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총수, 무얼 위해 기회 주장하는가

한때 딴지일보를 즐겨보았고, 민주화가 됐다 하면서 더욱 복잡해진 세상만사에 특유의 전문적 시각으로 명쾌하게 이슈를 풀어내는데에 때로 놀라기도 했었다. 그리고 나도 내 분야 공부좀 하게 된 이후 딴지에 몇 번 '참솔'이란 필명으로 기고도 할 수 있게 되었었고, 그것이 좀 자부심이 되기도 했었다.

그런 와중 이번 황우석 사태에 대한 총수중간성명이 나왔고, 취지중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주장이 담겨 있었고, 고민 끝에 당시 딴지스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기에 [대듦]이란 말머리를 달아 아래의 글을 지난 주에 보냈었다.

그러나 글은 게재되지 않았고, 아무런 연락조차 없었다. 그냥 무시되었다. 현재 편집방향과 너무 상반되어 곤란하다는 설명조차 없었다. 그냥 무시당했다. 그런 체 그냥 70%가 재연을 원한다는 '민심동향'이 '끝까지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올라갔을 뿐이었다.

나도 '학문' 나부랭이를 한다고 하는 사람으로서 이것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조건이 무너지는 상황을 그대로 볼수만은 없다. 그 가장 기초적인 전제조건이 우리나라에서 너무나도 쉽고 간단하고 당연하게 무시되는 것을 수도 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역시 이 사태에서도 그 기본적 전제 하나가 확립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모습은 또다시 쉽게 무시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이에 블로그에 나마 썼던 글을 남긴다.

 

[총수중간성명]진실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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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이번 황우석 사건처럼 나라뿐 아니라 전세계가 뒤집히는 사건 이었음에도 당사자들이 끝까지 서로 잘못 없다고 떠넘기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책임소재가 명확히 밝혀지고 그에 따른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져야 우리는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지당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실체적 진실을 우선적으로 밝히자는 총수의 말, 본 우원 매우 동의한다. 또한 그 동안 미즈메디에 제기되는 의문에 비해 그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문 또한 본 우원, 매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제안된 방법은 매우 생뚱스러웠다. 부속이 바꿨던 것이라면 제 부속으로 다시 만들어 보라는 거’? 이것이 총수에게까지 대들면서 이 글을 쓰게 한 단 하나의 이유였다.

 

2.

 

오늘 황박사의 기자회견을 보았다. 갑자기 스치는 이미지가 있었다. 지난 대통령 탄핵사태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한나라당의 광고였다. 회초리 맞는 아이의 모습이 나오면서 잘못했다고 한다.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그냥 잘못했단다.

 

이것은 철저한 이미지 조작이자 언어도단일 뿐이다. 동정을 이끌어 상황을 타개해 보겠다는 얄팍하고 비열한 수단일 뿐이다. 반성은 커녕 잘못에 대한 인식도 전혀 없으면서 그냥 반성하는 이미지를 만들 뿐이다.

 

황박사, 잘못했단다. 그런데 조작은 왜 했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매우 황당한 답이 돌아온다. ‘논문조작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한다. 그의 주장을 모두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그는 2005년 논문에서 줄기세포 2개밖에 없는 걸 11개 있다고 뻥쳤다.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생산뿐 아니라 개수는 논문의 또 하나의 핵심이었다. 생산뿐 아니라 효율성을 대폭 늘려 현실성을 대폭 앞당긴 덕에 줄기세포는 일약 생명공학 핵심분야로 떠올랐고, 이는 미국과 유럽 나라들의 생명윤리 논란에 있어 법개정 논란을 포함한 정치적 논쟁을 일으킬 정도로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킨 핵심 조건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건 아닌걸 뻔히 알고서도 의도적으로 뻥을 친 매우 천연덕스러운 거짓말 이었고, 명백하고 매우 중대한 조작행위였다. 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조작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는 것은 이미 학자도 아닐 뿐더러 인간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없었다고 하기가 어렵다.

 

3.

 

백 번 그의 뛰어난 기술을 인정한다고 치자. 하지만 이것 만으로도 중대한 학문적 범죄 행위였고, 이를 의도적으로 저지른 이상, 그는 과학자도 학자도 될 수 없다. 그의 배반포 기술이 아무리 독보적이라고 하더라도 물론 논문 조작만 아니었어도 그는 상당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은 도덕적 가치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국제학계의 조건이다. 국내에서 연구공간 마련해주고 돈도 대주어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국내용 딸딸이일 뿐이다. 적어도 그가 그토록 숭배될 수 있었던 필수불가결 조건이었던 국제적 과학자란 지위는 더 이상 그에게 존재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가 정말로 과학자로서 일말의 양심을 지고 책임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의 입으로 말한 것처럼 자신이 습득한 성과와 기술을 성실하게 다른 연구진들에게 전수해주는 일 뿐이다. 그가 그토록 강조하는 원천기술이 그의 거짓 속에 소멸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가 남은 여생을 반성과 참회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다. 어차피 학자는 논문으로 말해야 하고 논문을 발표하는 행위는 자신의 성과를 공유하는 행위이자 그런 의무가 주어지는 행위이므로 학자로 존재했었어도 해야 했던 일이기도 했다.

 

4.

 

아직 환자형 맞춤형 줄기세포라는 완제품이 한번도 만들어 진 적이 없다면 그 것을 만드는 것은 그 기술을 전수 받은, 혹은 그와 관계없는 다른 모든 관련분야 연구팀의 새로운 과제가 될 뿐이다. 다른 연구팀이 그 연구를 지속해야할 이유는 수십가지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거기에 오히려 거짓된 행위를 하고도 그 거짓조차 구분 못하는 이미 학자도 과학자도 아닌 - ‘황우석이라는 이름이 굳이 따라 다녀야 할 필요는 도대체 단 한 개라도 찾을 수가 없다.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제발 그만 착각하자. 이것은 실체적 진실과 분명한 거리가 있다. 그것은 현재 능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지 과거에 벌어졌던 일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캐는 작업이 아니다. 더군다나 딴지의 한 생명공학도 인터뷰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생명을 다루는 과학에서는 언제 어떠한 변수가 어떻게 발생할지 통제하는 것이 매우 어렵단다. 과거에 안되었던 것이 지금 우연히될 수도 있고, 됐던 것도 우연히안될 수 있다. 현재 실험이 성공하더라도 그것이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에 대한 증거는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또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은 그 완성품에 사용되는 것은 실제로는 부품이 아니라 생명의 일부라는 것이다. 윤리논란은 다 제끼더라도 황박사가 재연의 조건으로 내건 충분한 난자를 위해서는 또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바쳐야 한다. 자발적으로 난자를 기증했다가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직장까지 포기한 사람들의 얘기는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런 희생이 새로운 연구진에게 간다면 값진 결과물의 토대가 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한때 영웅이었다는 이유로, 학자의 조건조차 상실한 사람의 변명을 위해 바쳐져야 하는가. 아무리 난자를 얼마든지 내놓겠다는 지지자들이 있다고 해도 부당한 희생을 방치하다 못해 부추기는 심보는 도대체 무엇인가. 희생의 결과물을 부품에 비유했던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인식이란 말인가.

 

5.

 

그는 적어도 현재도 그렇지만 - 과학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실험 성과에 대해 기록을 남기고 논문을 준비하기 보다는 보도자료를 먼저 준비하고, 기자와 정치, 관료들을 관리하는데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으며, 이에 수시로 자신들의 연구원을 동원하였다. 그리고 과학적 사실보다는 대중을 유혹하는 선동에 마음이 급했고, 조국, 민족 등 화려한 수사에 익숙했다.

 

마지막까지도 말로는 책임을 진다고 하면서 책임의 내용은 인정하지 않았고, 책임 연구자로서 책임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그 무책임에 대해서는 성격을 탓했다. 그리고 연구원들을 아낀다고 눈물까지 흘리면서 실제로는 자신의 병풍으로 연구원들을 활용했던 것은 그 중 단연 압권이었다.

 

이 모든 것은 아무리 미즈메디의 바꿔치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가 과학자로 기억되기 힘든 이유들이다.

 

물론 이런 행동들을 황박사에게만 뒤집어 씌울 수는 없다. 그는 오랜 우리나라 학계의 관행의 단면이고 파편들이다. 프로젝트 비에서 쥐꼬리만한 연구원들의 급여를 떼어먹고, 자신은 별 관여도 안 한 논문에 이름을 얹거나 바꿔 넣어 성과를 가로채는 이른바 말타기, 우수하다 싶으면 계속 써먹으려고 졸업도 안 시키고 잡아놓고, 청소나 커피 심부름 등 종 부리듯 부리면서 연구와 전혀 상관없는 개인의 공사에 거리낌없이 동원하고…. 국내에서 학계에 관련된 사람이라면 이공계, 인문계 할 것 없이 흔히 듣고 경험하는 일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판이 한번도 제대로 조명되어 본적이 없었다. 모두 국내에서만 끼리끼리 놀아도 살만했기 때문이었다. 그냥 국내에서만 적당히 비비고 살면 어느 정도 얼굴 들고 살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엄격한 학문적 기준과 잣대아래 제대로 드러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당근 수준도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기 매우 힘들었다.

 

황우석의 최대 업적이라면 우리 과학계를 세계적 수준으로 조명 받게 함으로써 이러한 치부가 얼마나 심각하고 한심한 수준인지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많이도 아니다. 적어도 공개적으로 과학적 연구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그 단순한 교훈하나를 제대로 주고 있다.

 

황우석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몇몇 현장 연구자들이 데이터 조작은 심심치 않게 암암리에 벌어진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가 바로 우리나라 연구현장의 현실의 단면임을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외국 유수의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전면적인 조사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논문에 인용표시만 제대로 안단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공식적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이 국제적 환경이다. 도용의 의도성이 입증되면 과거 공과와 관계없이 퇴출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 학계의 기준이다. 데이터 조작은 목숨 건 행위, 그 이상이 아니다.

 

그러나 이같이 학문에서 거짓말 하면 안된다는 아주 당연하고 단순한 법칙이 제대로 적용이 안되었다면 국제적 수준의 학문적 발전이란 꿈도 못 꾼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토록 충격과 혼란을 던져주었던 황우석 사태의 가장 확실한 사회적 교훈하나, 확실한 사회적 결실 하나가 이 확실한 명제였던 것이다. 이것은 향후 연구현장에서 상당한 실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작의 의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뿐 아니라 상부의 조작지시에도 저항 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가장 직접적이고 명백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자신의 구체적 책임을 최소한도 인정하지 않는 이에게 기회란 무슨 말인가. 연구조작사건을 다루어봤던 전문가는 될 것 같지만 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될 때 조작의 유혹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될 것 같지만’, 이것 만 되면 내가 세계 최고가 될 것 같지만 되지 않는경우는 세계 도처의 연구현장에 널려있고 수많은 연구자들이 이런 유혹을 이겨내고 과학의 진실성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 그런 유혹에 넘어가다 못해 치명적이고 세계적 수준의 조작을 일으킨 당사자에게 또다시 기회라니. 일단 사기를 칠 것이라면 세계적 수준으로 쳐야 기회라도 한번 더 얻는다는 교훈을 남기고 싶은 것인가.

 

6.

 

누가 왜 이 유일하고 단 하나 건질 수 있는 이번 사태의 교훈조차 무너뜨리려 하는가. 왜 명백하고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에 물타기를 하려 하는가. 왜 부질없는 딸딸이에 또 다른 인간의 희생을 요구하는가.

 

그렇다고 공장장(황박사) 책임 없다는 거 아니다란 안전핀 하나 백날 끼워 넣었다고 해서 재연이 갖는 의미가 무얼지 뻔한 상황에서 기회 함 더 줘라란 주장에 없던 정당성이 갑자기 생기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것이 애인이라면 배신해도 연민을 갖는 것인 인지상정이다.  배신한 친구라도 최소한의 기회를 주는 것이 인간적 도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공공의 지지와 지원을 배신하고 의도적으로 한 나라와 세계를 거짓으로 뒤 흔들어 놓았던 사람이라면 그를 연민하자 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위험한 발상일 뿐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그 있었던일에 대한 철저한 조사로 밝혀진다. 그러나 이는 지은 죄가 명백하고, 그 죄조차 인정하지 않는 이에게 던져주는 기회에 의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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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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