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방정부 ③] 장애인 복지 덕 보는 영국시민들
몇 달 전 일이다. 한 정부 위원회에서 일하는 선배의 부탁을 받고 영국내 장애인 복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 사회정책 연구소에 있는 관련 연구원과 인터뷰를 했을 때였다.
나는 요청된 질문에 따라 한참 장애인 '특수'교육이니 '특별' 직업훈련이니 하는 것에 대해서 물어보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그 영국인 연구원은 약간은 의아한 투로 되려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왜 자꾸 무슨 '특별한' 것에 대해서 물어보는가.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과연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편협한 생각 벗어나지 못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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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크대학에서 버스를 타고 있는 학생들. 요크에는 대다수의 버스가 저상버스로 되어 있어 장애인 뿐 아니라 유모차 끄는 부모나 전동 휠체어를 타는 노인들까지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 | |
| ⓒ 김보영 |
예를 들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앉아서 할 수 있는 컴퓨터 기술 같은 것에 대한 집중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둘러대기에 가까운 답변이었다. 그러자 그 연구원 대답은 이랬다.
"컴퓨터 교육이 필요하다면 비장애인들도 다니는 컴퓨터 교육시설에서 받도록 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장애 때문에 같이 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그 장벽을 없애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것 아닌가."
결국 나는 사회정책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인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장애인을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다른 '분리된 존재'라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계속 대화를 해가면서 그 가장 큰 원인은 나 스스로가 장애인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그래서 나와 다름없는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국에 오기 전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재미교포 2세 학생을 안내한 적이 있었다. 모국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하던 중 기억에 남는 말은 "거리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 였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영국 구족화가 엘리슨 래퍼씨도 똑같은 말을 했던 것은 그저 우연일까?
유모차 끄는 부모나 전동 휠체어 모는 노인이 즐겨 이용하는 저상버스
영국에서 장애인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단지 길거리에서 뿐만 아니다. 그동안 방문했던 공공기관이나 학교에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일하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정도라면 장애인으로 사는 것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는 않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감히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영국의 장애인 복지서비스는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직접적인 대인 보조 서비스와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수당 및 고용서비스로 나뉜다. 예를 들어 엘리슨 래퍼씨가 이야기 했던 활동보조인 서비스 같은 경우는 지방정부 서비스에 속한다.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과의 사회복지사에 의해 직접 서비스가 제공될 수도 있고, 지방정부로 부터 돈을 받아 장애인 스스로가 보조인을 직접 고용할 수도 있다.
또다른 지방정부 관련분야는 교통이다. 요크의 시내버스 대부분은 저상버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장애인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저상버스 덕을 보는 것이 장애인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유모차를 끌고 시내를 나가는 부모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 나가는 노인들이 저상버스를 즐겨 이용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2인용 유모차도 여유롭게 끌고 다니며 시내를 활보하는 이곳의 부모들과 아이를 들쳐 업고 힘겹게 버스에 오르는 우리나라의 부모 모습은 참으로 다른 것이었다. 특히 구부정한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하며 천천히 걸음을 떼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모습이, 마치 작은 자가용처럼 전동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몰고 다니며 버스를 이용하는 이 곳 할머니의 모습에 겹쳐 서글프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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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공공서비스'라는 등식이 가능할까? 요크 시내 분수대에 앉아 지방정부가 주최한 지역 축제의 거리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연금 생활자들 |
| ⓒ 김보영 |
지금까지 3편의 기사를 통해 돌봄 서비스, 지방세, 장애인 서비스 등 세 분야에 걸쳐 나의 경험을 통해 본 영국 지방정부 모습에 대해 살펴 보았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에 단편적일 수는 있지만 영국인들의 일상에서 지방정부가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지 그 일면을 보는데 큰 부족함은 없었다 생각한다.
가장 큰 차이를 느낀 것은 '정부'라는 존재에 대한 기본 개념이었다. 중앙정부도 그렇지만 지방정부를 이야기 하면서 이들의 머리속에 "정부=공공서비스"라는 등식이 자리잡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수당이 정부 축소를 이야기하던 노동당이 정부 역할 확대를 이야기하던 그것은 바로 각각 공공서비스 축소와 공공서비스 강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하면 무슨 규제나 통제부터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지방정부의 서비스하면 지하철에서 등본 뗄 수 있게 해주는 것 등이 고작인 게 현실이다. 민주화된 지가 10년이 넘었다는데 정부의 개념은 경찰국가, 개발국가의 논리에서 한치 앞을 나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화려한 개발공약과 복지공약이 선거 때마다 등장한들 피부로 변화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정부가 우리의 문제를 공공의 이름으로 해결하는 공공서비스의 주체로서 자리잡기 전까진 선거 후 다시 통제자의 위치를 돌아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지방정부던 중앙정부던 공공서비스의 주체로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몫이다. 아직도 나가기 싫은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는 국가폭력과 '공공질서'를 동일시 하고 공공선 보다는 실체도 불분명한 국익과 개발논리가 앞서는 국민들에게는 언제나 '통제자'로서의 정부가 어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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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19일 오마이뉴스 기고, 5월 25일 메인탑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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