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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사항

발표글 모음/세상 이야기 2005/06/01 19:40 by 보롱이

- [주장] 촛불시위에서 나올 주장을 경청해 보십시오

 

전교조와 관련되었던 일이니 89년이나 90년이었던 것 같다. 15년 정도 지난 일이니 이제 정확한 연도도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그 당시 고등학교 1학년 정도였던 나는 정말 순진한(?) 학생이었던 것 같다. 전교조가 무엇인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나는 또한 매우 독실한 종교인이었다. 그냥 지역 성당 학생모임이라는 말 한 마디에 버스타고 다른 성당까지 찾아갔다. 가고 나서 그것이 전교조와 관련된 모임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때 전교조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때 전교조 발족의 의미와 당국의 탄압을 그린 학생들의 연극이 공연되었다. 학생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연기하였고, 어린 나이에 나는 그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 모두들 진지했고, 또 이를 지지하는 학생과 이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학생들-종교 모임에서 왜 이런 얘기를 하냐는 얘기가 있었던 것 같다-사이에서 고성이 좀 있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 장면들은 매우 인상 깊었고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다. 그런데 그중 참 이상한 장면도 있기도 했다.

연극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도중 몇 명의 선배들이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허둥대는 것을 본 것이다. 얘기인즉슨 학생주임이 '떴다'는 것이다. 몇 명은 슬그머니 도망가기도 했고, 남아 있는 선배들은 매우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그 떠들썩했던 전교조도 몰랐을 정도로 순진했던(?) 소년은 왜 그런지 잘 이해도 못했다. 단지 세상에 충분히 물들고(?) 난 후에 그때를 생각해보며 참 기가 막힌 시절이었네 하고 회상할 뿐이다. 아니 그저 회상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뉴스를 보기 전까지만 말이다.

교육부는 학생부 교사가 아닌 정책담당자를 집회현장에 파견하라

입시제도가 또 바뀌었다. 자녀가 있는 입장은 아니기에 자세히 뜯어보진 못해 공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내신비중을 높인다는 정도로밖에 이해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번 중간고사 기간에도 몇 명이 자살했다는 뉴스를 접하니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어 학생들이 처음으로 조직적인 저항을 할 조짐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자신들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이니 당연한 일이며 그렇게 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되지 않겠나 생각했다. 바뀌기를 거듭하는 입시제도 때문에 학생들이 목숨을 잃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 아닌가. 그런데 잇따라 나오는 다음 뉴스에 기가 탁 막혔다.

김영식 교육부 차관이 4일 서울지역 고교 교감 회의에 참석해 "학생들이 7일 집회와 14일 두발규제 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하지 않도록 교장들이 책임지고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단다. 구체적인 지도(?) 방안도 등장했다. 학생부 교사들을 집회 현장에 보내 학생들을 직접 지도(?) 하겠단다. 어찌나 그렇게 15년 전 그 어릴 적 기가 막혔던 그 기억과 너무도 빼닮았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런 얘기를 너무도 당당하게 그리고 공개적으로 하고도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교육 당국자들의 사고방식이다. 은밀하지도 않고 너무도 당당하게 우리나라가 이미 10여년 조인한 18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적용되는 유엔의 아동인권협약도 간단하게 휴지조각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당 협약 15조에는 분명하게 아주 직접적으로 이렇게 명시해 놓고 있다.

제15조 1. 아동의 결사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인정 2. 이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 법률에 따라 부과되고 국가 안보, 또는 공공의 안전, 공공질서, 공중 보건이나 도덕의 보호 또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의 보호를 위하여 민주 사회에서 필요한 것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과하여져서는 안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정부가 제대로 된 '민주정부'임을 자부해 왔다. 당연시 여겨왔던 초등학교 일기검사도 인권존중을 이유로 없어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바로 얼마 전 일이다. 이때 인용되었던 것도 '아동인권협약'이었다. 이런 국가인원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였던 교육부가 자기 정책에 반한다고 국제협약도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는 과연 얼마나 교육적일까?

촛불시위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가. 아니면 공공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위협하나?

교육당국이 학생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 일이냐마는 이토록 대놓고 국제협약도 무시하는 사고방식에는 혀를 내두를 따름이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가 여러 사회문제가 중첩된 매우 뿌리 깊은 문제인 만큼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토록 직접적인 정책 대상의 인권부터 대놓고 무시하는 사고방식으로 얼마나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이 죽어야 교육부가 정신 차린다는 흉흉한 말들이 나도는 이 상황에서 교육부는 되레 자기 목소리를 내는 학생을 반기며 학생부 교사가 아닌 정책 담당자를 집회현장에 파견해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당연할 것이다.

 

2005년 5월 4일 오마이뉴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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