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지방정부 ②]투명한 세정은 기본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에게 지방정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지만 바람과 정쟁이 난무하고 공약이라곤 선심성 개발공약만 부각되는 상황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요크에서 3년째 거주하며 경험한 지방정부의 모습을 공유함으로서 지방정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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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세 고지서에 동봉된 안내자료들. 15쪽 분량의 지방세 안내서(가운데), 신청서가 붙어 있는 지방세 감면 안내서(왼쪽), 북요크셔 소방 예산및 지방세 부과분 안내(오른쪽 위), 북요크셔 경찰 예산및 지방세 부과분 안내.(오른쪽 아래) |
| ⓒ 김보영 |
"여보, 지방세 고지서가 날라왔던데"
"뭐? 우리는 학생 가족이라 안내도 되는데…."
청소부터 강의까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돈벌이에 뛰어들어야할 만큼 넉넉하지 못한 유학생활 형편이라 냉큼 고지서 봉투를 받아 들었다.
황급히 뜯어 내용을 훑어보니 올해치로 부과된 세금은 1000파운드(약 170만원)가량이었다. 그러나 친절히도 바로 그 밑에 '학생거주자' 명목으로 그 금액이 도로 공제돼 총액은 0파운드였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세금 고지서 말고도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었다. 바로 함께 동봉된 지방세 관련 각종 안내 자료들이었다.
지방세 고지서인지, 자선단체 후원 요청서인지...
그 중에서도 15쪽짜리 세금안내서가 가장 눈에 띄었다. 표지에 크게 표시된 주요 목차에는 '지방세에 대한 설명', '고객 서비스', '가치있는 지출', '서비스 개선' 등이 목록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각종 할인과 수당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는 페이지를 안내하는 표시가 하단의 빨강색 바탕에 표시되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지방세에 대한 설명' 코너에는 지방세 책정 방법, 할인대상, 불만이 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절차에 대한 내용이 채워져 있었다. '고객 서비스'에는 마치 자주 묻는 질문난처럼 예상되는 질문과 답이 채워져 있었다. 어떻게 지방세를 내느냐부터 할인 신청방법, 걸리는 시간, 이사시 문제 등과 보다 상세한 이의제기 방법까지 간단 명료하게 설명돼 있었다.
'가치있는 지출' 코너는 어떻게 예산이 쓰여지는 지에 대한 한편의 보고서였다. '주민 1인에게 주당 약 10파운드(약 1만7000원)가 쓰인다'는 내용의 굵은 안내문으로 시작된 이 보고서에는 학교, 복지서비스, 주택, 교통, 취업, 여가, 환경 등 각 분야마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예산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 다음에는 이번에 예산이 증가한 부분은 어디이며 얼마가 증가했는지, 예산이 절감된 부분은 어디이며 얼마나 절감된 것인지가 각각 표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게다가 작년의 총세입과 세출, 그리고 올해 예상수입과 예산도 표로 잘 정리돼 있음은 물론이었다.
'서비스 개선' 코너는 지방정부의 주요 중점 사업과 각종 성과에 대한 소개였다. 지방세율 전국 순위, 지방정부 평가 지표, 지역학교 성적 평가치, 복지서비스 제공 건수 등 20여개 항목의 구체적 평가 수치들이 사회보호, 환경, 주택, 문화 등 항목 별로 잘 정리돼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수치들을 제시하면서 작년 한해동안 이전과 비교해 개선된 점은 물론 개선되지 못한 점도 솔직히 밝히면서 필요한 개선 사항까지도 밝혀놓았다는 점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꼼꼼하게 이 세금 안내서를 살펴보다 보니 지방세 한푼 안내서 안도했던 심정이 약간의 미안한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게 세금을 내라는 고지서 인지 아니면 자선단체에서 후원을 부탁하는 요청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지역민 배려하는 영국의 지방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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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세 안내서에 실려있는 지출내역 그래프. 사회복지 서비스(Adult Social Service), 교육 및 아동복지 서비스(Education & Children's Service)가 지출의 절반을 차지한다. |
| ⓒ 김보영 |
놀라운 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래도 저소득자나 노약자가 혜택을 못 받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별도로 신청서가 붙어있는 공제 및 할인 신청 안내 팜플렛까지 동봉되어 있었다. 그리고 요크시가 속해있는 북요크셔(우리나라로 치면 '도'개념)의 경찰청과 소방청의 작년 지출과 올해 예산, 그에 따른 세금부과분, 중점 사업과 증감분 원인에 대한 설명이 담긴 브로셔는 별도였다.
또 더 자세한 내역은 지역 도서관에 비치 되어 있다는 안내와 함께 홈페이지에는 예산 내역뿐 아니라 예산 검토를 위한 시민위원회 활동 및 검토 내용까지 올려놓았다.
물론 이 곳 거주민들이 이런 안내자료들을 모두 세세하게 읽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역민을 대하는 지방정부의 기본적인 태도다. 이런 친절한 자료들을 받아보면서 적어도 세금 낼 때 내 돈 도둑질 한다는 기분은 안들지 않을까. 여기에는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나 있다.
시민단체들이 지방자치단체장 판공비 내역을 공개 받기 위해 소송까지 걸어야 했던 한국의 지방정부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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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5월 16일 오마이뉴스 기고, 22일 메인탑으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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