 '공공'의 자금은 '국민연금'이 아닌 '의료보험'에 있다. 정말 회장님이 이런 사례들이 안타까우셨다면 엉뚱한 국민연금에 가서 돈을 안 내놓는다고 뭐라 할 게 아니라 '의료보험' 개혁을 주장하셔야 한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랫동안 다른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왔던 것이 '본인 부담금 상한제'다. 즉, 의료비가 엄청 들어갈 수밖에 없는 중병이 걸린 사람에게 일정 금액의 본인 부담금 이상의 돈은 무조건 의료보험에서 전부 다 대주는 거다. 이 것 역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돈이 없어 살 사람이 죽어가고, 가족 중 중병 환자 하나만 있어도 가계가 파산해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불행한 일들을 과거의 이야기로 돌릴 수 있는 아주 강력한 장치면서도 생각보다 추가로 부담되어지는 돈은 그렇게 크지 않다(실제 이런 중병 환자 개인에게 들어가는 돈은 많을지 몰라도 전체 의료보험 대상에서 따졌을 때는 비중이 작으므로).

 

근데 이 제도 도입을 죽어라 도입하자고 다른 시민단체들이 정부랑 싸우기도 하고 협상도 할 때는 어디 계시더니 갑자기 나타나시어 무슨 이게 뚱딴지같은 말씀인가. 물론 네티즌들은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이런 얘기에 바로 분노하고 씨바... 국민연금 진짜 조깥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 대표라고 나오신 분이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 이렇게 사회보험제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없고, 대안도 아직 뭔지 모르시면서, 일단 사람들이 절라 불만이 많으니까 국민연금 폐지에 '목숨 걸겠다'... 예전에 시민들이 잘 모르는 세금 문제를 하나하나 챙겨주던 그 모습은 아름다웠다.


 

 

예전에 한 신문사의 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000명에게 앞으로 우리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냐는 물음에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라는 대답이 44.8%로, '미국식 자유민주주의(39.2%)'보다 우세하게 나왔단다. 미국이라고 하면 최고라고 의례 생각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우리사회가 정말 많이 변하긴 변했구나 했다. 그뿐인가. 20.8%가 경제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를 선호한 반면 자그마치 78.4%가 사회복지가 잘 갖추어진 사회를 선택하였다. 이건 본 우원의 눈을 의심할 정도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었다. '복지확대를 위해' 그 재원이 될 수밖에 없는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는지 물었더니, 더 내겠다는 응답자는 18.6%뿐이었다. 오히려 '세금을 낮추자'는 의견이 42.9%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세금 부담률은 대략 20% 안팎, 40% 수준을 넘나드는 북유럽 사민주의 국가는 고사하고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의 1/3인 남아프리카 공화국보다 낮다고 한다. (관련기사 참조)

 

이를 두고 어떤 이는 '받는 것만 좋아하고 부담은 싫어하는' 국민의 이중성을 탓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본 우원은 '공공의 영역'을 한 세기 가까이 부당한 권력 빼앗겨 왔던 불행한 역사를 탓하고자 한다. 빡통 아래 성장의 신화에 가려져 왔던 우리네의 고통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사회'보다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여야 한다고 절대 다수가 선택했다는 것만도 믿기 힘든 변화다. 아직까지 정치권에서는 '성장우선주의'의 망령이 급증하는 비정규직의 고통과 날로 벌어져만 가는 빈부격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복지를 담당하는 '국가'라는 존재에 대해서 그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아 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맡기기에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 사태가 보여주지 않는가. 물론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무시해왔고, 방식의 전환에 불과한 '기금고갈'을 '연금파산'이라는 오보를 아직도 쏟아내고 있는 언론 때문에 국민연금 자체에 갖는 불신도 불신이지만, 그동안 우리 국민에게 '국가'는 빼앗아가기만 하는 존재였기에 분명히 별 탈 없이 산다면 내는 돈 보다 받는 돈이 많아지는 연금에 대해서도 왜 내 돈 뺏어 가느냐고 항변하게 되는 것 아닌가. 우리들에게 여전히 '국가'는 내 것을 '뺏어 가는' 존재였지 내가 돈을 내면 그 돈을 우리 모두를 위해 잘 써주는 '공공의 관리자'로 느껴졌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지역 수해가 나면, 북녘 땅에서 큰 불행한 사고라도 날라치면 너도나도 돈 모으고, 손수 달려가 자기 힘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이 '국가'에 대한 상처를 씻지 못해 사회복지제도를 위해서도 내 돈 못 내겠다 하고 더 돌려준다는 국민연금도 '왜 뺐어 가냐'고 항변을 한들 그걸 가지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적인 국가개입도 부정하는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로 몰아세울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상처를 딛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남의 손에 빼앗겼던 국가를 되찾았었고, 또 그걸 총칼을 휘두르는 넘에게 또 빼앗겼지만 또 결국 찾아내었다. 그리고, 또 이제는 그 넘에게 빌붙어서 자기 배 채우던 넘들이 구케권력을 쥐고 있던 것도 이제 막 찾아냈다. 그리고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 서민을 대표하는 구케의원들이 처음 의사당 땅을 밟아 눈물을 흘리는 광경까지 보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 사태는 이런 과정에서 '민주화', 이런 거대 이슈 뿐 아니라 우리가 진짜 우리 생활에 직결된 문제인 먹고 싸는 문제가 사회적 중심 이슈가 되기 시작한 사례로서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다른 차원의 발전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 지금까지 잘 해오지 않았는가. 지난 탄핵정국의 촛불시위는 차라리 감동이었다. 우리는 '민주화'를 넘어 우리가 꿈꾸는 '더불어 풍요로운' 사회로 그 다음 단계의 발전 역시 훌륭히 해낼 수 있는 힘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단지 시간이 필요하고 제대로 된 공론의 장이 필요한 것뿐이다. 지금까지 이 '공론의 장' 역할을 잘 해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들도 지금에 안주하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제 다음 단계를 향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할 때다. 어쩌다가 이런 일도 큰 이슈가 되네 하고 바라볼 것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 새로운 차원의 발전을 준비하자. 명랑사회는 거저 얻어지는 거 아니다. 졸라.

 

2004년 6월 12일 딴지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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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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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국민연금 폐지론을 디벼주마!

 

지난 번 본지의 '국민연금 폐지하면 안된다'란 기사를 읽고 수긍하는 독자도 있는 반면에 '씨바... 이 자식들 변했구나'하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독자들이 있다는 거 안다. '이 자식들 지금 국민의 불만과 분노가 하늘을 찔러 국민연금 폐지 촛불시위가 벌어지는 판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하고 항변하는 독자들 있다는 것도 역시 잘 안다. 너거들도 알다시피 탄핵정국 때만 해도 특별판까지 만들고 포고문까지 하달하며 누구보다 촛불시위 독려했던 본지다. 하지만 이랬던 본지가 지금 네티즌 대다수가 국민연금 폐지를 반대한다고 나오는 작금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이를 앞장서서 말리고 있는 데에는 당연히 사정이 있다.

 

사정인 즉슨, 아무리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들을 들여다보고 뒤집어 까봐도 폐지는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가 졸라 많다고 그래서 폐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비판의 화살은 '개혁'하자는 과녁을 향해야지 '폐지'하자는 주장이 되어서는 옳지 않다. '폐지'하자는 주장이 말이 되려면 '문제 졸라 많어'와 함께 '이거 필요 없어'라는 주장이 성립돼야 한다.

 

'국가보안법' 논란을 예로 들어 말해 주께. 우리가 잘 아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보안법 문제 있다고 인정하시었다. 그런데 아직도 위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보안법이 '필요'는 하시단다. 그래서 박근혜 대표는 '폐지'가 아닌 '개정(개혁)'을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 인권단체들, '문제도 졸라 많을' 뿐더러 '통일을 지향하는 시대에 맞지도 않고 혹이나 간첩있음 형법으로 잡으면 되니 보안법은 하나 쓰잘데기 없다'고 하신다. 그래서 '개혁(개정)'이 아닌 '폐지'를 주장하시는 거다. 이렇게 돼야 '폐지' 주장이 합당해 진다.

 

다시 국민연금 문제로 돌아가면 '문제 졸라 많다' 이거 인정하고 당근 이에 같이 분노한다. 근데 '필요 없다' 요게 성립이 안 된다는 거다. 이에 대한 이유는 이미 지난 번 기사에서 언급했다. 그래서 국민연금에 대한 답은 '폐지'가 아닌 '개혁'이 된단 말이다. '필요가 있는' 걸 '폐지하자' 이래버리면원치 않는 결과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초들의 고통과 분노 외면하지 않는 본지, 인터넷 상에 쏟아져 나오는 각종 주장과 안타까운 사연들을 종합, 정리, 분석하여 너거들이 진짜 들어야 할 '딴지 인증 국민연금개혁 대정부 요구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본 우원, 지금부터 각종 인터넷 사이트 안티 연금 사이트 게시판을 돌며 각종 폐지 주장들을 모아 모아 하나씩 디벼 보도록 하겠다. 그래서 드러나는 문제점과 안타까운 피해 사연들에 대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개혁 요구안'을 제시하고, 해당 사항이 없는 폐지주장에 대해서는 왜 인정이 안 된다는 건지 하나씩 소상히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

 

그리고 이 '개혁 요구안', 그냥 만든 거 아니다. 다 여러 사람 자문도 구하고 한 것이니 어느 누가 들어도 손색이 없는 '요구안' 되겠다. 이 자리를 빌어 바쁘신 시간 와중에도 자문과 직접 첨삭도 마다 않아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 국민연금에 졸라 열 받고 불만 많은데 아무도 뭐가 뭔지 제대로 알려주지도 정리해주지도 않아 목말라하던 독자제위들 많이 기다리셨도다. 이제 본지가 나섰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디벼보자.


  압류 당해 못살겠다 국민연금 폐지하라?

 

이 구호, 지난 국민연금 폐지 촛불시위에 등장했던 구호다. 그리고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글에서 그 근거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국민연금 체납에 대한 가압류로 피해를 당한 안타까운 사연들이다. 수입도 없어 살기 어려운데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압류를 당한 사연 등이 다른 네티즌들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사고 있고, 본 우원 역시 같이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런데, 왜 폐지에는 반대하느냐구? 통계에 따르면 지역가입자 중 실제 압류 집행을 한 경우는 1.8% 정도로 제도의 운영의 문제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강남, 서초, 송파 등 고소득층 밀집지역 체납자가 전체 체납자의 47.6%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이 모두 '생계형 체납자'는 아니다. 부유층의 '양심불량형 체납자'도 상당수 끼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비중이 작다고 해도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가압류는 당사자에게는 당장 생계를 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꼭 가압류가 아니더라도 보험료 징수에 따른 분쟁은 항상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문제의 가운데에는 바로 지역가입자에 대한 소득파악문제가 들어있다. 흔히 언론에서 지역사업자 소득파악율이 30%가 채 안 된다고 하는 데 이것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여기서 하나만 집고 넘어가자. 언론에서 마치 이게 100만원 버는 넘 30만원 번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게 아니라 지역가입자 중 국세청 자료 등 소위 공적 소득자료가 있는 사람이 30% 밖에 안 된다는 소리다. 기본적인 사실은 제발 좀 알고나 기사 써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금관리공단에서는 '소득추정체계'라는 것을 이용해서 '이 넘은 국세청(또는 연금공단)에 신고한 소득은 요거지만 이런 저런 주변상황과 정황을 따져볼 때 소득이 이만큼 될 것이다'라는 '추정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소득 없는 사업자한테도 연금을 부과하네 마네 항상 분쟁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사업자들뿐인가 솔직히 문제를 따지면 약 1000만 정도 되는 지역가입자중 순수 지역사업자는 한 300만 정도고 일용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살기 어려운 이들이 소득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직장가입자로 분류되면 보험료를 절반만 내도 되는 것을(나머지 반은 회사가 내주니까) 지역가입자로 분류돼서 보험료 전부를 부담해야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업자들과 똑같이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보험료 부과체계는 안 그래도 문제가 많다. 의료보험도 똑같이 지역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하면서 또 국민연금과는 다른 소득기준을 사용한다. 그뿐인가 이러다 보니 똑같은 업무를 서로 같은 기준도 아니고 국민연금, 의료보험, 국세청 이넘도 하고 저넘도 하니 똑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당하고 서로 말도 다르고 이러니 국민들이 안 피곤해 할 수가 없다.

 

해결은 뭐냐? 똑같은 성격인 4대 사회보험의 부과징수업무를 그래도 가장 짬빱이 많고 가장 객관적인 자료가 많은 국세청으로 통합 일원화해서 행정 낭비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이고, 또 시비거리도 줄이는 것이다. 원래 연금공단 애들은 소득파악을 할 수 있는 법적 권한도 없는 애들이다. 그러니 권한도 없는 애들이 소득파악이니 보험료 부과니 이런 일을 하는 이상 분쟁을 피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부가가치세 납부자료 등을 통해 보험료를 부과하며,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지급도 전산화시켜서 소득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을 직장 가입자의 전환을 시켜줄 수 있는 일 등등은 국세청만이 할 수 다는 얘기다.

 

물론 국세청이야 큰 기업들을 뒤져야 세금이 많이 나오므로 현재 자영업자 소득파악에 소홀했던 것이 저조한 소득파악의 원인 중 하나지만 이 정도는 대통령 의지만 가지고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거 조세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세청의 지상과제 아니었던가. 이미 미국, 영국, 스웨덴 등 여러 나라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단다. 근데 보통 이렇게 얘기하면 공단 넘들 밥그릇 떨어진다고 난리가 난다. 제발 낄 데 안 낄 데는 가리도록 해라. 권한도 없으면서 맨날 분쟁만 일으키는 너거뜰이 무슨 수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거냐.

 

따라서 가압류 등 연금 보험료 부과과정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기가 막히고 안타까운 사연에 분노하여 국민연금 폐지를 외치시던 분들은 이제부터는 '4대 보험 부과징수업무 국세청으로 통합 일원화하라!'는 있어 보이면서, 합리적이기도 한 구호로 바꾸시면 되겠다.

 

결론

 

가압류 등 연금보험료 부과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은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불합리한 연금 행정 체계에 있다. 따라서 행정 낭비도 줄이고, 효율성도 높이면서, 부정확한 소득 추정치 사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4대 보험 부과징수업무 국세청으로 통합 일원화하고 지역가입자 소득파악율 재고하라!!!


  이러면 안 준다 저러면 안 준다... 내 돈 떼어먹자는 거 아냐?

 

작금의 사태의 시발점이 되었던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에 대부분의 내용은 수급권 제한 규정에 대한 것이었다. 이러면 안 준다 저러면 안 준다 요런 거 딱 모아서 보여주니 씨바... 이것들이 내 돈 생짜로 다 떼어먹으려 하네 하고 너도나도 열 받았다.

 

그런데 잠깐 흥분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해보자. 개인연금이야 보험사가 이윤을 남기는 구조이므로 보험사가 내 돈을 떼어 '먹을' 수도 있지만, 국민연금은 그 떼어 '먹을' 주체가 없다. 즉, 보험사는 내 돈을 가지고 이윤을 따로 챙기는 구조지만 국민연금은 보통 낸 돈 보다 더 가져가는 구조로 만약 누구에게 그 돈이 안 나간다면 누가 따로 '꿀꺽'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국민에게로 다 흘러서 돈이 나간다.

 

각종 비리가 판을 치는 우리나라에서 그 돈 누가 떼어먹는지 어떻게 알어? 물론 과거에는 그럴 수도 있었다. 국가가 마음대로 다 갔다 쓰면서 연금기금을 다른 공공기금하고 섞어 버리는 통에 그 돈이 어디로 갔는지 모를 때도 있었단 말이다. 하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요 문제를 물고늘어지면서 1999년에 이 근거 법이었던 '공공자금관리기금법'도 개정되고 기금 운용과 관련해서는 가입자 대표가 과반수이상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설치된다. 즉, 전경련 대표, 민주노총 대표, 음식업중앙회 대표, 소비자보호단체 대표 등등 가입자 대표들이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넘들도 같이 떼어먹는지 어떻게 알어?'하고 또 물으면 할 말은 없다. 다만 과도한 불신은 본인 정신건강에만 해롭다는 조언정도는 해주고 싶다.

 

물론 누가 떼먹을 수는 없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완전히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회의도 안 해놓고 장관이 했다고 도장 꾹꾹 찍고 이랬다. 이것도 시민단체들이 물고 늘어져서 현재는 실제 회의가 열리기도 하고 그 회의록이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공개도 된다. 그런데 이 회의록을 보면 알겠지만 아직까지 한심한 구석이 많다. 또 연금기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보니 이거 복지부 산하에 둔다고 해도 복지부 능력이 의심스럽고 경제부처에서는 이 운영권을 어떻게 가져와 지맘대로 써볼 수 있을까 맨날 짱똘 굴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래서 이 거 이참에 국가인권위원회같은 독립국가기관으로 만들어 좀 제대로 감시도 하고, 우리의 소중한 자금이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거 또한 중요한 포인트 되겠다. 이거 그래서 요구안에 따로 넣는다.

 

말이 좀 새긴 했지만 그래도 누가 국민연금 '떼어먹는다'고 흥분했던 것 정도는 좀 가라앉았으리라 믿는다. 그럼 수급권 제한에 관한 문제는 떼어먹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노후보장을 위해 낸 돈을 누가 얼마나 필요에 따라 잘 가져가고 있느냐 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맞벌이 부부가 한 명이 사망했을 때 나머지 한 명이 한 명분 연금밖에 수령하지 못한다는 병급 조정 조항. 유족급여도 자녀가 18세 이상 되면 받을 수 없다는 조항, 연금수급연령이 되어도 일정소득 이상이면 연금이 깎인다는 등 이 같은 조항들이 너무 필요를 야박하게 판단하고 있다면 분명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유념할 것은 이런 조항을 완화하면 누가 꿀꺽 했던걸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건을 가진, 예를 들어, 연금수급연령도 되고 소득도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 받는 연금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렇게 손해 보는 사람과 이익 보는 사람이 조항을 어떻게 고치냐에 따라 갈리게 되니 요 부분을 항상 고려해야한다.

 

근데, 분명한 것은 손해 보는 것도 가입자고, 이익 보는 것도 가입자다. 이걸 왜 정부와 연금공단이 끼리끼리 지 맘대로 결정하느냐 말이다. 이러니까 '너네가 다 쳐먹을라고 그러지?'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되는 거다. 따라서 가입자 대표가 참여하는 '국민연금 수급권 위원회' 같은 거를 설치해 수급자제한 규정 뿐 아니라 이 규정 적용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서 가입자 스스로 판단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연할 지어다.

 

결론

 

수급권 제한 규정은 누가 꿀꺽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낸 돈들이 얼마나 필요에 맞게 지급되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단, 손해 보는 것도 가입자고 이익 보는 것도 가입자인데 정부와 연금공단 끼리끼리 지 맘대로 결정하는 꼴은 볼 수 없겠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수급권관련 규정과 적용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도록 가입자대표가 참여하는 '국민연금 수급권 위원회'를 설치하라!!!

 

그리고 돈 떼먹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우리 노후보장의 소중한 자금인 연금기금을 제대로 운영하게 만드는 거 이것도 중요한 과제이므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가입자 대표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국가기관으로 설립하라!!!


  기금 고갈돼서 나중에 못 받는 거 아냐?

 

기금이 언젠가 고갈되는 건 맞다. 그런데 기금이 고갈되는 거랑 연금을 못 받는 문제랑은 상관이 없다. 제대로 된 나라치고 연금제도 없는 나라가 없지만 기금이 고갈돼서 연금 못 받았다는 얘긴 못 들어봤다. 현재 국민연금도 원래 적립방식으로 시작할 때 기금고갈을 염두에 두고 설계가 되었고 기금이 고갈되면 당대 노동자에게 연금을 거두어 당대 노년층에게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이 일어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전 기사에서 상세하게 설명했으니 여기선 이 정도로 하겠다.

 

여기서 더 첨언한다면 우리나라는 현 보험체계를 그대로 두더라도 2047년 고갈, 즉 43년 치를 쌓아놨다는 얘기다. 유럽 대부분 나라들은 43년 치는 고사하고 당장 1년 치, 6개월 치도 쌓아 놓은 거 없고 우리나라와 같은 적립식인 캐나다도 5년 치 확보가 목표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연금파산 어쩌고 하는 것은 여간 생뚱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단 이런 말이 나오게 된 계기만 밝히자면 앞부분에서 얘기했던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이를 물고늘어질 때 '이따우로 정부가 지 맘대로 운용하면 연금 기금이 불안정해진다'고 외치는 걸 일부 언론들이 '뭐라고? 연금이 파산한다고?' 요렇게 사오정 짓을 하며 기사를 써대면서 비롯된 거다. 본 우원 확인 결과 아직도 그렇게 알고 있는 기자들이 부지기수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기자가 있다면 이 말은 꼭 해야겠다. '기금고갈'을 '연금파산'으로 보도하는 닭짓은 제발 좀 그만해라. 내가 그런 거 안 했다고 해도 네 동료들이 그러고 앉아있으면 제발 좀 말려줘라. 이건 조금만 신경 써도 명백한 '오보'인걸 알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이다. 요즘은 그렇게 안 한다고? 부담은 높이고 급여는 내리는 국민연금 개정안을 보도하면서 '기금고갈을 피하기 위해' 또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요런 너거들의 습관적인 표현들이 마치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는 사태가 올 것 같은 뉘앙스를 계속 풍기면서 너거들의 치명적인 오보를 계속 상기시켜주고 있음이다. 다른 나라도 다 갖고 있는 국민연금을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이 별나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닭대가리같은 오보를 밥먹듯 하면서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너거들이 별나서다. 세상에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파산'한다고 자꾸 불안감을 주는데 이걸 누가 좋다고 하겠냐는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꾸 부담은 올라가고 급여가 깎이는 데에는 너거들의 닭짓이 아주 단단히 한 몫하고 있음이다. 니들이 자꾸 그렇게 닭대가리 같은 오보를 하는 통에 정부에서도 '기금고갈'에 대한 언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인 '노후생활보장'은 자꾸 밀리고 '기금안정성'을 우선해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너거들이 그렇게 비판해 마지않던, 얼마 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바로 니들 닭짓의 합작품이란 말이다. 당근 이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연금이 용돈수준으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말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약속을 어긴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하겠지만 지 잘못은 싹 잊어먹고 정부가 또 '용돈연금 만든다'고만 떠들어대는 니들의 한심함도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제발 똥인지 된장인지 기본적인 것은 가려가며 보도를 해라. 너거들이 그렇게 헷갈리면 국민이 무슨 용가리 통뼈라고 안 헷갈리고 배기겠느냔 말이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그러나 국민연금은 폐지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요러코롬 보도하면 니들 책임이 없어질 줄 알았더냐. 국민연금 사태로 드러나는 너거들의 죄는 이것뿐이 아니지만 별도의 기사에서 만져줄 것이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 하겠다.

 

결론

 

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연금괴담'은 언론들이 '기금고갈'을 '연금파산'으로, 닭대가리 같은 오보를 계속해서 퍼진 잘못된 사실일 뿐이다. 오히려 이런 언론의 닭짓으로 국민연금이 오히려 용돈연금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약속한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으로 만드는 현 연금법 개정안 즉각 철회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 파기 말라!!!


  지금 먹고살기도 벅차 죽같는데 노후보장은 무슨?

 

지금 경기가 어려워서 많은 서민들이 살기가 어려워져 적지 않은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한 푼이 아쉬운데 노후가 무슨 소용이냐고 외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자. 바로 그런 이유가 국민연금제도가 필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지금 자식들 먹여 살리기도 빠듯하다고 하지만 그 때문에 당신의 노후 준비가 부실해졌을 경우 그 부담이 바로 그 자식세대한테 돌아간단 말이다. 그리고 지금 당신 혼자뿐이 아니다. 지금 서민들이 국민연금에 이런 이유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듯이 많은 사람들이 지금을 위해서 자기 노후준비를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2~30년 후에 이 세대가 노후세대가 되었을 경우 어디서 돈이 갑자기 솟아나냐. 이렇기 때문에 당신뿐 아니라 자식세대를 위해서라도 지금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연금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떨어져서 나중에 자식세대 부담률이 2~30%에 이를 거라는데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아래에서 또 디벼볼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출산율 저하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연금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자식세대가 감당해야할 사회적 비용이다. 단지 지금 그 비용이 국민연금이라는 틀 안에서 계산되기 때문에 마치 국민연금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오히려 국민연금은 부자던 서민이던 그 비용을 강제로 다 부담하게 하므로 상대적으로 서민층 부담이 줄어들고(나중에 서민층은 낸 돈에 비해 받는 돈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므로), 또 현재는 적립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자식세대가 몽땅 부담해야 할 비용을 지금 세대가 모아두고 있는 성격이 강한 거다. 즉 국민연금 제도가 되려 자식세대의 부담을 줄이면 줄였지 늘리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단, 현재 국민연금납부 소득 최저한도가 22만원 수준으로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속하는 빈곤층까지도 국민연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잘못된 것은 맞다. 빈곤계층은 보험료에 의한 사회보험의 보호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세금으로 그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기초생활보호제도로 보호해야할 대상이다. 따라서 이것은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국민연금납부 소득최저한도를 올림으로서 해결될 수 있다. 이거 이미 복지부에서 검토하겠다고 얘기했지만 얘네들 이런 거 잘 까먹으므로 개혁 요구안에 넣도록 하겠다.

 

결론

 

지금 살기 어려워서 국민연금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식세대에게 내 노후에 대한 부담을 다 씌우겠다는 얘기 밖에는 안 된다. 그러나 국가가 최저생활을 보장해 줘야할 빈곤층에게까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최저생계비에 보험료부과 웬 말이냐! 연금 보험료 납부 하한선을 최저생계비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라!!!


  강제가입이 웬 말이냐,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하게 냅둬라

 

강제가입 규정 역시 가장 많은 불만의 대상 중 하나다.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하는데 왜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냐는 거다. 그런데 바로 전의 주장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들이 모두 알아서 노후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강제가입 규정은 이같이 노후보장을 뒷전에 놓을 수밖에 없는 층에게 강제로라도 노후대비를 하게끔 만들고, 동시에 노후가 걱정 없는 있는 넘들에게도 그 부담을 일부 강제함으로서 서민들의 부담을 같이 분담하게 하기 위한 장치이다.

 

개중에 국민연금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 불만이 크니 자율가입으로 하자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안하지만 이 얘기인 즉슨 국민연금 폐지하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음이다. 자 일단 국민연금 같은 거 없어도 노후가 걱정 없는 있는 넘들은 사회적 분담의 성격이 있는 국민연금 가입을 기피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먹고살기도 바쁜 서민들은 나중에 받는 돈이 많건 적건 간에 당장 지금 한 푼이 아쉬우므로 역시 국민연금 가입을 기피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노후보장 장치라는 본래목적은 사라져버리고 국민연금 체계는 붕괴하게 된다.

 

그럼 개인연금을 가입하게 하면 안 되나. 이미 전 기사에서 개인연금이 왜 국민연금의 대체물이 될 수가 없는 것인지 소상히 밝혀줬다. 개중에 이 과정에서 쓴 계산식 가지고 뭐라고 하는 넘들 있는데 그거 이해 빠르라고 단순하게 해서 보여준 것뿐이다. 원래의 복잡한 계산식 보고 싶으면 연금공단 홈페이지 가면 된다. 국민연금이 통상 내는 돈 보다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까지 많이 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은 원래 연금을 지지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똑같이 하는 소리다. 지지하는 측은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우수하다고 그러고 반대하는 측은 그러기 때문에 연금이 유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역시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에 대한 쟁점과 관련 있는 것으로 지난 기사에서 소상히 다루었고 또 아래서도 다루고 있으므로 여기선 생략하도록 하겠다.

 

물론 꼭 개인연금이 아니라 부동산 투자 등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겠으나 대부분 서민들이 평생 벌어 자기 소유의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배부른 넘들에게만 해당되는 소리되겠다.

 

결론

 

강제가입은 노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노후보장을 뒷전에 놓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강제로라도 노후대비를 하게끔 만들고, 동시에 노후가 걱정 없는, 있는 넘들에게 그 부담을 일부 강제함으로서 서민들의 부담을 같이 분담하게 하는 장치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한 별도의 개혁안에 해당이 안 되겠다.

 

소득 재분배도 없다면서 국민연금이 무슨 사회복지제도냐

 

이 거 전 기사에서 원래 사회보험은 소득 재분배 기능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었으나 여전히 시비 거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다시 분명하게 설명해 주겠다. 물론 국민연금은 평균수입보다 적게 버는 사람이 내는 돈에 비해 나중에 받는 돈의 상대적으로 크고 많이 버는 사람이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래서 부분적인 소득재분배 효과는 있고, 이것이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사회적 분담 구조'다. 그런데 사회보험인 이상 부자 돈을   떼어서 가난한 사람에게 턱 주는 '수직적' 재분배 기능에는 한계가 있다.

 

즉, 누구나 사회복지제도로 생각하는 사회보험인 의료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도 '수직적 재분'’에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건강한 넘 돈이 병든 사람에게, 직업을 가진 넘 돈이 직장을 잃은 넘에게 흘러가는 등의 '수평적 재분배'가 주로 일어날 뿐이다. 수직적 재분배를 주 기능으로 하는 사회복지제도는

'일반세금'에 의해 이루어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이다. 사회보험은 이보다는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기 힘든 소득중단의 위험을 그 사회 구성원이 나누어 분담해 보호하는 '사회적 위험분담'을 주목적으로 하는 사회복지제도란 말이다. 수직적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있어야 사회복지제도라고 우기는 것은 곧 사회복지를 가난한 사람이나 도와주는 것이라는 18세기 이전 복지개념을 아직까지 갖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자본주의 출현 이후 질병, 사고, 노령 등으로 누구나 빈곤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보호해주는 위험분산 기능을 가진 사회보험으로 복지영역이 확대된 것은 이미 백년도 더 된 일이다.

 

그래도 삼성 이건희와 월 300만원 버는 직장인과 보험료가 같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항변하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요, 딱 조삼모사 같은 소리다. 지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만 있고 본격적으로 받는 사람은 2008년에나 나타나니 내는 것만 가지고 지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거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만 만약 연금을 수급하게 되면 얘기가 거꾸로 된다. 즉, 통상 비율은 차이가 생기더라도 어쨌던 절대액에서 내는 돈 보다 받는 돈이 많아지는 구조이니 많이 내는 넘이 나중에 가져가는 게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지금 일부에서 주장하는 데로 보험료 납부 소득 상한선을 없애버리면 당장은 많이 버는 넘이 더 많이 내겠지만 나중에는 그것보다 더 많이 가져가면서 소득 재분배는커녕 소득 '역'분배가 일어날 판이다. 그러니 이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는 이제 제발 그만 하자.

 

전에 말한 대로 수직적 소득재분배 기능이 일어나는 연금제도는 낼 때는 세금으로 걷고 줄 때는 일정금액을 부자던 서민이건 똑같이 주는 '기초연금제도'다. 그러나 이건 연간 세금이 15조에서 20조가 더 걷혀야 하고, 현 상태에서 다시 기초연금제도로 바꾸는 것은 여러 가지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은 것으로 기초연금제 해라 이러고 요구안에 집어넣을 성격이 아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마지막에 더 하도록 하겠다.

 

단지 현재 월소득 360만 원인 상한선은 9년 전에 만들어져 지나치게 낮은 것이 사실이므로 상향조정을 정부에서도 검토 중이라 하고 이거 이미 오래 전에 조정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니 별도로 요구안에 집어넣는 수고까지는 필요 없겠다.

 

결론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은 '사회적 위험분담'이 주목적이지 '수직적' 소득재분배 기능은 원래 한계가 있는 거다. 이것 땜에 복지제도가 아니라는 18세기 시절 얘기는 그만 하자. 그리고 국민연금납부 소득상한선을 없애자는 일각의 주장은 내는 것만 생각하고 받는 것을 생각 안 하는 그야말로 조삼모사 같은 소리이므로 이 얘기도 이젠 그만 하도록 하자.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개혁요구안 없겠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노령층만 늘어나는데 결국 연금 붕괴되는 거 아니냐?

 

이거 국민연금 폐지론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되겠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이미 세계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면서 노령화는 또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연금 낼 사람은 줄어들고, 받을 사람은 늘어만 가니 제 아무리 부과방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이거 연금 붕괴를 피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이 상태를 그대로 둔다면 맞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후세대 연금부담이 2~30%로 급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 때문에 연금을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틀린 얘기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아까 살짝 얘기했지만 지금과 같은 저출산을 그대로 둔다면 노령화에 대한 자녀세대의 사회적 비용 부담이 급증한다는 것은 국민연금 때문이 아니라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연금이 그 사회적 부담이 서민층, 그 중에서 부모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부당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씨바... 나는 돈 절라 잘 벌어서 자식한테 부담 줄 일 안 만들건 데 왜 나에게까지 국민연금을 강요해서 남 부담까지 같이 지게 만드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넘에게는 본 우원 할 말 없다고 전에 얘기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일은 있다. 그래서 과연 국민연금 폐지되면 '부모가 오래 사는 자식들이나 자식이 변변치 못한 노인들만 재수 없는(?) 거지' 하면서 끝날 문제일까?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전체 사회 생산력은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폐지되면 날로 그 비중이 급증하는(2030년에는 천만이 넘는단다) 노인 세대의 소비능력을 받쳐주는 사회적 장치도 없어 노인세대비중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내수시장의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러면 우리사회는 고대로 생산력 저하와 소비력 감퇴가 겹치면서 경기 장기침체의 구조적 원인을 안게 돼버리는 거다. 그럼 그 때 가서 연금제도 다시 시행하자 할래?

 

적립방식으로 운영되는 현 연금 방식은 이런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역할까지 한다. 그리고 출산율 저하 문제 이거 국민연금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반드시 국가가 적극 대처해야할 중대한 문제이다. 오히려 현 국민연금체제는 적립된 기금을 이용해서 복지사업대부를 통해 보육시설 확충 등 출산율 촉진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씨바... 기금으로는 빨리 주식투자 해서 늘릴 생각을 해야지 복지사업대부가 뭐냐... 하는 사람은 이거 기억해라. 연금 기금규모는 100조, 200조 나중엔 1000조 단위까지 튄다. 국제투기자본 저리 가라다. 이거 그대로 주식시장에 넣었다간 까딱하면 나라가 거덜 난다. 그래서 연기금은 나누어 쓸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럴 바에 미래를 생각해 출산율 상승을 위해 적극 투자하는 것이 당연히 합목적적인 거 아니냐.

 

결론

 

출산율 저하와 급속한 노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담 증가는 국민연금이 없어도 발생하는 거다. 오히려 국민연금은 이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장치로 더욱더 필요하게 된다. 그리고 또 출산율저하는 국민연금이 아니래도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국가가 적극 대처해야할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너거뜰이 해야 할 주장은 오히려 다음과 같은 것이 되겠다.

 

출산율 저하 방치하는 정부는 각성하고 공공보육시설 대폭 확충하라!!!


  연금 생활자 많아 폐지 불가? 그럼 지금이라도 폐지하는 게 좋은 거 아냐?

 

다시 정확하게 써보자. 다른 나라들도 다 골치인데 연금 생활자 많아 폐지 못 한단다. 그럼 지금이라도 폐지하는 게 좋은 거 아냐?

 

이 주장, 설득력 부분에서 국민연금 폐지론 중 2위 랭크되겠다.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어떤 이들은 토론방에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는 해외 사례들을 쫙 늘어놓으면서 현란한 지식을 동원해 국민연금이 이러니까 쓸데없다는 거다 하고 주장하신다. 매우 수고한다. 그런데 어설프게 알면 아니 아느니만 못하느니라.

 

한번 그 해외 사례들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 보라. 대부분 앞서 말한 출산율 저하와 노령층 급증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을 노동자와 서민층의 부담을 늘림으로써 해결하려하는 기업과 정부 측, 그리고 이의 공동분담을 요구하는 노동자와 시민사회간의 갈등이지 국민연금 자체가 절라 문제가 많아서 발생하는 갈등이 아니란 말이다. 단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장치가 국민연금이라서 국민연금 부담을 높이네 마네 급여를 깎네 마네하고 갈등이 국민연금을 중심에 놓고 벌어질 뿐이다.

 

출산율 저하와 노령화라는 인구학적 변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아시아 국가들, 서구 유럽국가, 미국 등 영어권 국가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이 문제를 대처하고 있는, 가장 최선봉에 나선 사회제도가 국민연금이다 보니 있는 넘들은 마치 국민연금 땜에 모든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떠들면서 부담을 높이고 급여를 낮춰 사회적 비용 분담을 피하고 그 후과를 노동자와 서민층으로 자꾸 떠넘기려고 하고, 반면에 노동자와 시민사회는 왜 공동의 문제를 우리에게만 감당하라고 그러느냐고 주장하면서 있는 넘들의 공동 분담 확대를 요구하면서 이에 반대하고 저항해 그 사이에서 모두를 위한 합일점이 어디냐를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물론 울나라 좃선무리들 같은 애들 역시 해외사례를 보도하면서 이런 본질은 개무시하고 있는 넘들이 사회적 비용분담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국민연금 축소를 주장하며 사용하는 논리인 '연금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경제가 엉망이 된다'는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있다. 이런 건 그들이 신자유주의를 얼마나 열렬히 추앙하고 있나를 보여주는 것일 뿐이므로 그냥 역시 좃선스럽군 하고 무시해주면 되겠다.

 

다시 말해서, 국민연금은 이 인구학적 변동에 따른 사회문제에 맞서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다는 죄밖에 없다. 근데 다른 나라 보니까 절라 문제 많던데 없애자 하는 것은 전쟁이 한참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전투병들이 맨날 총 맞아 죽기나 하고 문제가 많으니 일단 전투병을 전부 없애자고 하는 거나 같은 꼴이다. 그럼 전투병들 없앤다고 그 전투병들이 맞아 죽던 총알들도 같이 없어지냐? 그 총알은 너거뜰과 너거뜰의 가정, 자녀들에게로 고대로 날라든단 말이다. 문제는 전투병을 없애네 마네 하는 코끼리 뒷다리 긁는 소리가 아니라 이 전쟁(인구학적 변동)을 어떻게 종식시킬 거냐 하는 것이다.

 

이미 스웨덴과 같이 복지가 발달된 북유럽 국가들은 아동복지정책과 모성보호정책을 대폭 확대 강화하면서 출산율을 회복해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 아직 복지후진국에서 허덕이는 우리 입장에서야 상당히 먼 얘기 같지만 반드시 기억해야할 것은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복지국가는커녕 지속적인 발전도 보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결혼한 누나가 자식 키우는 것 땜에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당신 자녀 노무현이가 키우겠습니다'는 그 말 한마디에 우리 엄니 표 꾹 찍어줬더랜다. 근데 왜 아직까지 별 대책이 안 보이냐. 국민연금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문제인 거다.

 

결론

 

국민연금을 둘러싼 해외의 갈등 사례들은 국민연금이 문제여서가 아니라 출산율 저하와 노령층 급증이라는 인구학적 변동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로 발생하는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위의 요구안이 이미 있으므로 별도의 요구안 없겠다.


  시기상조인 거 아니냐? 일단 폐지하고 난중에 생각하자

 

그래 필요하다는 거 알겠는데 지금 경기도 안 좋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도 안됐는데 너무 성급한 거 아니었느냐. 그러니까 일단은 폐지하고 나중에 2만 달러 되면 그때 다시 만들면  안 될까? 근데 요 주장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지 않냐? 빡통 시절부터 노동자 죽어라고 일해 나오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재벌들이나 날름날름 먹는 가운데 이거 좀 나누어야 되지 않겠느냐 하면 '지금 나눠줄 게 어딨어? 선진국이 눈앞인데 응? 조금만 더 참어' 물론 경제성장 잘 될 때야 일을 죽어라 하면 그에 따라 소득이라도 생기니 큰 문제없을 수도 있었다. 근데 IMF를 딱 맞고 보니 갑자기 거리에는 노숙자가 쏟아지고 생계형 자살이 급증하고 가족해체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외면해왔던 대가를 서민층이 그대로 덤탱이 써버린 것이다.

 

야 지금 국민연금 반대하는 게 그럼 있는 넘들이냐? 다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런 거지? 이거에 대해서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몇 차례 얘기한 바 있으므로 따로 얘긴 안 하겠다만 요게 안타까운 지점이다. 여러 차례 확인했듯이 국민연금은 서민층이 더 이득을 보고 보호받게 되는 정책이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손해를 주는 제도가 아니다. 그런데 정부에 대한 불신, 정보의 왜곡, 경제적 어려움 이게 짬뽕돼서 제도를 거부하는 상황은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다.

 

국민연금제도가 우리나라에서 늦으면 늦었지 빠른 거 아니다. 1989년 도입당시 당시 남성기준 평균 수명이 60세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게 10년 만에 고대로 10년 가까이 늘어나 버렸다. 그만큼 우리사회의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기초생활보장제도 아래 들어와 있는 빈곤층의 대부분이 노인층이다. 이 분들이 젊었을 때부터 그럼 모두 빈곤층이었냐 하면 한 분 한 분이 우리 경제를 이만큼 일으켜 세운 산업 역군들이었다. 그럼에도 복지제도는 항상 나중에 나중에 국민소득 더 올라가면... 하는 통에 늙어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아무런 국가차원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그대로 빈곤계층으로 떨어져 버린 거다. 혹자는 그럼 나중에 빈곤층으로 떨어지는 노인들만 기초생활보장법에서 보호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한다. 아니 근근이 살아가더라도 멀쩡하게 살던 사람들을 굳이 방치해서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만든 다음에나 보호하자는 심보는 또 뭔가. 물론 국민연금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중심적인 보호 장치인 건 부인할 수 없다. 나중에 나중에 더 돈 많이 벌면... 그래서 언제?

 

결론

 

국민소득 2만달러 되면 그때 국민연금 하자는 주장은 현재 진행되는 노령화 문제의 심각성은 물론 IMF때 그 많은 사회적 대가를 치루며 얻어야 했을 역사적 교훈까지 외면한 주장 되겠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개혁안 없다.


  군인연금, 공무원 연금은 졸라 좋던데?

 

국민연금 폐지를 주장하는 글 중에 공무원, 군인연금과 국민연금을 비교하면서 지들 꺼는 이렇게 잘 만들어놓고... 하고 열 받으시는 분들 많다. 일단 당근 분노할 꺼리다. 그런데 이게 특수직역연금 개혁하라는 얘기랑 연관은 되어도 국민연금 폐지하라는 논리는 될 수가 없다. 씨바... 쟤네 연금이 왜 더 좋아 나 기분 나빠서 국민연금 안 할래... 이거 감정적으로 그렇게 얘기할 수는 있어도 별로 이성적인 주장은 될 수 없다는 거 알 수 있으실 거다. 사실 군인 연금과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이 이렇게 국민연금 보다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진 것은 군사독재시절 이들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가 컸다. 그리고 지금은 기금도 고갈되어 국고보조가 들어가고 있으니 당근 이거 개혁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근데 여기에서 생각해야할 몇 가지가 있다. 공무원 연금 얘기 나오면 공무원측에서는 우리는 퇴직금도 없는데 연금이라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변하는 소리도 들린다. 요거도 완전 틀린 말은 아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건들려면 현재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 퇴직금 문제도 건드려야 할 수도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의 경우 퇴직금도 받고 연금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국에 이걸 통합해야하느냐? 요것도 간단치가 않다. 웬만한 나라들도 공무원은 봉급이 상대적으로 좀 낮은 대신 공무원 연금은 다른 연금과 분리해서 조금 나은 조건으로 운영되고 있다. 요게 봉급은 많이 안 주면서 근로의욕은 유지시켜주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봉급으로 세금 많이 나갈 거 그거는 좀 묶어놓고 대신 연금은 좀 좋은 조건으로 해줘서 같은 근로의욕 효과를 본다면 세금 내는 국민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라는 논리다. 근데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공무원 봉급이 낮으냐 또 이것도 아니다. 특히나 지금같이 경기가 안 좋고 직장이 불안할 때는 공무원 이거 완전 철밥통이다. 따라서 더 좋은 연금 가진 거 보면 또 당연히 열 받는다. 이렇듯 특수직역연금은 생각보다 복잡한 쟁점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단은 과거의 정치적 동기에 의해 특혜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지금은 국고보조까지 들어가고 있으니 요 문제를 빠뜨릴 수는 없겠다. 따라서 특수직역연금 개혁하여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재고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다.

 

결론

특수직역연금 이거 당근 정치적 동기에 의해 특혜가 부여되었던 것인 만큼 분명 개혁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거 개혁하는 거랑 국민연금 폐지는 아무 관련이 없겠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특수직역연금 개혁하여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재고하라!!!


  현재 일고 있는 '기초연금제도' 주장에 대해서

 

요즘 일부 언론과 정치권, 시민단체에서 기초연금제도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본 우원도 이전에 소득재분배 문제를 들며 검토되어야 할 대안 중 하나로써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소득재분배 문제보다 현재 지역가입자의 과반수 가까이가 납부유예자나 체납자로 국민연금 제도 보호막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서 연금 보험료 안내고 있다는데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여기까지 잘 읽어본 사람은 지금 돈 안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노년층이 되었을 때 연금을 못 받게 된다는 게 문제라는 거 대충 알았을 거라 생각된다. 이대로 제도의 사각지대가 그대로 방치될 경우 나중에는 국민연금 제도로 노후 생활 보호를 국가로부터 받는 노인도 있지만 이마저도 못 받는 노인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 것으로 현 국민연금 제도의 가장 큰 허점 되겠다. 요거를 세금을 기초로 한 기초연금제로 전환하면 보험료 납부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금액을 똑같이 받게 되므로 사각지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민주노동당에서도 세금을 기초로 한 기초연금제를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기초연금제가 실시되려면 약 연간 15조에서 20조에 달하는 세금이 더 걷혀야 한다 현 국가 일년 예산이 150조 규모라는 거 생각하면 어느 정도 세금인상을 초래하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둘째, 이미 특례노령연금, 유족연금, 장애연금 등 완전하지 않더라도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100만 명이 넘는다. 그럼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제도 전환에 따른 기타 행정비용의 문제, 현 기금의 처리문제 등등 만만치 않은 문제가 한 둘이 아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겠다. 셋째, 가장 위험한 경우는 이게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연금시장을 노리는 세력이 이를 악용하면서 되레 국가의 보호영역을 축소시키고 자기 영업시장을 늘리는 쪽으로 몰아갈 경우이다. 이미 지난 대선 때 딴나라당에서는 이런 의도가 농후하게 보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세금이 아닌 보험료에 의한 기초연금제를 제안한 바 있었다. 이거 소득재분배 효과도 적고 사각지대 해소와도 거리가 있는 상당히 딴나라스러운 주장되겠다. 요즘에는 요거 들켰는 거 알았는지 조세+보험료 기초연금(?) 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들고 나오기 시작했다. 요거 역시 눈 가리고 아웅 되겠다. 따라서 이점 상당히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과 더불어 위에서 몇 가지 지적되었던 현 적립방식의 장점도 고려해 볼 때, 기초연금제다 머다 딱 이렇게 요구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를 포함해서 이전 기사에서 제시했던 부담률 증가와 급여율 하락 문제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논의해 개혁에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또 지들 맘대로 뚝딱뚝딱 해서 또다시 이런 불만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가입자 대표, 전문가, 정치권, 정부 등이 몽땅 참여해서 국민적 합의가 수반된 개혁안을 끌어내고 이를 입법화시킬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단 말이다. 얼마 전 복지부 장관이 이 비슷한 거 한다고 하긴 했지만 그래서 자문을 구하겠다는 건지 아님 결정권을 주겠다는 건지도 불분명하고 또 보아하니 복지부 장관 곧 바뀔 거 같은데 그럼 내가 안 그랬는데요? 할 수도 있고 하니 이참에 국회산하 '국민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같은 걸 요구하는 것이 좋겠다. 또 바로 요것이 위의 모든 주장들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매우 중요한 요구되겠다.

 

결론

 

요즘 유력한 대안처럼 기초연금제가 나오지만 이것 역시 고려해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적립방식의 장점도 무시만 할 건 아니다. 그렇다고 또 지들끼리 뚝딱뚝딱 하는 건 아니 될 말이고 또 위의 모든 요구안들을 현실화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 필요하므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가입자 대표가 참여해 논의하고 이것이 실제 개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국회 산하 '국민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




자 아주 기나 긴 여정이었다. 인터넷 상에 지금 난무하는 주장들을 하나씩 디벼주고 개혁안들을 하나씩 만들다보니 길어졌다고 이해해 주시라. 이제 다 끝나간다. 이제 마지막 결론, 즉 딴지 인증 국민연금개혁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할 순간이 왔다. '국민연금을 국민의 품으로' 요런 슬로건 하나도 마련하였다. 자 이제 나간다. 두둥!
 

'국민연금을 국민의 품으로'
딴지 인증 국민연금 개혁 대정부 8대 요구안

 

하나. 불합리한 연금징수, 가입자 고통만 늘어간다. 4대 보험 부과징수업무 국세청으로 통합 일원화하고 지역가입자 소득파악율 재고하라!!!

 

하나. 수급권관련 규정과 적용, 우리가 결정한다. 가입자대표 참여하는 '국민연금 수급권 위원회'를 설치하라!!!

 

하나. 가입자 대표 참여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정치적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국가기관으로 설립하라!!!

 

하나. 국민연금을 용돈연금으로 만드는 현 연금법 개정안 즉각 철회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때 약속 파기 말라!!!

 

하나. 최저생계비에 보험료부과 웬 말이냐! 연금 보험료 납부 하한선을 최저생계비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라!!!

 

하나. 출산율 저하 방치하면 우리 미래 불안하다. 정부는 획기적인 출산율 재고 대책을 수립하고 공공보육시설 대폭 확충하라!!!

 

하나. 군인연금,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개혁하여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재고하라!!!

 

하나. 가입자 대표 참여하는 국회 산하 '국민연금개혁 특별위원회'를 즉각 설치하라!!!


자, 이제 뭐가 좀 풀리는 거 갔냐? 바로 이것이 너거뜰의 불만과 분노를 푸는 동시에 우리들의 미래와 우리들의 자식세대, 그리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발전까지 고려한 종합 개혁 요구안 세트되겠다. 분노가 눈앞을 가리고, 제대로 말도 해주는 이 하나 없어 같이 망하자는 소리가 될 수도 있는 국민연금 폐지주장에 동조해왔던 독자제위들, 본지가 왔다. 이제 이 개혁의 길에 동참하라. 백기 투항하란 소리가 아니다. 이제 엉뚱한 다리는 고만 긁고 제대로 된 싸움을 시작하잔 말이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여전히 폐지주장에서 헤매이는 어린  양들을 위해 이 복음을 널리 퍼질르시라. 그들의 분노는 순수하다. 단지 그들의 분노를 파괴의 힘이 아닌 개혁의 힘으로 승화시켜줄 수 있는 이 복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 수고하자. 졸라.

 

2004년 6월 3일 딴지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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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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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국민연금, 폐지하면 안된다!

요즘 국민연금이 난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위기다.

 

국민연금의 8가지의 비밀이라는 글이 인터넷에서 급속하게 퍼지면서 잠재되어 있던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은 또한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타고 안티 운동으로 조직화되고 있으며 국민연금 폐지 주장으로 번지고 있으며 급기야는 촛불시위를 제안하는 글까지 돌고 있다.

 

심지어는 본지에도 국민연금의 민영화를 주장하는 글이 실렸다. 원래 국민연금 민영화는 공공부분의 최소화와 시장의 확대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 할 법한 주장이다. 솔직히 말해 신자유주의자들 중에서조차 전면 민영화를 주장하는 넘은 찾기 힘들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선 민영화 주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에야 처음 본격적인 국민연금 수급자가 나오고 아직까지는 돈을 내는 사람만 있지 이 제도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러한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고 이를 노리는 민간 시장세력이 합세할 경우,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붕괴로 발전할 위험이 실존한다. 여기에 이번 국민연금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본 우원, 국민연금 폐지는 신자유주의자들이나 하는 주장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단순하게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단,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폐지운동으로 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명확하게 알고나 주장을 해도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 먹어 보자는 거다. 그런 다음 지금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과 분노를 푸는 방법이 과연 폐지가 맞는 방향인지, 아니면 다른 방향이어야 하는 건지 정말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뽕빨 스피릿의 정신으로 차근차근 디벼보자.


  국민연금은 사회보험? 그게 뭔데?

 

사회보험제도는 국민들이 살아가면서 불가피하게 겪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소득 중단 사태 즉, 사고, 질병, 실업, 노령 등을 사회적으로 연대해서 위험을 나누어 감당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가정에서 가장이 질병이 걸려서 돈도 못 벌고, 치료도 못 받을 경우 한 순간에 가난의 늪으로 빠져버리는 건 시간문제이고, 이런 위험은 돈을 무지하게 쌓아놓은 재벌이 아니면 누구나 다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돈을 벌 때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그 중 질병이 발생하는 사람에게 그 돈을 주어 그 위기를 극복 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책임져 주자는 시스템이다. 근데, 그걸 개인적으로 자동차 보험을 드는 것처럼 알아서 하게 해주지 왜 국가가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난리를 치는가. 문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회보험은 전혀 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보험을 생각해보자. 사고가 나면 당근 보험료가 올라간다. 그리고 애초부터 나이 어리면 또 더 비싸고, 다른 가족까지 포함 할라면 그만큼 또 사고 위험이 올라가니 또 비싸지고, 반면에 무사고 운전 오래하거나 군대에서 운전병을 했다는 둥 좀 사고가 덜 날 것 같으면 보험료가 싸진다. 당연히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 나갈 위험이 높은 사람에게 돈을 더 받고, 돈 나가게 한 사람한테 돈 더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보험사가 돈도 벌 수 있다. 말하자면 위험이 높아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많이 받고, 위험이 낮아 도움이 덜 필요한 사람에게는 덜 받는 게 사적 보험의 기본 원리이다.

 

만약 의료보험을 자동차 보험처럼 시장에 맡긴다면? 원래 없는 사람이 병에 걸리는 경우도 상대적으로 더 많다. 그러니까 돈 더 받는다. 병 걸리면 안그래도 돈 더 나가고 더 살기 어려워진다. 근데 보험료는 더 올라간다. 형편 좋아서 평소에 좋은 것도 많이 먹고 잘 사는 사람들, 상대적으로 병 잘 안 걸린다. 그럼 보험료 더 싸다. 이렇게 되면 결국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은 돈 적게 내면서 혜택은 더 받을 수 있고, 잘 못 먹고 잘 못 사는 사람은 돈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내면서 필요한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가 없다. 그게 사적보험의 기본논리니까. 산재보험도 마찬가지로 3D 업종이 언제나 사고날 확률이 높아 내는 돈은 많고 혜택은 적어질 수밖에 없다. 대신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돈도 많이 받는 사무직 노동자는 돈도 적게 내고 혜택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고용보험은? 아마 기업들이 고용보험을 운영했으면 IMF 사태 때 다 부도 났을 것이다. 일시적인 경기 변동에도 실업이 대폭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이상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국민연금은? 사람에 따라서는 교통사고도 안 나고 암도 안 걸려야 보험회사가 돈을 버는데, 그게 사적보험의 기본적인 운영논리인데, 국민연금의 경우 사람은 누구나 늙고 평균수명까지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사기업으로선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그러면 그럼 개인연금 상품은 뭐냐? 요건 그 다음 질문에서 얘기해보자.


  그럼 왜 이렇게 못 받는 조건이 많은 건데?

 

작금의 사태의 시발이 되었던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글에 나와 있는 각종 수급권 제한 규정에 대해서 하나하나 꼬치꼬치 따질 생각은 없다. 기실 그걸 어떻게 하는가는 그 사회의 합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유념해야 할 부분은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인 이상 수급권 제한 자체를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민연금과 사적보험인 개인연금 상품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인연금은 국민연금을 대체하기는커녕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뭔말이냐? 이건 좀 중요한 얘기니 본 우원, 숫자를 혐오하긴 하지만 실례를 대입해보자.

 

일단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A씨가 월 200만원 번다고 가정할 때 국민연금 월 납부금액은 임금의 9% 즉 18만원 되겠다. 그럼 A씨가 30년 국민연금을 가입했다고 했을 때 60세 이상이 되어서 받는 금액은? 여기에 복잡한 계산식들이 있으나 임금대체율 대략 40%를 적용 시켰을 때 80만원이 되겠다. A씨가 한국 평균수명인 75세정도 까지 산다고 했을 때 A씨가 낸 돈과 받는 돈을 비교해보자.

 

낸 돈: 18만원 * 360개월(30년) = 6천4백8십만원
받는 돈: 80만원 * 180개월(15년) = 1억4천4백만원

 

감이 오냐? 평균적으로 따졌을 때 낸 돈 보다 받는 돈이 두 배가 넘는다. 이건 개인연금이 제 아무리 운영을 잘해 고수익을 올린다 해도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뿐인가? 직장 가입자인 A씨가 실제 내는 것은 그 절반인 4.5% 즉 9만원이다. 나머지는 회사에서 대신 내준다. 개인연금 가입했다고 회사에서 일부 보험료 내주는 거 봤는가? 이건 국민연금이 사회보험이기 때문에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다(직장과 지역이 다르다. 여기에도 여러가지 논란이 있으나 이것 저것 한 번에 다 다루면 논점이 흐려지므로 이번 기사에선 이 부분은 건너뛰자).

 

내는 돈은 더 올리고 받는 돈은 줄인다는 데 지금 무슨 소리하는거냐, 너 알바지 새꺄.. 라고 의심하는 소리 본 우원에게 다 들린다. 다 얘기해 줄 테니 일단 진정하고 있으시라. 일단 여기서 확실하게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넘어갈 것은 납부금액과 지급금액이 조금 조절 된다 하더라도 어떠한 금융상품과도 비교대상이 안 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연금 못 받는거 아니냐는 걱정도 붙들어 매시라.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연금은 지급된다. 연금 지급을 중단할 정도로 간뎅이 부은 정부는 세상에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게 된다면 그 피해 범위가 워낙 크고 방대해서 국가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윗대가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국민연금도 좋긴 하겠지만 개인연금을 보니까 거기도 많이 주긴 하던데? 그렇다. 지금 보기엔 많이 주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개인연금은 미안하지만 임금대체율과 같이 물가 변동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 낸 만큼 줄 수 있는 절대액만을 제시한다 데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가입 후 보통 20년 후에나 연금을 받는다고 생각할 때 지금 짜장면 값과 20년 전의 짜장면 값을 비교해 봐라 그때 값으로 짜장면 반 그릇이나 사먹을 수 있겠나.

 

그럼 개인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끌어올릴 순 없을까? 없다. 그러다간 보험사 가랭이 찢어진다. 생각해보시라. 세상에 어떤 보험사가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인연금을 운영해서 수익을 얻겠나. 게다가 개인연금은 국민연금에는 필요없는 비용인 각종 마케팅, 모집 비용과 또 기업으로서 남겨야 할 수익 부분도 얻어내야 한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었다면 일단 개인연금으로 국민연금을 대체하자는 주장일랑은 잊어버리시라.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그럼 국민연금은 왜 이렇게 내는 돈에 비해서 많이 주며, 또 그 재원은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이 나온다. 뒤의 질문은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기금 고갈문제와 더불어서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앞의 질문에 대해서 일단 답해보자. 앞에서 말한대로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이다. 즉, 노령에 따른 소득 중단 사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산시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란 말이다. 따라서 부담의 수준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급의 수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가 노후의 보장에 적절한 수준인가' 요 두 가지 질문이 서로 비교 분석되어 결정되는 것이 기본 원리다. 그 결과, 물론 어느 정도가 적당한 부담과 지급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의 능력에 따라 부담하게 하고 개인의 필요에 따라 지급을 하게 되는 것이 기본 원리되겠다.

 

즉, 소비자들이 내는 보험료를 운영해 얻는 수익에서, 보험회사의 이익과 마케팅 비용과 운영 경비 등을 다 제외한 후, 그것이 물가인상으로 인해 노후를 보장할 수준이 되던 말던, 계약조건에 따라 약속한 금액의 돈만 주면 땡인 개인연금과 근본적으로 원리가 다르단 말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국민연금은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훨씬 많을 수 있는 것이며, 그 대신 필요에 따라 준다는 점에서 필요가 발생했느냐 안 했느냐를 따져야 하기에 수급권 제한 규정이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부가 맞벌이 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했는데 한 사람이 죽으면 나머지 한 사람은 두 가지 중 자신에게 유리한 연금 하나만 받을 수 있다는 수급권 제한 규정을 볼 때, 사적보험인 개인연금의 원리로 이해하자면 씨바... 그럼 나머지 한 사람이 낸 돈은 도대체 어디로 갔어 하고 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보험의 논리로 이해하면 한 사람이 죽었다고 나머지 한 사람의 필요가 두 배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사람의 연금만 선택해서 받는다는 것은 대체로 무리가 없는 규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따라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와 유사한 수급권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정리 하자면,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으로서 사적보험인 개인연금과 달리 노후에 따른 소득중단 위험의 사회적 위험분산 효과를 위해 능력에 따라 부담하고 필요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에 통상 내는 돈 보다 받는 돈이 훨씬 많아진다. 대신에 필요에 따라 주는 만큼 그 필요를 따져 가리기 위해 여러 수급권 제한규정이 존재하게 된다. 물론 이 규정의 수준에 대해서는 논의가 가능하고 분명 개혁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만 수급권 제한 자체를 없애버리자 하는 것은 결국 그만큼 보험료의 인상을 불러오거나 정작 필요한 사람이 받는 지급 수준을 낮추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이해가 됐다면 수급권 제한 규정 때문에 받았던 열이 좀 진정이 됐을 줄로 믿는다. 그렇다고 지금의 국민적 분노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하는 것처럼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분노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다시 얘기하겠다.


  그럼 국민연금은 왜 다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거야?

 

그럼 왜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팽배한데, 답은 그렇게 해야만 사회보험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자유롭게 가입하고 탈퇴할 수 있게 했다 치자. 돈이 많아 자기 나름대로 충분히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굳이 국민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나. 그럼 개인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는 없고 사회적 분담이 불가피한 사람만 국민연금에 가입한다면 그 수준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고, 개인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위험을 사회적으로 분담한다는 목적은 달성이 불가능 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강제로 가입시키게 하는 것이다. 당신이 노후 걱정은 시간낭비일 만큼 돈이 튀는 사람이 아니면 강제가입제도 자체는 당신에게 유리하지 결코 불리한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에 보면, 이 부분에서 대해 재분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불리하지 않다는 건, 재분배 얘기를 떼어놓고도 그렇다는 얘기다. 즉, 돈이 튀어서 노후가 전혀 걱정이 안되는 놈들까지 연금에 가입하게 함으로써 그렇지 않는 사람들의 위험을 강제로 분담시키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리 때문이다. 그리고 재분배 부분은 끝에 얘기하도록 하겠다.

 

지금 국민연금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그럼 돈 튀는 사람들이란 말이냐, 먹고 살기 힘들고 기댈 데 없는 서민들이다.. 이렇게 말할 사람 있는 것 안다. 물론 위 논리는 경제학에서 흔히 등장하는 전제인, '개인이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고 할 경우'를 전제로 삼았을 때 얘기다. 이 전제가 충족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붙는데 그 중 하나가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이다. 그런데 지금 요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첫째, 정부는 말해봐야 사람들이 못 믿으니 그렇다 쳐도 언론이 정작 연금으로 국민들이 손해보는지 이익을 보는지 정확히 얘기해 준 적이 없다. 이건 사회적 공기로서 임무 태만 되겠다. 둘째, 아직까진 돈 나가는 사람들만 있지 실제 본격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이 없다. 즉, 국민연금이 어떤 이익을 얼만큼 돌려주는 지를 실제로 주변에서 보거나 들을 기회가 아직 전혀 없다는 얘기다. 지금 국민의 분노는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말하자면 '합리적 판단'에 근거 했다기 보다는 '감정적 반감'에 기초하고 있다는 거다.

 

본 우원,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그렇다고 지금의 국민적 분노의 의미를 무조건 깎아 내리자는 거 아니다. 분명 그 분노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세상 일이 오로지 합리적인가 아닌가가 유일한 판단 기준은 아니다. 비록 충분히 합리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국민적 분노가 당면 현실인 만큼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 충분히 고려한 후에야 합당한 판단이 가능한 것 아니겠나. 요 얘기 이어서 나가겠다.


  근데 나는 왜 열 받고 있는 거지?

 

자, 그럼 본격적으로 지금 사태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자. 왜 지금 사람들은 이렇게 연금 문제에 분노하고 있는가. 수급권 제한에 대한 문제는 사회보험의 원리로 이해한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이것이 분노를 촉발 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지언정 근본 원인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원인은 어디 있는가. 원인인 즉슨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제도를 덜컥 도입한 데에 원죄가 있다. 국민연금의 도입배경으로 돌아가 보자.

 

국민연금법이 처음으로 국회에 상정되었던 것은 1973년의 일이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 바로 빡통 아래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경제의 구조변화가 일어나던 때 였다. 그래서 시설투자를 위한 상당한 수준의 내자자본이 필요했다. 요걸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하던 인간들이 머리를 탁 친 게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국민연금이었다. 세금을 올려 조달하자니 그 수준이 상당해 저항이 있을 수 있으니 나중에 돈 돌려준다고 하고 연금을 도입해서 그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건 뒤이은 오일쇼크로 무기한 연기된다.

 

그러다가 87년 대선 때까지 세월은 흘러간다. 이때는 베이비붐 세대가 산업전선으로 진출하기 시작하던 시기, 즉, 노동인구 규모가  피크를 앞둔 시기였다. 더 이상 국민연금을 미루었다가는 이후 노동인구는 계속 줄어들게 되므로 가능한 수입은 계속 줄어 들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국민연금을 결국 제정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때는 여전히 노태우 군사독재정권 시절, 무슨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기나 했냐. 따라서 제도를 도입하기는 하되, 국민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제도인 만큼 저항을 줄이기 위해 파격적으로 월 납부율을 3%에 가입기간 30년을 전제했을 때 연금 지급수준은 월급대체율 70%! 솔직히 좀 말이 안되는 파격적인, 뒤집어 말하면 아주 기형적인 조건으로 시행하게 된 것이다. 씨바... 말이 되냐 3% 넣고 나중엔 70% 받고... 당근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 아무리 사회보험이라지만 부담과 지급 간에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그래서 자꾸 부담은 올리고 지급은 낮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가만 생각해보자. 아무리 나를 좋게 해준다고 해도 적어도 내 허락은 제대로 받았어야지. 내 허락과 동의도 제대로 받지 않고 돈을 빼가는 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거기다가 돈 빼가는 놈, 국가가 도대체 믿을 수 없었던 놈이었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바로 여기서 국민연금의 비극이 잉태된다. 즉, 매월 십만원 돈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빼가면서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과정이 생략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것 자체도 열이  받아 있는데 이제 그걸 더 올리고 주는 돈은 되려 줄인다고 자꾸 그런다. 열이 점점 더 받는다. 그렇게 계속 열이 올라가고 있는데 이래도 못 받고 저래도 못 받는다고 입맛에 맞게 잘 설명해 주는 글을 접한다. 이 시점에서 쌓인 분노가 연쇄 폭발하고 있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정작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럼 사회적 합의도 없이 국민연금이 도입되었으니 사람들도 열 받아 하겠다 그냥 폐지해버리자? 지금까지 본 기사를 곰곰이 잘 읽어보았다면 요게 답은 아니라는 것은 이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약 당신이 나 혼자 노후 알아서 잘 준비하면 됐지 사회보험 같은 거 필요없어.. 하고 주장한다면 본 우원 거기 대해서는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관리공단과 정부의 한심한 작태에 열 받아서 스스로에게 이런 생각과 질문을 - 나는 누구나 늙는다는 사실로 겪게 되는 문제에 대해 다 각자 알아서 하는 거지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쓸데없다 - 던져보고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이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합당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제대로 된 노령화 대책 하나 없는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꼴이다. 지금 정작 필요한 것은 국민연금을 엎어버리자는 주장이 아니라,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제대로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즉, 지금 이 사태를 두고 '조직적이니.. 선동하니.. 뭐니.. 하면서 스스로의 잘못조차 덮어버리기 급급한 국민연금공단과 정부도 솔직히 까놓을 것은 까놓고, 그동안 국민연금 문제를 연구해온 학자, 시민단체들도 다 까놓고, 불만을 가진 국민들도 그 논의에 참여하여 무엇이 정말 우리에게 합당할 것인가를 다시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그럼 도대체 구체적으로 뭘 논의하고 합의하라는 것인가. 뒤에서 다루자고 미뤄 두었던 질문 몇 가지을 풀기 시작하자. 그렇게 국민연금이 받는 돈에 비해서 주는 돈이 많다면, 그 돈은 그럼 다 어디서 나오냐. 그래서 부담을 높이고 지급은 줄인다는 거 아니냐. 결국 기금이 고갈되는 것 아니냐...

 

일단 부담을 높이고 지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이 되는 것은 워낙 처음부터 저부담 고지급으로, 기형적으로 설계되었었기 때문에 그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 방향 자체는 어쩔 수 없다. 정작 문제는 그 종착역이다.

 

그 종착 역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연금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일정 적립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부담을 올리고 지급을 계속 깍아나가는 것이다. 그럼 기금이 고갈되지 않는다. 대신에 부담은 엄청 올라가고 지급은 또 엄청 깍인다. 결과적으로 앞서 얘기 했던 어떤 금융상품도 따라잡을 수 없는 국민연금의 엄청난 수익률은 더 이상 유지가 되지 않는다. 물론 여러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사적 개인연금보다야 나은 수준은 유지 하겠지만 말이다.

 

다른 하나는, 연금기금 고갈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연금 부담과 지급 수준을 적당히 조정한 후 유지하는 것이다. 연금에는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이 있다. 적립방식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돈을 쌓아놓았다가 나중에 늙으면 주는 방식이고, 부과방식은 그 동시대 일할 수 있는 사람의 돈을 걷어서 그 동시대에 늙은 사람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신 그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때 돈을 거두어서 늙은 이들에게 주었던 것과 같이 자신이 늙어서 또 그 시대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부양'을 받게 된다.

 

즉, 연금을 시작할 때야 당장 내는 사람만 있고 받는 사람이 없어 '적립방식'으로 시작할 수 밖에 없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기금이 고갈되면 그 시점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의 연금 부담과 지급 수준을 거의 유지할 수 있고 단지 필요한 것은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때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조정만 필요로 한다. 원래 우리나라에서 연금이 도입될 때는, 기금 고갈을 전제로 하고 도입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연금공단에서 나오는 얘기를 들어보니 기금 고갈은 안될 거란다. 이건 바로 첫번째 방식으로 조정을 해나간다는 것을 뜻한다. 어떤 종착점을 선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바로 요 부분이 새로운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지점 I 이 되겠다.

 

두번째, 소득 재분배.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기능이 없다고들 말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소득재분배 기능이 부분적으로 있긴 있다. 노동자 평균 임금보다 수입이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낸 돈에 비해 받는 돈의 비율이 낮다. 하지만 평균 임금보다 낮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의 비율이 높다. 이점에서 소득재분배 효과가 부분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절대액에서 많이 낸 사람은, 적게 낸 사람보다 많이 받는다. 그래서 돈 많은 놈 돈 빼서 없는 넘한테 준다는 개념의 소득재분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소득재분배의 한계는 지금의 국민연금 설계가 잘못되어서는 아니다. 원래 사회보험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는 한계가 그렇다. 그럼 소득재분배 기능을 잘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사회보험이 아니라 세금의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되겠다.

 

즉, 부담은 소득에 따라 일괄적으로 세금으로 거두어버리고, 나중에 연금은 낸 세금에 비례해서가 아니라 노후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금액으로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다. 이러면 완전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일어난다. 이것은 복지제도 중 가장 평등지향적인 형태를 지니는 것이다(이게 기초연금제도라 불리는 것으로 요것이 도입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딴지 전 기사가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1인 1연금 가입제도 같은 것을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렇게 할 경우, 어마어마한 세금이 필요로 하다(기본적으로 약 15조의 세금이 더 걷혀야 한다). 그렇기에 이것 역시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 요것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부분 II 가 되겠다.

 

자, 그럼 정리하자. 설명은 복잡하게 되었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결국 가져야 할 노후보장을 위한 복지제도는 어떤 형태가 되어야겠냐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이 완전히 새롭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수입이 중단된 자영업자에 대한 가압류 문제, 보험료 납입 업무의 국세청 일원화 등 세세한 쟁점까지 논의가 되고 합의해 가는 과정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그냥 시원스럽게 대안 하나 내놓지 뭐가 그렇게 복잡하냐 하겠지만 이 문제가 원래 좀 그렇다. 서두에도 말했지만 세계적으로 제 아무리 유명한 사회정책 학자나 전문가라 하더라도 연금문제만큼은 요거가 정답이다 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간단치가 않다. 정작 중요한 것은 뭐가 젤 좋은 거다.. 가 아니라 그 사회가 합의하는 수준이 뭐냐는 것이다. 물론 이 합의에는 그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가 반영된다.

 

다시 강조하건데 열 받는데 국민연금 폐지하자.. 이거 답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이미 우리나라는 이미 노령화 사회로 접어 들었다. 이 문제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국민연금을 폐지하면 이에 대한 사회적 대비책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넓게 쓰이고 있는 방법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걸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결국 국민연금 폐지는 국민 대부분에게 손해를 가져오지, 이익을 가져오는 게 아니다. 폐지에 따른 이익은 국민연금 시장을 노려온 사적보험을 다루는 기업에게나 돌아간다. 사적 보험은 결코 사회적 노령화의 포괄적 일반 대책이 될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건, 언론이나 정부나 시민단체나 나설 사람은 모두 나서서,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제대로된 진단과 어떤 대안이 좋을지에 대해 국민에게 알려주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을 다 같이 끌어 가는 것이다. 유감인 것은 정부는 그렇다 치고, 언론 시민단체가 모두 이 사태에 대해 손 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불만과 분노가 비등한 상황에서 함부로 말하기 힘들다는 건 안다.

 

이 사태에 편승해 되려 사회보험 근간을 흔드는 개혁 주장이나 내깔아놓는 단체들말고 좀 이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를 담보할 수 있는 시민단체들이 좀 나서란 말이다.

 

좃선이야 그렇다쳐도 다른 언론은 다 어디갔냐. 왜 이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 하나 내놓는 기사를 찾기가 어렵단 말이냐. 시사 프로그램은 다 뭐하고 있냐. 정신차리자. 이 사태에는 우리의 미래의 모양새가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혀두지만 본 우원 공단직원도 알바도 아니다. 분노가 솟구친다고 적과 아군도 구분 못하는데 그럼 다 죽는다. 본 우원 당연히 국민 중 한 사람이고, 이 사태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제대로 알고 분노하자. 이 문제처럼 우리들 미래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연관되어 있는 거대한 문제가 없단 말이다.

 

긴 글 읽느라고 고생했다. 졸라.

 

2004년 5월 30일 딴지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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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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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 사태, 어떻게 볼 건가

- 수급권 제한에 대한 오해 커... 국민연금 폐지 능사 아니다

 

한 네티즌이 쓴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이라는 글로 누적되어 온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국민연금 반대 움직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이 사태가 심각해진 데에는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안일한 인식이 일차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과 이해가 없는 언론 보도가 오히려 사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국민연금에 대한 가입자들의 불만은 정부와 연금 제도에 대한 근본적 불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연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또 이같은 불신은 애초에 국민연금제도가 제대로 된 국민적 합의 없이 도입되면서 비롯된 것이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인식과 분석이 결여된 언론 보도가 오히려 연금제도의 합리적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즉, 이미 우리나라에서 노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제도는 국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과 사회적 노령화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에 중요한 연결 고리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사태 해결을 꼬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금고갈=연금파산?'과 같은 보도가 '용돈연금' 전락 부추겨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된 1988년은 군사독재 시절 아래, 사회적 논의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납부율은 임금의 3%, 지급율은 임금의 70%로 매우 선심성 짙은 기형적인 설계로 국민적 동의를 대신하면서 도입해 버렸다. 이 때문에 정부는 부담은 올리고 급여를 내리는 방향으로 개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연금 기금 고갈은 연금 파산'이라며 '이 때문에 부담은 대폭 올라가고 급여가 대폭 깎이는 것이 불가피하며 결국 '용돈연금'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금고갈=연금파산'이라는 잘못된 보도가 오히려 '용돈연금'으로의 전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금고갈=연금파산'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1995년 참여연대가 연금개혁운동을 전개하면서부터다. 당시 참여연대는 정부가 연금기금이 아무런 감시 장치 없이, 어디로 쓰이는지 알 수도 없는 채 운영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금 운영이 지금과 같이 계속된다면 연금 재정을 불안하게 해 기금 고갈을 앞당길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때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기금고갈'을 '연금파산'으로 '오독'하면서 '연금을 못 받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근본적 불신이 자리잡게 했다.

이 개혁 운동의 결과로 연금기금의 투명성이 확보되어 큰 성과를 낳았지만 이로서 연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기는커녕 국민들 속에 연금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자리잡게 된 결과를 빚게 됐다.

이같은 언론의 인식은 이번 사태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제도를 오랫동안 운영해 온 국가들의 사례로 볼 때 이 같은 보도는 '오보'일 뿐이다.

즉, 대부분의 나라에서 처음에 연금을 시행할 때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젊었을 때 돈을 쌓아 연금 수급 연령이 되면 그 돈으로 지급하는 '적립방식'으로 시작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 기금이 고갈되면 그 동시대 노동자들의 연금을 부과하고 그 동시대 연금 대상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 연금을 적정한 수준에서 계속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맞게 적정한 급여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금고갈'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에 워낙 기형적인 형태로 도입되어서 부담율을 높이고 지급율을 낮추는 것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 수준은 향후 '부과 방식'으로 전환시에 충격을 완화하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정도까지만 조정이 되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애초에 '기금 고갈'과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이 고려되어서 설계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기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기금의 안정성'을 우선하도록 연금을 운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현재의 급여 수준을 대폭 낮추는 것이 불가피해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본래의 목적과 멀어질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기금고갈=연금파산'이라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정부로 하여금 '국민의 노후 생활 보장'보다는 '기금 안정성'에 우선 순위를 두도록 압박하고 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즉, 현재 부담을 높이고 급여를 낮추는 개정은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수준까지 이루어지는 것이 합당하나 '연금 파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노후생활 보장 기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급여가 낮아지는 개정 방안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또 언론에서 전후 관계를 생략해 버린 채 "국민연금이 '용돈연금'으로 전락한다"고 비판한다.

결국 '기금 고갈로 연금이 파산한다'는 보도로 연금 지급 수준의 대폭 하향 조정을 부추기면서 이에 대해서는 '용돈연금'으로 전락한다면서 대안 없는 비판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수급권 제한 규정에 대한 언론의 잘못된 접근

'국민연금의 8가지 비밀'의 대부분의 내용은 수급권 제한에 관한 내용들이다. 이같은 수급권 제한 규정들은 가입자로 하여금 "내 돈을 떼어 먹으려 한다"고 인식하게 해 현재 연금에 대한 불만을 더욱 크게 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연금 전문가들은 일부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유족 연금의 수급권 제한 규정 완화를 비롯, 연금 수급 연령이 되더라도 수입이 있으면 연금 지급이 안되는 규정 역시 일정 금액을 감액하는 방향으로의 개정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대표적인 부당한 규정의 예로, '맞벌이 부부가 각각 연금을 냈어도 한명이 사망했을 시 나머지 한명에게는 두 연금 중 하나만 선택하게 하는 규정'을 들며 이 규정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사회보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 규정만큼은 '부당한 규정'으로까지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국민연금을 '금융투자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 '개인연금'과 같이 생각하면 맞벌이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했을 때 남은 한명에게 한 사람분의 연금만을 선택하게 한 것은 "돈을 떼어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지급'한다는 사회 보험의 기본 원칙을 고려하면 남은 사람의 필요가 2배가 되는 것이 아닌 한 이 규정에 큰 무리는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회보험, 예를 들면 의료보험은 '질병 사고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필요'가 발생할 때, 고용보험은 '직장에서 해고 당해 소득이 중단되었다는 필요'가 발생할 때 급여를 받는다. 이것처럼 국민연금 역시 '나이가 들어 소득이 중단되었다는 필요'에 의해 급여가 결정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개인연금은 가입자가 납부한 돈을 보험사가 운영해 수익을 얻은 다음 그 나머지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원리로, 최초 가입시 향후 지급액으로 약속한 절대액이 2~30년 후에 물가인상에 따라 가치가 절반이하로 떨어져 '노후생활 보장의 필요'에 충족되지 않더라도 약속한 금액만 주어도 아무 문제가 없어 '수급권 제한 규정'을 엄격히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 '필요'를 기준으로 해야함으로 물가인상분까지 모두 반영하면서 통상 내는 돈 보다 받는 돈이 많아지므로 '수급권 제한 규정'이 개인연금보다 까다로와질 수밖에 없는 사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개인연금과 단순 비교 하는 것은 애초부터 성립이 잘 안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 '필요'를 기준으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가장의 사망으로 유족에게 발생한 '필요'에 따라 연금을 적정하게 지급해 주고, 연금 수급 연령이 된 사람이 일정 소득이 있더라도 그 소득이 '필요'에 충분치 않을 경우 적정한 수준에서 연금이 지급되도록 연금을 개혁하는 것은 합당하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 중 한명이 사망해도 남은 한명이 연금을 받고 있다면 필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연금을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부당한 규정'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연금을 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국가에 따라서는 '유족연금'의 명목으로 일부를 더 급여해 주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무엇보다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폐지'는 답이 아니다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적 합의가 결여된 채 도입이 된 만큼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개혁되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합리적 개혁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인해 국민연금은 계속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부과 방식으로 전환되더라도 노령화의 대책으로 기능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적립된 기금으로 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또 OECD에서 가장 안정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 연금기금을 이용해 보육 시설의 대폭 확충 등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되는 초기 비용을 조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오히려 연금제도를 잘 이용하면 어떤 나라보다도 노령화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차피 출산율 저하는 연금 문제가 아니더라도 경제적 측면에서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출산율 저하 문제에 대해 적극적 대응은 하지 않으면서 국민연금마저 폐지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노동력 감소로 생산력은 저하하면서, 날로 증가하는 노인 인구의 소비 능력 감소로 내수시장까지 침체돼, 성장 잠재력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출산율 저하를 이유로 연금제도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이 같은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연금제도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오히려 전문가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합리적 개혁으로 이어지지 않고 연금제도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부분이다.

물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을 폐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서강대 문진영 교수는 "국민연금 최대 적립금이 1000조에 이르는 등 그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이 시장을 노리는 세력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연금제도 존립 자체에 대한 실제적 위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 재벌측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는 한 경제연구기관에서 '연금제도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국민연금, 세계적으로 입증된 가장 유력한 노령화 대책

국민연금제도는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입증되어 온 가장 유력한 노령화 대책으로 노령화가 심화될수록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부분 국민들의 이해 관계가 걸린 만큼 국민연금이 국민의 원성의 대상이 아닌 노후 생활의 든든한 방패로 거듭나게 하는 것은 어떤 사안보다도 중요하다.

동시에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서만이 합당한 개혁 방향이 나올 수 있다. 국민들 역시 이에 대해서 올바로 이해 할 수 있어야 국민적 불만의 해소와 노후 생활 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일부 언론들의 행태가 시정되지 않는 한 국민들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국민연금은 그 해법에서 점점 멀어질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언론이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명심하고 책임 있는 보도 태도를 가져야 할 때이다.

 

2004년 5월 28일 오마이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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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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