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하룻밤 술값에 양심을 팔까?
참여연대 ‘부적절한 초청장’, 전직 활동가가 말하다
한 경제신문이 참여연대가 재벌그룹 편법상속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대상 기업에 까지 후원회 초청장을 발송했다며 대서 특필하자 여러 신문과 방송이 따라 보도한 모양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 할 듯 모르지만 과연 그 기자는 평균 임금에도 턱없는 돈을 받으며 청춘을 바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자신들이 하룻밤 접대 받는 비용 정도에 양심을 팔 것이라고 진정 믿었던 것이었을까.
지난 2003년, 나는 수년간 참여연대에서 수년간 일한 후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껴 영국땅에서 사회정책 공부를 시작했다. 말이야 번듯한 유학생활이지만 졸업 후 직장생활이란 것이 전부 복지관에, 시민단체에, 돈 안 되는 곳에서만 골라한 탓에 학기 중에야 강의자리 얻어 생활을 이어간다지만 방학 중에는 청소건 서빙이건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래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데에 항상 감사하지만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심하게는 십대와 맞먹으며, 남의 땅에서 큰소리 들어가며 일하는 것이 항상 유쾌할 수는 없다.
성과가 아무리 커도 특별히 가질 것이 없는 사람들
그래도 현장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는 활동가들을 생각하면 미안함이 앞선다. 내가 아무리 공부 후 제대로 기여를 하겠다고 다짐한다고 하더라도 어쨌건 현실에서 한 발 물러서있기 때문이다.
언제 무슨 말을 바라고 그곳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란 것이 과거보단 높아졌다는 지금, 그만큼 별 이유 없는 비난까지 감내해야 하는 곳이 그곳이다. 그렇다고 수입이 나아질 것도 없고, 단체 형편이 크게 핀 것도 아니다. 건물 계약이 만료되니 이사 갈 곳 하나 변변하게 마련할 능력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지금 상황 아닌가.
그래서 그 기자에게는 이런 사람들 자체가 이해가 잘 안 갔을지도 모른다. 무슨 성과를 낸다 한들 무슨 대단한 대가가 주어지는 것도 아닌데 4인 가족만 되도 바로 빈곤층으로 간주될 월급을 가지고 밤샘을 마다하지 않고 일하는가. ‘아무리 깨끗하다지만 그래도 뭔가 있으니까 그렇게 있겠지’ 항상 의문을 품어왔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출입처 관계자로부터 후원회 관련 얘기를 듣고 무릎을 탁 쳤을 지도 모른다. ‘그 것이 숨은 이유였구나’ 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은 그 기자가 그렸을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후원회가 임박해지자 제발 다른 활동가들 관심 좀 가지라고 호소하느라 분주했던 사무국장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후원회 담당부서를 제외한 경제개혁센터 등 활동부서들은 섭할 만큼 자기들 일에만 바빴던 탓이다.
행사가 끝나도 지난 번 보다 그래도 돈이 좀 모였다더라 하면 모두들 수고했는데 잘됐다고, 적게 모였다 하면 힘내자고 어깨 두드리는 정도일 뿐이었다. 누가 얼마나 후원했는지는 별 관심거리도 되지 않았다.
경제기자로서 이해 안가도 신념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길
그래도 왜 하필 후원회를 편법상속 조사발표를 앞두고 여느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왜 꼬투리 잡힐 일을 했느냐고 타박 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아마 내부에서는 그 기사가 나기 전까지 그 두 가지가 연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별개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조금만 들여다 봐도 편법상속 조사는 작년 1월부터 진행되어 오던 것이었고 후원회는 지난 2월부터 진행해온 이사비용 마련을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었다. 창립 후 10여년 간 최고 후원 한도액이 100만원에 묶였던 터라 그 동안 각계각층에 명단 따라 초청장을 일괄 발송하는 리스트에 기업이 들어간 들 큰 문제가 될 거리가 없었다. 올해 이사비용에 대한 절박함으로 그 상한선을 500만원으로 올린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얼마 전 문제가 된 동아일보와 한나라당 하룻밤 술자리 비용만 해도 최소 추정액만 300만원을 웃돈다. 경제적으로 풍족치 않더라도 신념에 따라 실천하고자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고작 적절치 못한 술자리 하룻밤 비용 정도의 돈에 양심을 팔 이유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일년이 멀다 하고 경제적 이유로 그만두는 사람이 흔한 곳에서 혼자 버틸 힘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말 이해가 안 갔을지도 모른다. 특히 광고가 기사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는 경우가 심심치 않은 우리네 언론환경 속에서 있는 그 기자에게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발 기억했으면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한 곳에는 무엇보다 신념과 양심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음을 말이다. 당신들 하룻밤 술판 값의 반도 안 되는 돈을 월급으로 받으면서 밤샘을 마다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 특별한 기금이나 정부지원 없이도 십시일반 시민의 회비로 재원의 70%이상을 충당하며 독립성을 생명처럼 어렵게 지키다가도, 어처구니없는 비방기사에 허탈한 가슴에도, 이사 갈 방하나 구할 걱정에 쉴 수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말이다.
- 2006년 4월 4일 오마이뉴스 기고, 메인탑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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