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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항

발표글 모음/복지 이야기 2006/05/19 19:42 by 보롱이

▲ 우리에게 지방정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영국인에게 가장 가고싶은 영국내 관광도시로 꼽히는 요크시의 모습.
ⓒ 김보영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전 막이 올랐다. '강풍', '오풍' 등 각종 '바람'의 영향으로 선거열기가 일찍부터 달아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서울, 경기 등 몇개 지역을 제외하고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조해 보인다.

하기야 보통사람들 머릿속에 지방정부하면 부패, 아니면 멀쩡한 보도블럭 다시깔기, 주민등록등본 떼러가는 동사무소 정도가 떠오르는 게 전부니 지방선거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역할은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공약들을 살펴보면 개발관련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환경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정부가 지역주민에게 가장 쉽고 확실하게 줄 수 있는 선물은 집값, 땅값을 올릴 수 있는 개발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 왠 '박정희 시절' 사고방식이냐고 타박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지방화 시대가 도래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져도 지방정부에 대한 기본 개념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란 원래 그런 것일까? 영국의 사례를 한번 들여다 보자.

한국의 지자체와는 너무 다른 영국 지방정부

내가 살고 있는 요크라는 곳은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도시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경주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이곳으로 얼마전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한국의 한 국책기관 연구원이 영국 지역사회의 '돌봄' 서비스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요크대학의 연구원 인터뷰차 방문한 것이다. 필자는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터라 인터뷰 주선 및 통역을 맡게 됐다.

인터뷰 전 연구원과 한국의 돌봄 서비스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도 최근 가족 중 만성질환자에 대한 돌봄 서비스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혼자'사는 '가난한' 노인에 국한된 이야기고 '간호 방문 서비스' 같은 경우는 한달에 두번 정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만약 가족 중에 누군가 지속적인 간호를 필요로하는 병에 걸리기라도 한다면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는한 보호자는 생업을 포기하고 꼼짝없이 환자곁에 묶여 있어야할 상황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영국의 상황은 다르다.

"여기서는 집안에 보호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어도 지방정부 사회복지사와 합의만 잘 되면 얼마든지 직장 유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네?"


한국에서 온 연구원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가득찼다. 영국 연구원이 들려준 얘기는 이랬다.

그는 본인 부모님이 최근에 건강이 악화돼 인터뷰가 끝나면 부모를 보러 가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부모님은 요크에서 남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지역에 사신다. 그래도 연구원으로서 계속 활동하고 부모님 곁을 비울 수 있는 것은 지방정부 사회서비스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덕분이었다.

도우미의 하루 방문 회수는 자그만치 네번. 아침 7시 방문에서는 환자를 침대에서 일으켜 옷을 갈아 입혀주고, 아침을 차려준다. 다음 오후 1시 30분 두번째 방문에는 환자에게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홍차나 간단한 음료를 만들어 제공한다. 세번째로 오후 4시에는 설겆이 등 간단한 집안 청소를 하거나 간단한 간식 거리도 만들어 준다. 마지막 밤 9시 방문에서는 환자가 잠자리에 들도록 도와준다.

노약자가 거동을 약간이라도 할 수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비용 부담도 형편에 따라 차등

▲ 요크시에서 주최한 바이킹 축제에 참가해 바이킹 전투법에 대해서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
ⓒ 김보영
특히 그 부모님이 사는 지역은 서울 강남처럼 부유한 지역이 아니다. 이 지역은 폐광 지역으로 대표적인 영국내 소외지역 중 하나다. 그럼에도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우리가 부러워할만한 수준이다.

또 자녀 2명 모두 전문직 종사자여서 연구원의 부모는 특별히 가난한 처지도 아니다. 이정도 수준의 돌봄 서비스는 모두에게 제공되는 보편적인 서비스인 것이다.

그래도 각 지방정부의 서비스 수준은 지역마다 차이가 일부 있다. 하지만 각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 정도 수준의 서비스는 평균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서비스가 무료는 아니다. 지방정부는 일정 이용요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요금 수준은 서비스양에 따라서가 아니라 별도의 재정평가를 통해 수용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부과되고 있다.

요크시의 예를 들면 1인당 복지서비스 예산이 한화로 연간 40만원 정도이고 교육이나 환경 등 모든 지방정부 공공서비스를 고려하면 연간 1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세부담은 중간층의 경우 연간 200만원 정도다.

또 지방정부의 소관은 아니지만 만약 의료 행위가 포함된 간호가 필요할 경우 영국 무상의료제도(NHS)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영국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대처정부부터 지금 신노동당 정부까지 가족내 책임을 강조하는 통에 지역사회 서비스가 위기"라고 했지만 한국 사람의 귀에는 그런 '투정' 그저 엄살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개발만 외치는 한국의 지방정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복지 서비스의 확대에 대한 관심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영국은 대단한 복지국가? 서유럽에서 '꼴지'

그렇다면 영국은 대단한 복지국가일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아직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에스핑 엔더슨의 복지국가 분류법에 따르면, 영국은 복지국가 중에서 가장 복지수준이 낮은 국가군인 ‘'자유주의국가'에 속한다. OECD 통계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한번 따져보자.

요즘 많이 듣는 국민부담율(국내총생산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분담금 비율)에 따르면 영국은 37%정도로 스웨덴(약 53%) 등 사민주의 국가는 물론 프랑스(약 45%)나 이탈리아(약 43%) 등 다른 유럽국가들 보다 낮은 편에 속한다. 물론 한국(약 23%)보다는 훨씬 높다.

지출면에서도 국내총생산 대비 총 사회복지지출이 약 22%정도로 프랑스 (약 28%), 이탈리아 (약 25%), 그리스 (약 24%) 보다 낮다. 역시 한국(약 8%)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경제 상황은 어떨까. 복지국가는 경제불황과 실업에 시달린다는 보수언론의 선전과는 달리 영국은 10여년째 안정성장을 계속 하고 있으며 2006년 1월 현재 실업율도 5%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3.5% 안팎인 우리보다 높긴 해도 실업문제가 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수준은 아니다.

 

- 2006년 5월 14일 오마이뉴스 기고, 19일 메인탑으로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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