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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또 난리다. 정부가 경제활성화 대책으로 이른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 자금으로 국민연금 기금을 총동원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한나라당(뭐, 얘네들이야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자는 무리들이니 언급할 가치가 없겠으나 제1야당이니 뭐 이름 정도는 거론해주자)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뭐 그냥 흔한 구도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이번엔 보건복지부 김근태 장관이, 경제부처는 조언이나 하지 연금기금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마라면서 이를 정면으로 치받고 일어났다. 물론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에둘른 유감표명과 김근태 장관의 신속한 사과로 싱겁게 마무리 되는 듯 하지만, 그것이 내용에 대한 사과라기 보다는 형식에 대한 사과라는 점에서 내부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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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으로 인해 인터넷 공간이 온통 난리가 났던지도 어언 반년 가까이 흘렀다. 이때도 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뭐라뭐라 했었다. 또 지금은 다른 문제로 논란을 빗고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난리에도 불구하고 정작 바뀐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국민연금법중개정법률안(줄여서 국민연금 개정안)이 지난 6월에 제출된 이래 국회에는 총 6개의 국민연금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지만, 다들 짐작하다시피 제대로 심의도 되지 않고 있다. 법치국가에서 법이 바뀌어야 뭐가 바뀔 것 아니냔 말이다.
본우원, 김근태 장관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그런 말을 했는지 그 속내야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이걸 가지고 소위 '친노'그룹은 '대통령 후보 되려고 튀어보려고 한 짓이다'라고 맹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을 보면, 솔직히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군'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뭐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뭐든지 '정치적'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것이 정치적 술수 따위와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 쟁점이 담겨 있음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질 않는다.
국민들의 먹고 싸는 문제가 직접적으로 걸린 졸라 중요한 '정책적 쟁점'이 어떻게 정치권의 쌈박질로 전락해버리며, 그러면서 정착 논의되어야할 주제는 온데간데 없어지고는 결국 짜증나는 흔한 진흙탕 정치싸움으로 변해가는지, 그러면서 나라가 어떻게 점점 개판이 되어가고, 국민의 삶은 어떻게 점점 도탄에 빠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훌륭한 사례가 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불현듯 스쳐가는 것은 단지 본 우원만의 기우일 것인가.
물론 우리는 이런 훌륭한 사례 중 하나를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서 충분히 봐왔다. 박통시절에도 실제로 추진되었을 정도로 그 정치적 입장이 어쨌던 간에 누구나 심각하게 느끼는, 수도권 과잉집중 현상으로 인한 문제를 풀기위해 충분히 논의될 가치가 있고 논의되어야 하는 것이 행정수도 이전 문제였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단지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했다는 이유로 '빨갱이 정책'이 되고 결국에는 관습헌법이라는 희한한 헌법까지 새로 제작되어서, 멀쩡하게 법에 따라 진행되던 정책이 (말 그대로) 나가리가 났다. 그에 따라 수도권 집중완화니 국토 균형발전이니 하는, 정작 논의되어야 할 쟁점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충청권 시민들은 또 난리가 나고, 결국 점점 심각해져가는 수도권 과잉집중문제는 단 한오라기도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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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의 문제는 어떠한가. 최대 적립금액수준이 최소 600조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반이상까지 쌓일 예정인,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규모의, 그것도 죄다 현금인, 단일 기금이다. 이거 잘못 휘둘렀다간 한 나라 거덜내기는 누워서 ?쪄먹기인 이 기금의 운영주도권을 둘러싼 정부부처간 암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근 정부내 막강 파워인 경제 부처는 이 주도권을 갖고 싶어 안달인 것이 사실이고, 가장 힘딸리는 부처중 하나인 복지부는 국민연금에 대해 민감한 여론과 시민단체 등의 힘을 업고 간간이 버티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이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운용위원회'에서 단 한번의 논의도 없이 '뉴딜'정책에 연금기금을 총동원하겠다는 발표는 경제부처가 던진 결정적인 도전장이었으며 이에 대해 김근태 장관의 국민연금 '독립선언'은 그의 정치적 욕망과 관계없이 충분히 가치가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복지부가 경제부처를 상대로 한 내부싸움에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자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정치적 거물인 장관과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말이다. (글고 정치적 거물급 장관이니 이 정도 맞짱이 가능했겠고)
그렇다면, 경제부처에 맞서서 복지부가 김근태 장관이 말한 데로 국민연금 기금을 '하늘이 두쪽이 나도' 지킨다면 그야말로 모두가 해피해지는, 그냥 '근태오빠 머쪄~! 화이팅~!'만 외치면 되는 문제인가? 그리고 정말 김근태 장관은 정말 국민연금 기금을 잘 지키고 있는가?
이건 또 다른 문제이다. 뭐가 이렇게 복잡하냐고? 기다려 봐라 차근차근 디비줄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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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 이거 여러 번 말했지만 장난이 아니다. 현재 적립되어 있는 금액만 130조 규모다. 지금 개정안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지만 현행법에만 따라도 최고 적립금액이 600조 규모이고, 개정안대로 고쳐질 경우 이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난다. 단일 기금으로서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규모인 것이다. 울 나라 연간 정부예산 규모가 150조 규모이며, 울 나라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2003년 현재 350조 규모다. 말하자면 이거 가지고 우리나라에서 못할 짓이 없으며, 반대로 말해 잘못 움직였다간 나라 거덜 내는 것은 시간문제란 말이다.
국민연금 기금 또 이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처음 제도가 만들어질 때 목적이야 어땠건 산업화된 국가에서는 거의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 고령화 사회를 대처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걷어서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돈 아니었던가.
울 나라 고령화는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빠른 속도로 증가되었고, 또 그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고 있어 이 기금의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내로라 하는 복지국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금을 46년치나 쌓아놓은, 어찌보면 배부른 상황이지만 이 한푼 한푼이 국민 하나하나의 노후가 달려있는 돈이며 그러기에 이 돈 잘못 굴려서 손해를 보았다간 가뜩이나 불만 많은 상황에서 다 들고 일어날 판이다.
자, 종합해 보면, 기금 운용에 있어서 동시에 고려해야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고, 그 하나하나가 나라의 명을 가를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 허투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김근태 장관이 자신의 글에서도 밝혔듯이, 이는 세가지 원칙으로 정리되고 있다.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즉,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서 돈을 날려먹지 않고 잘 관리해야 하며(안정성), 그래도 국민연금이 물가인상을 고려해 지급하는 만큼, 안정성을 위해서 적어도 물가인상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은 해야하며(수익성), 또한 이것이 공공의 안녕을 위해 적립된 자금이고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만큼 공공의 목적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공공성).
현실적으로 이를 풀어 말하면 이렇다. 물론 이거 우리나라가 그래도 민주화가 어느 정도 된 만큼, 이렇게 공개된 자금을 누가 떼어먹거나 하는 그런 수준의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자금이 자금이다보니, 특히 경제부처 같은 경우,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1/3에 해당하는 자금을 가지고 어떻게 단기간에 반짝 성과를 내볼까 하는 유혹에 항상 시달리게 되어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 부처마다 저 나름대로 절라 중요한 국책사업들이 한 두개씩 있는데, 일반 예산을 따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니 바로 이 어마어마한 기금을 어떻게든 빼내어 자기사업 함 제대로 해볼까 하는 유혹을 안받는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뭐 정부가 돈 쓰는 것이니 어느 정도 공공성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글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멀쩡한 돈 떼어먹을 수도 없으니 안정성도 어느정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손쉽게 돈 빼내어 하는 사업은 그만큼 덜 신중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수익성에 문제가 없을 수 없으며, 또 그렇게 한푼 두푼 쓰이다 보면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그럼 장기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정부 입장에서도 결국 갚아야 하는 돈이니 마구잡이로 갖다 쓰다보면 정부재정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요구해서 관철된 것이 바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라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련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복지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3급이상 공무원과 함께, 사용자(기업)대표,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자 대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를 비롯, 농어민, 소비자 대표 등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관계 공무원 뿐 아니라 각종 국민연금 가입자 대표들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아무도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구조를 싸그리 무시하고 금번 정부에서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단 한차례도 논의한 바 없이 이 기금을 왕창 사용하겠다고 발표해 버린 것이다. 형식상 보면 떡 줄 놈 생각도 안하는데 김치국부터 마신 꼴이지만, 정부, 특히 경제부처가 얼마나 이런 구조를 우습게 여기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훨씬 현실적인 해석일 거다. 즉, 법상으로 최고결정기구라 해도 복지부 장관 '따위가' 위원장으로 있고 각종 가입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위원회 따위는 '니들이 경제를 알어?' 하며 아예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렇게 정부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연금 기금 알기를 무슨 자기네 쌈짓돈마냥 생각하고 있다면, 그 돈을 사용한다는 '뉴딜' 사업 자체의 신중성에도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고, 그런 사고방식으로 기금을 써버린다면 기금도, 그리고 그걸 다시 갚아야 하는 정부도 부실화되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김근태 장관이 '누구 맘대로 기금을 가지고 왈가불가 하는가' 라고 딱 못을 밖은 것은 확실히 의미 있는 일이다 말이다. 솔직히 이런 소위 '거물'이 장관되기 전에 복지부가 정부내 최대 울트라 슈퍼 파워인 경제부처를 향해 이렇게 당당하게 제 목소리 내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 국민연금 기금은 '뉴딜'이던 뭐던 경제부처가 손 못 대게 만들면 되는거야? 그런거야? 하면 또 꼭 그렇지가 않다. 앞서 말했듯이 현행대로라도 최대 적립금이 600조 이상이다. 이걸 수익성 따진다고 주식시장에 붰다가, 울나라 주식 다 사고도 돈 절반이 남는 그런 규모로 경제 거덜 내지 않으려면, 투자처는 엄격히 제한 될 수밖에 없다(그래서 지금도 주식투자비율이 6%대이며 채권투자비율이 80%대이다).
해외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울나라 주식 시장에서 안정적인 대기업만을 중심으로 신중하게 투자했다고 하면서도 손해를 본적이 있는데, 울나라보다 몇배는 더 살벌한 해외시장에 제 아무리 국내 최고 브레인이 참여한데도 안정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당근 미지수이다. 그럼 남는 것은, 돈 떼어먹을 걱정 없어 안정성 보장되고 또 제대로만 사용된다면 공공성도 보장되는 정부밖에 없다는 거다. 일정수준 이상의 수익성만 보장된다면야 정부가 갖다 쓰는 걸 마다할 이유가 없고, 또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안 쓰게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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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 받고 가져가라니까! |
문제는 절차다. 제 아무리 정부의 최대 파워집단인 경제부처가 맘대로 쓰려 한다고 해도 독립적인 기관이 국민연금 기금을 관리해서 독립적인 위치에서 독립적으로 기금을 사용하려는 사업을 일일이 심사해서 기금 사용여부를 허가해주고, 또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면 문제를 삼을 이유는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당근 이 독립적인 기관의 심사와 감시를 만족시키기 위해 경제부처든 어디든 기금을 사용하려는 사업을 계획하는데 신중할 수밖에 없고, 집행하는데도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국민연금 기금 역시 안정성, 공공성과 함께 일정정도의 수익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모두가 해피해 질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가 앞서 언급했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회의만 하는 구조로는 이런 독립적인 역할 뿐 아니라, 600조 이상이 될 자금의 최고결정기구로서 전혀 적합지 않다. 그래서 현재 정부가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는 이를 상설화 하고 여기에 사무국까지 둘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기구를 대폭 강화시키는 것이다. 얼레? 정부가 웬일이래. 아...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는 또 다른 음모가 숨어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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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지니 여기서 잠깐 정리하고 가자.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한 자금인 만큼 절라 중요함과 동시에 규모가 장난 아니게 크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운영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정해진 절차 무시하고 다 쓰겠다고 나서는 지금과 같은 태도는 매우 곤란하며 기금 부실화는 물론 정부재정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이를 경제부처에 당당하게 일깨워 준 김근태 장관의 발언은 딴 의도와 상관없이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부처가 기금을 당췌 못쓰게 하는 것은, 결국 정부 말고 이 어마어마한 자금을 안정성 있게 쓸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결론은 그래서, 사용자·노동자·농어민·시민단체·소비자 등등이 다 참여해서 기금 운용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적인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그렇게 독립적인 통제가 있는 한, 경제부처가 울나라 경제를 위해 쓰겠다는 거 말릴 이유가 없다.
글고 지금 정부가 제출한 국민연금 개정안에는 바로 이 기구를 상설화하고 사무국까지 둬서 더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 빨랑 이 법만 국회에서 통과시키면 아무 문제 없겠네 하고 넘어갈라 했더니, 아뿔싸! 여기 다른 음모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음모, 이름하야 '국민연금정책협의회'.
정부가 발의한 국민연금 개정안에 슬쩍 아니, 아주 노골적으로 끼어 들어간 국민연금정책협의회가 무엇이냐.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에 관한 기본정책방향은 물론, 최고의사결정기구라 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을 추천하고 또 협의회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협의할 수 있는, 오히려 실질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 위에 있는 기구가 되겠다. 여기 의장은 국무총리, 부의장은 재정경제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은 '간사'를 맡는다. 어째 좀 보이냐. 이 강력해진 경제부처의 파워가.
여기서 개정안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가입자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 부여되었던, 국민연금 기금 전체 운용을 결정하던 권한은 '여유자금' 운용에 관한 결정권으로 대폭 축소되어 버렸다. 겉으로는 상설화, 사무국 설치로 기금운용위원회 덩치는 커졌지만 실제 권한과 위치는 뚜~욱 떨어뜨리고만 것이다. 게다가 기금운용의 최종적인 의결주체를 복지부 장관으로 해버렸다. 결국 가입자 대표의 민주적 참여로 기금운용을 결정하는 취지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이 부분, 복지부와 경제부처간에 약간의 뒷거래 냄새가 나지만, 이거 가지고 더 얘기하는 것은 논점을 흐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법대로라면 '국민연금 기금을 경제부처 품안에'가 돼버리고 만다는 거다. 물론, 국무총리는 그럼 호구냐 하겠지만 생각해 봐라. 각종 화려한 수치와 표, 그래프로 치장된 경제부처의 보고서에 꿋꿋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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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진보적이고 서민을 생각한다고 그 큰소리 많이 쳤던 대통령도 노동자의 반수이상이 비정규직인 이 뭐같은 상황에서 되려 그 비정규직 규모를 대폭 늘리는, 경제부처 입김만이 한껏 들어간 비정규직 법안에 사인하고 그런다. 화려한 보고서야 그렇다 치더라도 '안 그러면 경제가 어려워...' 요딴 얘기 들먹거리면 거기에 안 쫄 정치인 별로 없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의 논리는 설 자리가 별로 없다.
어쩌면 경제부처가 말짱하게 눈뜨고 있는 최고의사결정기구를 싹 무시하고, 지 맘대로 국민연금 기금 다 갖다 쏟아 부을래 하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법 바뀌면 어차피 자기들 손에 다 들어오니까. 아까 말했지만 이 어려운 울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사회간접자본에도 투자하고, 장래성 밝은 IT 사업에 쏟아 붇겠다는 것 자체를 탓 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개정안과 같이 모든 걸 지들끼리 꿍짝꿍짝 할 수 있게 하다가는 '뉴딜' 사업도, 국민연금 기금도, 결국에는 정부도 부실화되기 매우 쉽다는 것이다.
그럼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연금 기금을 국민의사에 반하게 쓰게 하지 않겠다는 김근태 장관은 무얼 해야 할까. 글쎄, 이미 정부안이 제출되어있는 상황에서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국민연금정잭협의회'를 빼고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시키는 국민연금 개정안을 다시 제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지키겠다면 말이다.
국회가 제대로 한다면, 김근태 장관이 그런 수고를 굳이 안해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국민연금을 지키겠다는 김근태 장관을 소위 '친노'그룹이 맹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정책협의회'를 빼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화는 물론 그 산하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까지 두는 내용을 담은, 정부 개정안과 대척점을 이루는 개정안이, 노무현 대통령의 소올메이트라고 까지 불리는 유시민 의원의 대표발의에 의해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 인터넷에 접속한 이상 뭐하겠냐.
청와대(http://www.president.go.kr),
열린우리당(http://www.eparty.or.kr),
복지부(http://www.mohw.go.kr)
요런 관련 사이트 중 맘에 드는 곳 찾아가서 정신 좀 차리라고 규탄도 좀 하고 힘내라 격려도 하고... (빠진 곳들 섭섭해 마라--일단 가장 관련이 깊은 곳들만 집어넣었으니) 진보언론이던 보수(극우)언론이던 무식한 것들이 이런 절라 중요한 정책적 쟁점 하나 제대로 해설하지도, 전달하지도 못하고 정치적 해석만이 난무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아는 넘이 손가락 수고라도 한 번 더 해야지 어쩌겠냐.
원래 본 기사, 지금 국회에 상정 중인 국민연금 개정안을 차근차근 디벼줄라고 기획되었었다. 그런데 요런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좀 방향이 새긴 했어도, 그래도 그 덕에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국민연금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문제를 밀도 있게 다룰 수 있었다. 다음 번에는 원래 기획으로 돌아가서 개정안에서 가장 잘 알려진 쟁점인, '내는 돈 더 올리고 받는 돈 더 깎는 문제', 그리고 반년전 인터넷에서 난리가 난 원인이 됐던 수급권 제한문제를 함 디벼보도록 하겠다.정말 깎고 올리는 게 불가피한 건지, 그리고 수급권 제한 문제는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그럼 다음 이 시간까지 여러분 안녕~.
2004년 11월 26일 딴지일보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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