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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항

주저리 주저리/적어본 생각들 2008/01/11 09:37 by 보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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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이어야 하는 공무원에게 전향논란이 웬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의모습. 사진@오마이뉴스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시끄럽다. 10년만의 정권교체니 그럴만도 할 수 있다. 이명박 본인도 '불도저'란 별명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새로운 정책이나 급진적인 정부개편안이 마구 튀어 나온다.

특히 업무보고가 진행된 1차 활동기간 중에 그 틈에 낀 공무원 얘기가 풍성했다. 공무원들이 전향 했다느니 새정부 정책에 찬반을 강요한다느니 논란이 많았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 한마디가 많은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한발자국 물러나 이런 논란을 보다보면 한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공무원은 원래 중립이 원칙 아니었나?' 맞다. 공무원은 중립이 생명인 조직이다. 중립인 공무원에게 전향은 무슨 말이고, 찬반 강요는 무슨말인가?

아직도 벗어나지 않은 독재시절 공무원상

우리나라에서는 언론에 중앙부처 국실장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로 정책적 문제에 대한 논란에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코멘트를 하거나 심지어는 토론 프로그램까지 출연하여 발언을 하는 것을 종종 본다. 특히 노무현 정부때에는 국정 브리핑 사이트를 정부직영 언론처럼 운영하면서 국실장들이 정부 입장에 대한 글을 많이들 올렸다. 여기서 부터 좀 이상하다. 중립이어야 하는 공무원이 정부의 '입장'을 가지고 직접 발언을 하는 것이다.
 
기실 이런 역할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히 대통령이 임명하는 해당 부처 장관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부조직 상 정부정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선출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이상의 각료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장관들이 인터뷰 할라치면 어디서 주어진 내용을 줄줄 읽는 듯하는 것이 다반사다. 솔직히 장관이 정말 해당 부처 정책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책을 주도하기 보다는 무슨 일 터지면 '책임지고' 물러나는 일종의 얼굴마담이란 인식이 일반적이다.

노무현 정부시절, 그래도 진보적이라는 인사가 장관이나 국무총리에 오르면 평소 말하던 것과 전혀 다른 정책이 그대로 진행되거나 어느 다른 장관, 심지어는 독재시절 총리와 똑같은 단어를 쓰며 똑같은 논리를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보아왔다. 기껏 개혁정책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무언가 뒤죽박죽 엉망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관료들이 포섭하는데 몇년이 걸렸는데 노무현 대통령은 몇달만에 되었다는 둥 하는 얘기가 횡행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이 그러하니 그밑의 총리나 장관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오랜 독재시절의 역사속에서 그때 실제 정책을 주도했던 것은 기술관료들이었다. 민주정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그 때에 실제 정책 결정은 공개된 토론이 아니라 정부부처 내에서 관료들이 '알아서' 뚝딱 뚝딱 정책 만들고 시행해 왔던 것이다.

기술관료가 정책 실세이던 그 때 그시절 모습 아직도 못 벗어나

그런데 민주화가 된 이후에도 선거제도만 복원이 되었을 뿐 기본적인 민주주의적 기제는 아직도 살아나지 못한 것이다. 여전히 정당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정책을 생산하여 국민에게 호소하고 그걸 가지고 당선되어 시행하는 그런 구조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여전히 정책 실세는 기술관료들인 것이다.

영국에서 5년째 살고 있지만 뉴스에서 국실장급 공무원이 직접 나와서 무슨 발언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나온다고 해도 실무적 설명에 국한될 뿐이다.

그런 곳에 나오는 것은 (의회중심제이므로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장관이나 정책차관(minister)들이다. 좀 큰 일이 생기면 총리도 직접 나온다. 정치인으로서 정책적 책임을 지고 각부처에 배치되어 있는 이들은 거의 매일 뉴스 시간 마다 쟁점 사항에 대해 뉴스진행자나 야당 예비장관(야당도 정부조직에 맞춰 예비내각을 갖추고 있다.)들과 날선 공방을 벌인다.

정부의 각료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 실질적 책임을 지지 못한다면 그만큼 정부 운영에 있어 책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다음 선거를 기약하기 힘들다. 어떤 획기적인 정책을 내놓던 간에 그만큼 신뢰를 받을 수 없기때문이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선거는 확실히 정책 대결로 나타나게 되고 당선이 되더라도 정책을 뒤집거나 말바꾸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되어야 비로서 민주주의가 작동을 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장관이 정책적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결국 실세가 기술관료들이라면 어떤 당을 뽑던 그 나물에 그 밥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당이 정책 책임지고 주도하는 영국,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장관이 들어서면 장관이 부처를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부터 공무원들이 장관을 '길들이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똑똑하고 개혁적인 장관이 들어선다 한들 몇주만 지나면 이전 장관이 하던 소리 또하고 의욕적으로 시작되었던 개혁정책은 무뎌지고 흔들려왔다.

어쩌면 지금 정권 교체기의 공무원 '수난사'는 스스로 독재시절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실권을 흔들어 왔던 공무원들의 자업자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얘기를 하면 '그럼 장관은 뭐라도 아는 줄 아느냐' 고 항변들을 할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이를 관료책임으로만 몰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금과 같은 정치현실에서 이런 현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처음부터 군기잡고 밀어붙이려는 이명박 정부에서는 다소 달라질 수 있겠으나 초기 허니문 기간만 지나면 이는 무뎌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이명박 정책 방향이 우려스러운 나로서는 은근히 그러길 바라고 있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달되려면 이대로는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하더라도 그다음에 또 똑같은 정부가 또 반복된다면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안이 출연하지 않게되는 것이다.

정당의 정체성과 정책기능이 살아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

따라서 이런 구태를 벗어나 제대로 민주주의가 작동하여 새로운 대안이 출연하고, 우리사회의 희망을 볼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무엇보다도 먼저 정당이 정당다워져야 한다. 즉, 정당이 뚜렸한 자기 정체성과 방향을 가지고 그에 걸맞는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가장 암담한 부분이지만 이 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둘째, 정부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각 부처에 대통령이 장관 한사람만 앉히는 구조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장관 한명이 기세 등등한 관료들에 둘러쌓여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영국의 경우 정치인이 장관 뿐 아니라 정책 차관까지 배치되니 그 인원만 총 90여명에 이른다. 즉 장관 한명에 각 세부 정책 영역별로 정책차관이 배치되니 각 부처마다 작은 내각이 또 구성되는 것이다. 그러니 집권당이 확실히 자기 정책을 펼치고 그 책임을 질 구조적 기반이 마련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구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째, 공무원의 역할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공무원의 중립성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이상 공무원이 정부정책의 총알받이로 언론에 동원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공무원도 독재시절의 기득권을 민주주주의 하에서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양심에 따라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고 정치적으로 결정된 정책에 대해서는 성실히 시행하는 것이 공무원 본연의 역할이다.

뒤의 두가지는 첫번째가 전제되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자면 더더욱 암담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건데 돌아갈 방법은 없다. 뒤집어 말하면 그런 정당없이 우리사회에 희망을 보기 힘들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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