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총수의 음모론, 그 잘못된 출발선

1. 두개의 사건

 

일단 말들이 많으므로 사실관계를 확실히 해두자. 이번 황우석 사태가 두개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딴지 총수의 주장, 사실이다. 다른 복잡한 줄기 다 빼고 핵심만 말하면, 줄기세포 2개를 11개라고 뻥친 논문조작사건과 그 줄기세포 2개조차 환자맞춤형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수정란 줄기세포로 교체되었던 것으로 완성된 맞춤형 줄기세포는 하나도 없었다는 줄기세포 교체사건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 논문조작사건은 이미 조사결과나 황우석 본인 증언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미 중간조사결과 발표만으로도 확인 됐었고, 황우석 본인 기자회견에서도 의도적 실수부풀려졌다느니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 조작이었다는 사실에 물타기를 했으나 어쨌든 그 사실은 인정했다. 그리고 논문제출 당시 완성된 줄기세포가 2개라고 알았다는 사실은 본인도 인정했으므로 11개라고 논문을 쓴 것은 분명한 의도적 조작이었다.

 

둘째, 현재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줄기세포 교체사건이다. 이 주체가 황박사였냐 아니면 딴 넘이었냐를 가지고 왈가왈부 하는 것이다. 딴지 총수는 이 두번째 사건을 중심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이 두번째 사건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 <줄기세포의 교체 사건>은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첫 번째 <논문 조작 사건>을 유도했을 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모든 것이 거짓이란 극적 결말을 만들어 내는 절대적이고 결정적 사건, 즉 사실은 사건의 처음과 끝인 것이다.”

 

, 줄기세포 교체가 없었다면 논문조작사건은 덜 심각했었을 것인데다가 논문조작 사건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고, 그래서 줄기세포 교체사건의 실체를 황박사가 죽일놈인지 살릴놈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이전 중간성명에서 기회를 주장하고 또한 이처럼 이를 둘러싼 음모론에 딴지 총수가 매우 집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딴지일보] 음모는 있다(1) 보기
 

2. 미즈메디 아니었으면 조작 없었을까

 

말은 상당히 그럴싸 하다. 줄기세포가 그래도 있었다면 결말이 좀 달라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줄기세포를 교체해 줄기세포를 더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었기에 결과적으로 논문조작행위가 유도되었던 것 아닌가. 그러나 사실은 그렇게 그럴싸하지만은 않다.

 

논문조작행위는 이미 독립적 행위이며 명백한 범죄이다. ‘될 것 같은데 안되는 상황’, 이것이 일반적으로 논문조작행위가 발생하는상황이다. 이 상황을 남이 만들어 주었다고 조작행위가 조금이라도 정당화될 이유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즈메디가 아닌 서울대 팀이 줄기세포 배양과정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작금의 조작행위가 이루어질 상황은 언제든 만들어졌을 것이다. 다시말해 서울대팀이 자체로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더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줄기세포는 배양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는 것이고 한두개 성공한 것을 가지고 좀더 그럴싸하게 보이고 싶어 그 수를 조작하고 싶은 상황이 달라질게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체행위가 없었다면 시간은 훨씬 오래걸렸을 것이고, 그만큼 조작의 유혹이 더욱 강했을 것이라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이미 서울대 중간조사 발표에서 언급 됐듯이 2개를 11개로 조작한 것만으로도 중대한 조작행위로, 학계퇴출을 면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중간에 사이언스에서 완전분화능력을 가진 줄기세포 수의 수정을 받아들였던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진짜 줄기세포만 있었으면 그나마 괜찮지 않았겠느냐고 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의도성이 없었을 경우일 뿐이다. 복잡한 실험과정에서의 기록실수야 있는 법이므로 실수가 밝혀진 부분에 대한 데이터 수치 수정은 꽤 있는 일이지만 거기에 의도성이 들어가면 문제가 완전히 달라진다. 황박사는 줄기세포가 2개였음을 논문제출 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런 이상 11개로 부풀린 것은 연구성과를 돋보이게 할 고의성이 있는 것이었고, 따라서 그것은 명백한 조작행위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면서 그는 난자수대비 줄기세포 수립의 효율성을 자랑하고 다니지 않았던가.

 

해외 유학이나 연구원 재직 등으로 외국에서 학계풍토를 접할 기회가 있었던 사람은 대부분 학문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느꼈을 것이다. 일단 학문을 한다는 사람의 말은 서로 신기할 정도로 다 믿는다. 제출된 데이터에 대해서 증거자료를 따로 제출하란 말을 거의 듣지 않는다. 대신 한번 신뢰를 깨뜨린 행위가 드러나면 그걸로 바로 이다. 황박사도 이미 최초 2개에서 11개로 논문조작사건이 확인되고 세계 언론을 탔을 때(이것은 그때 이미 세계 각국의 주요뉴스였다) 최소한 국제적 과학자로서는 생명이 끝났다. 향후 어떤 지원을 받아 무슨 성과를 내더라도 최소한 국제적으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것이 현재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 기회재기니 하는 주장이 국내용 딸딸이 일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국제학계가 신뢰를 절대시 하는 것이 양놈들이 별나서 그런건가? 한번 그럼 신뢰가 깨진 상황을 상상해 보라. 서로의 연구성과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고 일일이 검증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 누가 학문을 하던 그것은 어디 까지나 역사적으로 또는 당대라도 타인의 연구성과 위에서 쌓아올리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연구를 하던 일단 이전 연구성과를 검토하고 시작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 뻥을 치기 시작하고 그것이 용인되기 시작할때는 모든 연구자들의 연구 토대 자체가 붕괴되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한번 신뢰를 상실한 연구자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종신형에 가까운 처분이 당연시 되는 것이다.

 

따라서 황박사는 의도적 조작이라는 명백한 행위 때문에 백날 바꿔치기니 음모론이니 따져봐야 황박사가 학계에서 퇴출되야한다는 사실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 단지 바꿔치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황박사가 논문조작뿐아니라 줄기세포 교체도 저지른줄 알았더니 줄기세포 교체는 또 단 주범이 있더라. 이정도 선일 뿐이다. 물론 이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음모론을 이유로 마치 줄기세포 교체에 다른 범인이 있다면 황박사에게 기회주자는 둥 재기를 허용하자는 둥의 주장과 연결시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용납되어서도 안된다.

 

가령 어느 집에 도둑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주인까지 폭행 당해 실신했다. 처음에는 도둑놈 한명이 주인을 폭행해 실신시키고 도둑질을 한 줄 알았더니 주인을 폭행해 실신시킨 넘은 딴넘이었더라. 분명 주인을 폭행해 실신시킨 넘이 도둑질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만들었다. 도둑이 들어와 정신 멀쩡한 주인을 발견했다면 도망을 갔을 텐데 말이다. 그럼 먼저 들어온 폭행범(줄기세포 교체 주범)이 도둑질(논문조작)을 유도했으니 도둑넘(황박사)의 처벌(학계퇴출)을 면하게 해주자는 말이 과연 성립이 되는가. 그럼 주인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던 집들도 다 털렸어야 정상인가. 도둑넘은 어차피 그 집이 아니더라도 조건만 갖춰지면 도둑질을 했을 것이다. 폭행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그날 사건의 또다른 범인을 찾는 일일 뿐이고 도둑넘의 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그 도둑은 그날 일어난 모든 일이 다 폭행범 때문이었다고 하면서 자기가 한 도둑질에 대해서는 도둑질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단다. 아마 사람들은 별 미친 도둑넘 다있다할 것이다.

 

3. 황우석은 스스로 이미 죽었다

 

딴지 총수, 당신은 말하고 싶을 거다. ‘제발 좀 닥쳐라. 누가 부품(줄기세포) 교체되었다고 공장장(황박사) 책임 없다고 그랬냐그러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본인을 스스로 정당화 하는 이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당신이 최소한 솔직하지 않거나 문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당신은 황박사에게 기회를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가 당신이 제기하고 있는 음모론이 되고 있다. , 당신은 황박사의 논문조작을 인정하면서도 줄기세포 교체 음모때문에 조작이 유도됐다면서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말 은 즉, 그에게 명예회복과 재기를 허용하자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신이 말하는 그 책임의 실체는 무엇인가. 당신은 책임은 지겠다고 하면서 결국 책임의 내용에 대해서는 결코 인정하지 않는 황박사의 언어도단 행위를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이다.

 

황박사는 무슨 음모니 바꿔치기니 하기 전에 이미 스스로의 잘못이 드러났기 때문에 죽었다. 그동안 사실로 명백히 확인 된 것만으로도 그는 논문 조작도 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난자문제만 하더라도 전 국민과 세계를 상대로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 벼랑 끝에 몰려서야 절대 부인할 수 없게된 사실들만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만큼 그는 거의 의 수준까지 올라간 지위에 매우 집착했고 조금도 손상받지 않으려 했고 그래서 전혀 솔직하지 못했다. 만약 이번에 이번 일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 다음에는 과연 어떤 규모로 조작행위를 했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물론 언론들은 황박사 영웅화에 광분했었던 것 처럼 황박사의 실체가 드러났을때도 돌을 던지기에만 여념이 없었 점 없는 것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영웅화에 광분할때보다 더 심각할 것도 없었으며 영웅화에 침묵하던 사람이 유독 돌 던지기에만 흥분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오히려 언론의 황우석() 죽이기를 먼저 경고하고 나선 사람들은 언론의 황우석 영웅화를 비판하던 사람들이었다. 더구나 슬슬 줄기세포 바꿔치기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자 슬그머니 여론을 이유로 재기지원등을 이야기하는 정신나간 언론이나 집단, 정치인들이 고개를 처들고 있다.

 

이미 2005년 논문이 상당부분 조작이었음이 밝혀졌을때 우리는 충분히 충격을 받았었다. 그 이후 추가로 밝혀진 사실들 역시 충격적이었지만 그 이후가 더욱 충격적이었으므로 이전 충격 정도는 잊어버리자는 말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첫번째 충격으로도 우리는 교훈을 충분히 얻었다. 우리는 흔히 우리사회가 원칙이 없다고 한다. 사회적 원칙은 축적된 역사적 교훈에 의해 확립되는 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사회적 축적의 과정이 역사적으로 단절되고 이제 겨우 반세기의 토대, 그것도 독재와 분단과 왜곡의 경험 위에서 서있을 뿐이다. 덕분에 원래 세상이 다 그런거야라면서 온갖 거짓과 사기와 몰상식이 별 양심의 가책도없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원칙을 따지는 인간이 고리타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넘으로 취급될 뿐이다. 이때문에 아무리 작은 사회적 교훈이라도 소홀히 취급되어선 안된다. 하물며 국제적 개망신을 당하면서 얻은 교훈에 음모니 어쩌니 하면서 물타기를 할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다시말하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진실을 밝힌다는 이유로 이전에 확립된 진실로 확립된 원칙까지 흐리려는 시도는 불순하기 짝이없다. 딴지 총수, 당신은 바보가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잘못된 전제 위에서 출발해 음모론에 집착하는 당신은 이미 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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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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